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달 말 복수직 서기관급 승진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무관 승진인사는 오는 9월 단행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국세청에서 서기관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영예스러운 자리이다. 공무원 직급으로서는 4급이다. 국세청 본청과 1급 지방국세청(서울, 중부, 부산국세청)의 과장급이다. 2급 지방국세청(대전, 대구, 광주)에서는 국장급이다.

그리고 국세청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하면, 국세공무원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세무서장에 보임될 수 있다. 세무서장은 지역의 세입징세관으로서 관할구역의 세원정보는 물론 세무조사 권한까지 부여받는 막중한 자리다.

또 내부적으로는 수 백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인사고가와 부서배치 등 실질적인 인사와 관련한 권한을 가지는 등 국세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과거에는 서기관으로 승진하면 곧바로 세무서장으로 발령받던 때도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몇 년을 대기해야 발령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국세청에서 세무서장 한 번 하기가 쉽기 않은 것은 국세청에서는 세무서장 이상 고위직 자리가 부족한 때문이라고도 하고, ‘인사적체’ 때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압정형’으로 불리는 국세청 조직의 특성 때문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그래서 2만여 국세공무원들 중 서기관까지 승진하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일선 세무서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도 있다.

9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국세청에 발령 받아 사무관을 넘어 서기관으로 승진하려면 족히 20년은 걸린다. 30년 넘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

8급 특채로 입문해 현재 국세청의 중추세력으로 자리 잡은 세무대학 출신들도 승진에 목마르기는 마찬가지다.

84년부터 국세공무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세무대학 2기 출신들을 예로들면 국세청에 발을 디딘지 20년이 다 되었지만 서기관은 고사하고, 아직까지 사무관 반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경우도 숱하다. 1기출신도 사무관으로 승진하지 못한 경우도 있으니 2기야 오죽하겠으랴.

하지만 신림동 고시촌에서 빡세게 고시공부를 하는 등 행정고시에 합격해 5급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들은 한마디로 막힘없이 탄탄대로를 질주한다. 세무대학 2기의 경우 대부분 1963년생이다. 그런데 63년생으로서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에 들어왔다면 일찌감치 국장급 자리에 와있다. 그리고 고시출신으로서 70년생의 경우도 서기관을 넘어 이미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1급 지방국세청의 국장자리를 꿰찬 경우도 있다.

고시출신들의 승승장구를 무조건 부러워 할 것은 없지만 근례에 들어 국세청 인사패턴이 비고시출신들보다 고시출신들을 우대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보다 사회지도층 반열에 오른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는다는 점에서 개인의 몸가짐을 보다 바르게 하고, 더욱더 청렴한 공직자로서의 자세는 물론 투철한 국가관 또한 요구되는 자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령 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뒷배 등 소위 외부의 힘을 빌려 승진을 했다면 그 처신은 더욱 남달라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무서장이 되었다면 갚아야 할 ‘빚’ 때문에라도 각종 유혹의 손길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마약 같은 ‘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말년이 아름답지 못한 세무서장들을 숱하게 목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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