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찬 회장, “부가가치세율 올려도 된다…세무사회장 임기 ‘평생 두 번’으로 개정”

[대담: 서주영 대표, 정리: 한효정, 선정화 기자]

조세심판원장,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관세청장을 거쳐 지난해 6월 1만2천여 세무사들의 수장인 한국세무사회장에 당선됐다. 대단한 변화다. 납세자들이 부담해야하는 세금을 공평하게 설계하는 조세정책의 산실로 불리는 세제실장, 과세관청의 세금부과에 불복해 심판원의 문을 두드리는 납세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조세심판원장, 그리고 직접 과세권을 행사하는 관세청장을 지낸 그는 사실상 세금맨으로서의 최고의 직위를 모두 섭렵했다.

지난해 7월말 관세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했다. 그리고 곧장 세무사의 길로 들어서 1만2천여 세무사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해 회장에 당선되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변화였고, 도전이었다. 그리고 단번에 세무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4명의 후보가 대결을 펼쳤는데 혼자 얻은 득표율이 55.62%였다.

하지만 세무사회장 자리는 녹록하지 않았다. 취임하기가 무섭게 대법원발(發) 폭풍이 몰아쳤다. 세무사들의 젖줄이라고 불리우는 ‘강제외부세무조정제도’가 모법의 위임없이 시행령으로 운영되는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세무사회로서는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공직에서 세무사로, 그리고 세무사회장으로 당선되는 과정이 전광석화였듯이 위기를 맞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살리겠다는 백 회장의 대처도 일반 세무사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번개 같은 돌파력을 발휘해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8월 20일 대법원 판결이후 지난해 12월 2일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담은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꼬박 103일 ‘피 말리는 전쟁’이었다.

그에게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냥 세무사들의 업역을 지켜내어야겠다는 단순한 조바심이 아니었다고 했다. 평생을 세금제도와 함께해온 조세정의를 바탕에 둔 세금맨으로서의 철학으로도 이 제도는 존치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린지 한 달여가 지났다. 1만1천여 세무사들의 수장, 평생을 세금제도와 함께해온 세금맨으로서 그는 병신년 새해에는 어떤 설계를 하고 있을까. 세정일보가 새해아침 백운찬 전 세제실장, 전 조세심판원장, 지금의 세무사회장을 만났다.

그의 올해는 아마도 그가 세무사회장에 출마하면서 약속했던 공약들을 본격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 세무사제도의 방향, 그리고 그가 그리고 싶었던 대한민국 세금제도의 미래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어떤 꿈을 꾸셨는지?

=이 자리를 빌어서 전국의 우리 1만2천여 세무사 회원에게 새해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지난해에는 외부세무조정제도 법제화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원 여러분이 일치단결해서 많은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국회 통과라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회원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원숭이 띠입니다. 올해는 더 많은 축복이 저와 회원님들에게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세무사회장에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외부세무조정제도가 위기를 맞으면서 법제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셨는데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고 난 후 회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한 번 더 듣고 싶습니다.

=지난해 7월 1일 세무사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특히 8월 20일 외부세무조정제도 무효화 판결 이후 밤낮없이 대안마련을 위해 검토하고, 국회를 뛰어다닌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교수님들을 모셔와 회의를 하고 관련 대책회의를 하느라 새벽에 집에 갔다가 다시 아침 이른 시간에 회관으로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회장이니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난해 12월 2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결과를 회원들에게 알리니까 여기 저기서 고맙다는 문자가 쇄도 했습니다. 다들 내 일처럼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회원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 “인력난 해소, 세무사회 규정 전면적 검토…조세소송 의견진술권도 추진”

▶ 외부세무조정제도가 과거보다 더 공고화되면서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을 지켜내겠다는 첫 번째 공약을 자연스럽게 달성하게된 것 같습니다. 다른 공약들도 많습니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지난해 선거를 치르면서 회원들에게 약속한 여러가지 공약사항이 있습니다. 1만1천여 회원의 권익을 신장시키고 세무사의 위상을 높이는 공약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매월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공약 전반에 대한 점검을 통해 회원들을 위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우선적으로 회원사무소에서 겪고 있는 직원인력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신규직원을 양성하고, 산학협약을 통한 맞춤형 교육 등 인력난 해소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또 세무사회 회칙 등 제반 규정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문별로 서로 상치되는 부분도 있고 연계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와함께 새해에는 세무사 뿐 아니라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무자격사간 업역다툼은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업역확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속에서 우리 세무사의 업역을 지켜나가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넓혀나가는데도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법원에서 세금 소송이 많아지고 있는데 세무사가 납세자를 대리해서 판사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진술권을 세무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검토하려고 합니다. 이웃 일본을 비롯해 여러나라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납세자에게 꼭 필요한 제도인 만큼 심도있는 검토를 해보려고 합니다.

