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세청과 일선 세무서 주변에서는 '田目日口'라는 사자성어(?)가 회자된 적이 있다.

정확히는 1980, 90년초였다. 뇌물이나 촌지(寸志)가 생기면 처음에는 계장, 과장, 서장까지 4등분해서 나누던 것이 세월이 변화하면서 점차 3등분, 2등분하더니 나중에는 혼자 독식하는 형태로 변모해온 뇌물 배분의 변천과정을 절묘하게 문자로 형상화해 구전되어온 국세청 주변의 독특한 은어(隱語)였다.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형상문자는 한때 국세청과 세무서 조직의 생리와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어이기도 했다.

지난 3일 경찰청이 내놓은 보도자료 한 장이 1980년대 다분히 세무공무원들을 비하해 생겨났던 이 은어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새록새록 떠 올리게 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조사팀 9명 전원이 세무조사업체로부터 추징세액을 감액해 주는 것을 대가로 뇌물을 챙겨 팀원 전원이 사이좋게 나누어 가진 것을 비롯, 상사에게도 상납을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사는 팀원을 지휘하는 직속 상관인 과장(4급)과 국장(3급)이었다. 과장에게는 팀장(5급)이 상납을 했고, 국장에게는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가 중개역할을 했다고 밝혔다.(과장과 국장은 뇌물수수 사실 일체 부인중) 팀장에게는 팀원(6급)이 전달했다.

과거 세무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아 줄줄이 윗사람들에까지 전달하던 1980년대식 ‘상납고리’의 악습이 30년이 흐른 2013년 지금 다시 등장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이 기막힌 뇌물스캔들을 어떤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세무조사현장에서 밥 한 끼 정도는 대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무조사 공무원들이 기업인의 검은 돈을 받아 팀원들끼리 나눠가지고 또 팀장과 과장 등 직속상관에게 골고루 상납까지 하는 수법은 대한민국의 공조직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마피아 집단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세청의 조사실무를 맡은 서울국세청 조사1국 소속의 최정예 조사팀이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세청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같은 말랑한 대책으로 이런 범죄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금품수수자는 국세청에서 영구추방 하거나, 세무사 자격과 관련한 혜택을 없애는 것은 물론 퇴직 후 세무사 개업도 못할 수준의 정말 야박(野薄)하리 만큼 강력한 대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80년대식 조롱을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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