2020년 10월12일 세종시 국세청에서 있었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김대지 국세청장과 국세청 간부들. [국세청 제공]
2020년 10월12일 세종시 국세청에서 있었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김대지 국세청장과 국세청 간부들. [국세청 제공]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올해 국세청 국감이슈로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제도 중 체납액 30% 납부로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에 대해 개선하고, 신고포상금 지급기준을 완화하는 것, 그리고 출국금지 제도의 새 기준마련 등을 제시했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탈세 방지 방안, 근로장려세제 개선방안 등이 올 국감이슈로 꼽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세행정에서의 더 중요한 인사, 감사, 세무조사, 송무 등 국세청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곳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2021년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검증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사—TK출신들, 비고시들은 왜 홀대받나?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은 국세청의 인사다. ‘인사가 만사’라 불리며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가장 먼저 ‘적폐청산’을 외쳤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인사도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실시하겠다며 승진자들의 프로필에서 ‘출신지역’을 배제하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신선했다.

인사카드에 해당 직원이 어느 지역 출신자인지 표기하는 곳을 아예 삭제시켜버린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출신 국세청 직원들이 핵심 요직에 두루 포진하면서 영남이 장악했던 것을 두고 국세청은 출신지역에 따른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자 의지로 읽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5년간 국세청의 인사를 살펴보면, 국세청 서열 2위인 국세청 차장직에 10년만에 호남출신인 이은항 전 차장(전남 광양, 행시35)이 발탁되면서 호남인 시대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부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우대받기 시작한 신호였다. 이전에는 2008년 정병춘 차장(전남 영광, 행시22)이 마지막 호남출신 차장이었다.

그리고 역대 네 번째이자 15년 만에 호남출신 국세청 조사국장도 탄생했다. 국세청 최고 요직 중 하나인 조사국장으로 임명된 김명준 전 조사국장(전북 부안, 행시37)은 이후 고공단 가급인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지냈다. 본청 조사국장뿐만 아니라 지방청 조사국장 역시 호남지역 출신자 비율이 영남지역 출신자 비율을 앞질렀고, 고공단 중에서도 영남보다 호남지역 출신자들의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세청 본청에서도 영남출신 고위직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고공단 13인 중 영남지역이 62% 가량을 차지한 반면, 호남지역 출신자는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인사에서는 영남지역 출신자 비율이 62%에서 38%로 낮아지고 호남지역 출신자 비율은 15%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현 정부들어 턱없이 낮아진 TK출신들의 고공단 승진 비율에서 결국 국세청 인사는 출신지역 ‘블라인드’와는 관계없이 출신지역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이 정부들어 왜 TK가 홀대받는지, 또 행시들만 우대되는 상황에서 비고시들은 왜 홀대받는지에 대한 불만도 높아져가고 있다.

조직은 직원들이 수뇌부의 정책방향을 현장에서 잘 집행할 때 힘이 생기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 직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비고시들이 수긍하지 못하는 인사, 그리고 특정지역출신들을 우대하는 인사가 이어진다면 우대를 받지 못하는 대다수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것이며,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면 어떤 국세행정에 대한 지적도 ‘백약이 무효’인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 지적사항들-바로 잡지 못하면 국감은 ‘쇼’다

올해도 감사원이 국세행정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지조성 공사만 하고 토지는 비사업용에 해당하는데도 사업용 토지로 인정해 법인세 11억5000만원을 부당환급해주거나, 서울청 직원들은 경정청구를 해주면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환급가산금까지 31억7600만원을 부당환급하는 등 국고가 줄줄이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같은 청 조사요원은 모 바이오사의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하면서, 대표이사에 대한 조사를 제외하고 진행해 주식상장이익에 따른 103억6500만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증여세 경정청구 업무를 처리하면서 특수관계 성립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해 26억6000만원을 환급해주는 등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억까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국세청은 100%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수용하고 일부는 감사원의 지적이 잘못됐다고 반대로 부당환급한 이들에 대한 징계를 수용하지 않기도 하는데, 최근 있었던 경정청구 감사에서도 감사원은 경정청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이들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각각 해임과 강등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이들의 환급 결정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정청구는 지방청과 본청 등에서 심의와 검토를 거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최근의 국세청은 부실한 업무처리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리는 등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 지적사항은 매년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이러한 지적사항에 대해 뭔가 해법을 찾는 국감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의심 세무조사는 없는지?