▶ 출마 당시 성실신고확인세액공제금액과 고용보험사무대행지원금은 늘리고, 세무사선발인원과 세무사징계는 줄이겠다고 공약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갔고 있는지?

=아시다시피 지난해는 세무사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8월 중순에 외부세무조정제도오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를 존치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열심히 쫓아 다녔습니다. 세무사회장에 취임하자마자 회원들과 한 공약을 지키기 위한 세부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려 했으나 시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계획대로 회원들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세무사가 정부에 협조할 수 있는 사항은 협조를 해주고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은 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큰 틀에서 납세자들의 권익보호라는 사명을 가진 세무사라는 전문자격사의 길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세무사는 다른 자격사와 달리 공공성을 지닌 전문자격사이면서 납세행정기관인 국세청과 세제당국인 세제실, 납세자 사이에서 중간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무행정과 세무대리라는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하는 세무사는 납세행정의 기술자라고 봅니다.

기술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정도 숙달 됐느냐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올바른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자격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납세 기술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기술을 1인자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세무사업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사무소 직원인력난으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해결책은 없는 것인지?

=세무사업은 수임업체 관리도 그렇고 신고업무도 매 월마다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으로만 업무를 처리하거나 세무사 혼자서 모든 것을 운영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다른 직군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봅니다.

경력을 쌓고 업무에 익숙해지면 이직을 고려하는 풍토도 직원인력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 일 것입니다. 신입직원을 양성해 직원을 공급한다고 해도 실무에 바로 투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세무사사무소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이에따라 세무사회는 회원 사무소의 직원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추진하려고 합니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각종 고등학교, 대학교, 전문대와 MOU를 체결하고 실무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위탁하는 등 학교와의 연계도 고려중입니다. 산학협력을 통해 인력을 추천 받고 맞춤형 훈련을 시키고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한 교육생을 (세무사회의) 파견형식으로 취업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상중입니다.

중요한건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숙박시설과 훈련기관이 필요합니다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와함께 여러 가지 방안도 생각중입니다.

▶ 세무사업무는 납세자들의 납세협력비용을 유발하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비용대비 세무사들의 세무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일례로 말씀드리면 국세청이 해야 될 일 중의 하나인 ‘외부세무조정제도’를 우리 세무사들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를 납세협력비용으로 받고 있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납세자들의) 시각자체를 바꿔줘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징세비용 못지않게 납세협력비용이 신경 쓰일 것입니다. 그러나 납세협력으로 거둬들이는 것이 세무사의 수입인데 기장료라던지 조정료 등을 몇십년 동안 못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납세자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납세협력비용과 관련, 세무사들이 기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세청도 알아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수가 200조를 넘었다고 얘기하던데 국세청장한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국세청 잘했다, 고생했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 세무사들의 기여도 일정 부분 있다고 생각하고 같이 좀 갔으면 좋겠다. 납세자와 공무원들에게 표창할 때도 세무대리인이 항상 거기에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세금문제에 대해서는 세무사가 최고입니다. 그런데 홍보가 부족한 편입니다. 세금은 변호사, 회계사보다도 세무사가 최고입니다. 세무사가 왜 최고인지 정확하게 알리도록 고심해 보겠습니다.

▶ 세무사는 납세자들의 권익보호자이자, 국세행정의 협력자라고도 합니다. 국세행정의 동반자입장에서는 성실납세를, 납세자 입장에서는 최선의 절세서비스를 펼쳐야 하는 즉 수레의 두 바퀴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자격사입니다. 이런 세무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세무사로서의 윤리의식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무사는 다른 자격사와 달리 공공성을 지닌 전문자격사인 만큼 부정한 방법으로 납세자를 만나는 것을 결코 해서는 안됩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탈세를 조장하고 부정을 일삼는 세무사는 우리 업계에서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납세자를 만날 때도 책임감을 가지고 만나야 합니다. 납세자 앞에서 당당하게 세무사로서의 역할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직업의식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무사업계는 내부적으로 일부회원들에 대한 회원권리정지, 지방세무사회의 교육비문제, 선거관리규정의 보완 등 여러 가지 현안이 상존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지 해법을 듣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회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처벌하기 전까지의 규정이 있었던 것이고 배경이 있었던 겁니다. 종합적으로 어떤 방향이 세무사회를 올바르게 끌고 가는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규정이 어찌됐건 간에 악법이 아니라면 잘못을 인정해야 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절차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회원들 중에서는 ‘그동안 현직 회장을 징계 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는 얘기들을 하십니다. 그러나 현직 회장이라고 죄를 지은 부분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직 회장이라고 해서 처벌을 하느냐 마느냐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저 역시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앞으로 절차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 후에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 “세무사 회장은 2번만 하면 된다고 생각”

