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자가 8년간 영업을 하면서 거래장부 등을 작성하지 아니한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1. 사실관계와 쟁점

대부업자인 A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대부업을 영위하면서 거래와 관련된 장부를 전혀 작성하지 아니하였다. 관할세무서장은 이러한 A의 행위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로서 국세기본법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므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A에게 그동안의 이자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위와 같이 대부업자가 거래와 관련된 장부를 전혀 작성하지 아니한 경우 이를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4두2522 판결: 이러한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음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구 국세기본법(2010. 12. 27. 법률 제104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6조의2 제1항의 입법 취지는, 조세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국세부과권의 제척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도, 국세에 관한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작출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탈루신고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아니하여 부과권의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당해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데에 있다고 정의했다.

따라서 같은 항 제1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두7667 판결, 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382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했다.

원심은 ① 원고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대부업을 영위하는 동안 별도의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대부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서 소득세법에 따라 성실하게 장부를 비치ㆍ기록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장기간 상당한 규모의 대부업에 종사하였음에도 아무런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점 ② 더욱이 원고는 2001. 7. 28.부터 같은 해 9. 2.까지 1997년 내지 2000년의 대부업 사업소득에 관하여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대부업에 관한 장부를 제출하라는 세무공무원의 요구에 대해 자신은 장부를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는 태도로 일관하였던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세무조사 당시 거래장부 등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일체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행정심판 단계에 이르러 거래자료의 개별확인서가 제출되자 ‘대손 관련 서류 및 어음 사본’을 제시하는 등 존재하지 않는다던 관련 서류를 불리한 입장이 되면 제출하였던 점 ④ 원고가 채무자들과의 거래에 딸인 소외인 명의의 계좌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였던 점 ⑤ 원고는 현금거래를 많이 하였고 채무자들로부터 채무상환을 받고도 영수증을 발급해 주거나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차용증을 돌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조세포탈의 의도를 가지고 거래장부 등을 처음부터 고의로 작성하지 않거나 이를 은닉함으로써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로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고 확인한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하여

최근 들어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가고 경향이다.

즉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조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는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두29168 판결 등 다수).

그런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483 판결은 ‘거래업체에게 가구를 납품하고도 그 일부 매출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아니하고 그 부분을 누락한 채 매출처별세금계산서합계표를 작성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한 경우, 이러한 행위는 조세범처벌법의 조세포탈범 구성요건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고 조세포탈의 고의도 인정되며, 회계장부 등의 조작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가가치세를 포탈할 의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에 해당하여 조세포탈범이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위 2014도12483 판결에 이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장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글, 유철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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