국세청이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 기조 아래 ‘정치적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했다. 정치적 세무조사란 정치 권력으로 인해 특정인을 세무조사하는 ‘세무사찰’ 형태의 압박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 죽음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되는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그러했고, 정치 관련 발언을 한 연예인에 대한 세무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정치적 세무조사가 자행돼 왔다.

이렇듯 세무조사는 법에 정해진대로 그 대상자에 대해서만 조사를 나서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부담을 줄여야한다는 발언이 있자마자 국세청장이 역사적으로도 유례없이 언론 앞에 나서서 일부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유예 또는 면제한다고 밝히며 이 역시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한시적으로 진행한다던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 정책은 코로나19로 인해 계속해서 연장되어 오고 있다.

이제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 국세청이 뉴딜 관련 중소기업에는 세무조사가 제외, 면제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법과 원칙에 따른 세무조사’가 과연 정말로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지, 정치적 세무조사의 또다른 이면이 아닌지 살펴봐야한다. 이같은 세무조사 면제권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계속해서 활용된다면 이후에도 특정 집단에 대한 세무조사 특혜를 줄 수 있는 ‘정치적 세무조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같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면제권 특혜로 실제로 많은 이들이 면제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며, 수치상의 세정효과도 미미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어려운 상황에서 성실납세를 하고 있는 많은 기업인들과 자영업자 등이 세무조사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의식을 갖게 하지 않으려면 정치적 세무조사로 이용되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할 때이며, 이와 함께 이번 정부에서 진행 중인 ‘부동산’에 초점이 맞춰진 세무조사 역시 정치적 조사가 아닌지 되돌아봐야할 때다.

▶수 많은 패소사건들 패소원인을 제대로 따져 대책을 만들어야

국세청이 꾸준히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서울청에서는 행정과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송무3과장을 공개모집 중이고, 부산청도 체납추적을 담당할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본 지방청의 송무 담당인력 237명의 중 52명이 변호사이므로 100명 중 22명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이렇듯 민간에서도 변호사가 꾸준히 채용되고 있고 송무뿐만 아니라 통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는 우대받는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를 가진 이들이 서울청 소속 세무공무원 100명 중 8명(2019년 기준)을 차지하는 등 불복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자격사를 소지한 이들을 계속해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이 최근 불복청구 심판사건의 청구세액 1억원 이상 사건에 대해서도 지방청 송무국이 나서서 법리를 보강하는 등 과세유지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세무서 청구세액 10억원 이상의 고액 심판사건에 대해서만 지방청 송무국이 공동으로 심판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공동수행 대상 청구세액을 10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춰 더 많은 사건에 대한 지방청 지원이 시작된 것이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심판청구 건수는 총 1만2795건으로 전년보다 4137건, 약 48%가 증가했다. 이는 물론 2020년 중 지자체 공무원 포상금 관련 심판청구 접수가 5927건이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청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인용률이 32.6%를 기록하며 최근 부실과세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국세청이 1억원 이상 사건에 대해 지방청도 함께 하라고 특명을 내린 것인데, 예전처럼 불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과세액이 클 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 시대는 지나간 만큼, 성실납세를 하는 수많은 납세자들을 괴롭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의 대량 채용으로도 해결되지 못한다면 무리한 과세를 지양하고 좀 더 철저한 분석과 면밀한 조사로 과세단계에서부터 신경써야한다는 지적에 국세청이 공감해야 할 때다.