▶ 지난 몇 년 동안 세무사업계는 소위 ‘3선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현행 세무사회 회칙의 ‘중임' 규정 때문입니다. 이 중임(연임)제한 규정을 없애, 능력있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회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합니다. 회장님의 의견과 이 규정을 손볼 계획인지?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세무사 회장은 두 번(2년씩 2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칙 개정은 이사회를 거쳐 금년 (6월)총회에서 하게 될 것입니다.

변호사회, 회계사회 등의 경우도 출마횟수 제한은 따로 없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오래할 수 있지만 그러나 암묵적으로는 두 번하면 끝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저 역시 능력 여하를 떠나서 두 번만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임기를 4년으로 해서 단임으로 끝나는 것도 어떤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2년은 너무 짧습니다.

사실 세무사 회장은 능력이 있고 신망 있는 분을 추대하는 분위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 네 번 한다는 것은 개인의 욕심입니다. 자기만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생각은 그렇지만 백 회장님께서도 나중에 3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언을 하시는지?

=저는 그런 일 없을 것입니다. 전혀 아닙니다.

▶ 과거 어떤 대통령께서도 안한다고 했다가 18년이나 했는데?

=저는 다릅니다. 저는 절대로 안합니다. 세무사 회원들 중에는 능력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회원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후진들도 키워야 할 것입니다.

▶ 세무사회장은 ‘평생 두 번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회칙 개정을 준비중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것인지?

=생각중입니다. 그래야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도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 세무사들을 국세행정의 동반자관계라고 합니다. 지금으로선 국세행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무사들의 협력과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국세행정의 세무사들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은 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조세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국세행정과 세무사간의 상생의 해법이 있다면?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전문자격사로서 국가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세관청이 모든 세무행정을 직접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세무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일부에서는 세무사를 10급 공무원으로 비유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무사의 역할이나 지위를 과세관청과의 입장에서 대등하게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인데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그래서 세무사회는 앞으로 세무사들이 반듯하고 당당하게 원칙에 맞는 세무대리를 하도록 도울 겁니다. 물론 세무사 스스로도 투명해지는 사회 분위기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불법 행위를 하면 발붙일 수 없도록 과감한 정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회장님께서는 국세청, 세제실, 조세심판원, 관세청 등 말 그대로 세금업무를 관장하는 공직의 모든 부서를 섭렵했는데, 어떤 부서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지? 나아가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위해 어떤 부서가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세금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국가기관 중에 중요하지 않은 기관이 있겠습니까? 정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행을 잘못하면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식 정책만 수립한다면 시행부처가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33년 3개월의 공직생활 동안 세정, 세제, 심판업무 등 세금과 관련된 일은 모두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 중에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세청, 세제실, 심판원, 관세청 등 국가기관은 나름대로 중요한 업무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하는 일이 다른 만큼 어느 부처가 중요하고 어느 부처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 이제 세금정책을 만들고, 세금을 부과하는 위치가 아닌 부과된 세금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납세자 입장에 서있습니다. 특히 납세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자들을 대변하는 세무사의 입장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세금제도는 공평하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세금제도에 대해 학점을 매긴다면 어느 정도인지?

=우리나라 조세제도는 제가 공무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일본, 독일 등에서 많이 배워왔습니다. 사무관 초기만해도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아이디어를 찾아냈었죠.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많이 앞서 있는 상태입니다.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면서 거래관계가 많이 투명화됐고 부가가치세, 근로장려세제 등 우리나라의 제도가 더 훌륭합니다. 이제는 일본이 우리로부터 많이 배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내에 조금의 시행착오는 있었으나 제도를 현실에 맞게 도입하고 정착시켰습니다. 적어도 조세제도에 대해서는 일본을 앞섰다고 봅니다.

그러나 세무행정 측면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납세자를 대리하는 세무사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세무사와 세무공무원의 협조관계가 상당히 잘되어 있습니다. 세금 분쟁이 발생해 이견이 있을 경우 대리인과의 조율이 쉽다보니 소위 말하는 불복 건수가 훨씬 적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규정대로 하는 나라, 여러 가지 매뉴얼을 갖고 원칙대로 하는 나라입니다. 메뉴얼대로 하다보니 세무공무원과 세무사 간의 불법적인 거래나 자금 유착이 큰 문제가 안되는 나라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대로 일단 다 부과하고 심판원이나 소송으로 가라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도 어떻게 보면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조정제도라던지 이런 것들을 통해 점차적으로 불복이 사전에 없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갑자기 세무사회장 임기가 끝나면 정치인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들이 세금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부가가치세율 인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아닌 세금정책을 30년이상 다루어온 세금맨으로서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일률적으로 전체 다를 올리는 것은 안맞지만 1~2%를 품목별 부분적으로 올리는 건 맞다고 봅니다.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영세민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그 이상의 부분에 대해서는 올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부가가치세는 역진성이 있는 제도입니다. 아기 기저귀도 비싼게 있고 저렴한게 있습니다. 비싼 것에는 세금을 매겨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국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부분은 그대로 두거나 저율로 가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올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 “법인세율 인상은 반대합니다”

▶ 내친김에 법인세율도 인상론과 반대론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우리나라 법인이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라고 생각한다고 볼 수 있으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법인세율 측면에서 그다지 경쟁력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즉,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낮진 않다는 이야기 입니다.

일반인들은 법인을 하나의 경제 주체 내지 최종적인 소득 귀속자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하나의 중간단계일 뿐입니다. 중간단계이기 때문에 거기에 세율을 높이고 안 높이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법인세율 자체가 경제 주체인 법인에게 부담이 많으면 안됩니다.

▶ 다시 세무사회 이야기입니다. 공익재단 이사장을 세무사회장이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음... 세무사회는 하나다라는 측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재단의 자금을 운용함에 있어서 효과가 제일 좋아야 한다고 봅니다. 효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주겠다고 한 사람하고 주는 사람이 다르다면 그건 효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세무사상을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도록 공익재단 역시 세무사회장과 재단이사장을 일원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재단이 세무사회와 동떨어진 독립적인 재단이 아닌 만큼 한국세무사회장이 공익재단의 이사장과 임기를 같이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무사회 전산법인 한길TIS의 이사장도 한국세무사회 회장의 임기와 동일하게 운영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될 것 입니다.

▶ 최근 경기도 모 시(市)에서 구청을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무행정에서 지방국세청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와도 맥락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방세무사회도 필요한 것인가라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습니다. 한때 세무사업계에서는 지방세무사회의 폐지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국세무사회는 본회와 지방세무사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1만1천여 회원들을 위한 정책건의와 대외활동을 위해 본회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며, 본회의 정책 시행을 위해 지방세무사회는 소속 회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회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상호 유기적인 역할과 지원을 통해 한국세무사회가 잘 운영되도록 할 것입니다.

◆ “세무사 출신 국회에 많으면 좋다…저는 회장직만도 버겁다”

▶ 이제 개인적인 질문입니다. 혹시 다가오는 4.13 총선에 공천을 신청할 생각이신지?

=저는 전혀 그런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회장으로 취임했던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세제실장 시절 못지않게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해결해야 될 일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무사 출신들이 국회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능력만 되면 가야 됩니다. 그러나 저는 세무사회장 역할만 하는데도 버겁습니다.

백운찬이라는 사람은 절대 사심으로 회장이 됐거나 일을 하지 않습니다. 회원들을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쉴틈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만 회원들이 알아줘도 대만족입니다.

▶ 끝으로 50년 뒤에도 세무사라는 직업이 존속하고, 또 사회에 꼭 필요한 자격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세무사가 국가기관과 납세자의 교량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전문자격사로서 납세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세무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직하고 부정하지 않는 올바른 세무사가 된다면 납세자도 세무사에게 맡기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세관청도 국가업무를 세무사가 맡아 수행함으로써 효율적인 세무행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세무사회가 앞장서서 자정활동을 강화하고 클린한 세무사를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1만1천여 세무사회원들에게도 축복이 내리는 병신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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