▶세정협의회 존재이유 살펴야…각종 로비 창구의혹에도 손놓고 있는 국세청

최근 일선의 모 서장들이 세정협의회 위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정가를 충격에 빠트렸다.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이 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정협의회 위원들과의 만남이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그들로부터 선물을 받아 총리실에 적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세정협의회는 지난 1979년 임영득 한국세무사회장이 세정 건의사항을 모아 세무서에 전달하는 창구역할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국세청이 관리하는 조직이 아닌 민간(세무사)에서 주도하는 단체이며, 인터넷과 핸드폰도 없던 오프라인 시대의 유물이다.

이에 국세청은 민간에서 주도한다는 이유로 세정협의회에 대한 제재나 관리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 세무서장과 세정협의회 소속 기업체, 세무대리인과의 각종 유착 문제 혹은 전관예우 등의 문제가 있어도 세정협의회 위원들을 국세청으로 불러 앉혀놓고 진상을 파악할 수도,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가할 권한도 없다며 그동안 방치해왔다.

이제 세무서는 전국에 130개로 늘어났다. 지난 1999년 국세청 제2의 개청 당시 국세청 조직을 정비하면서 99개로 줄여놓은 세무서의 수를 계속해서 쪼개고 쪼개 이제는 130개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국세청은 대외적으로 커져가는 납세자들의 세정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명분이 존재하고, 내부적으로는 압정형 조직구조로 인해 ‘자리가 없어 승진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국세청 내부적으로도 세무서장직은 ‘국세공무원의 꽃’이라 불릴 만큼 누구나 원하는 자리다. 인천지방국세청의 신설뿐만 아니라 동화성세무서, 남부천세무서 등을 신설한데에 이어 부산강서세무서, 동안산세무서, 부평세무서 등의 세 세무서 신설이 예정돼 있어 전국 세무서는 133개로 늘어날 예정이고, 이 외에도 남대구세무서 달성지서, 동울산세무서 울주지서 등이 신설되는 등 국세청 조직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무사회도 국세청 조직에 맞춰 해당 세무서에 맞는 세정협의회를 다시 꾸리게 된다. 그만큼 세정협의회 조직 구조도 커져가는 것이다. 국세청이 ‘민간이 주도한다’는 이유만으로 세정협의회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한다면, 세무서장들의 고문현황을 파악해 각종 유착문제를 근절하고, 세정건의 소통창구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세청이 진정으로 ‘세무서장’이라는 공직자를 납세자들을 위한 봉사자라 생각한다면 세금권력을 이용해 사후 밥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에도 신경써야 한다.

▶눈덩이 체납발생 원인과 체납정리대책 따져야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제도가 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체납은 여전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고액·상습체납자의 수만하더라도 개인 4633명, 법인 2332개로 6965명에 이르며, 체납액만 하더라도 4조8203억원으로 약 5조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제도는 1년 이상 체납한 체납액 2억원 이상의 체납자가 대상이다. 다만, 체납액의 50%(※기존 30%→올해1월1일부터 50%로 상향조정) 이상을 납부하면 명단공개에서 제외되는데, 일부 체납액을 납부하더라도 체납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명단공개가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과거로부터 계속 있었다.

물론 악성체납자에 대한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제도도 운영 중이다. 지난 2006년 46건에 불과했던 신고건수는 2019년 43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은닉재산에 대한 징수금액도 2006년 6억3800만원에서 2019년 75억50만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신고포상금 지급 기준금액이 5000만원 이상으로 설정돼 있어 신고가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기준금액을 낮추거나, 지급률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가 돼야 한다.

또한,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체납액 발생은 520만2712건, 액수로만 28조520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현금으로 정리된 건수는 284만2077건, 금액은 10조5999억원이다. 한 해 발생되는 체납액의 37%가량만이 정리되고 있는 실정.

국세청이 체납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결국 징수되지 못하는 악성 체납자에 대해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위탁해 징수를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1억원 이상 악성체납자에 대한 캠코의 징수실적은 0.38%로 사실상 제대로 걷히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체납자는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발생원인과 체납정리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세체납이 자칫 ‘납세거부’로도 읽힐 수 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