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업계의 ‘행복바이러스’…“1만여 회원이 행복하다면 기꺼이 고생”

거래처관리카드 등 12년여 사무실 노하우 담긴 40여개 서식 ‘무료공개’

 

백재현 의원 주최 세제개편간담회…전자신고세액공제 유지 ‘강력호소’

먼지 풀풀 나는 사무실 창고 뒤져 ‘10년 전 서식들’ 찾아내 설득 ‘주효’

지난 12월 5일 오후 4시 국회 의원회관 2층 제2세미나실. 세무사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세무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김상철 서울세무사회장, 한헌춘 전 중부세무사회장, 이영진 서울세무사회 홍보이사, 황선의 종로지역세무사회장,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 임종석 세무사, 안연환 세무사고시회장, 구재이 세무사고시회 부회장, 이동헌 세무사고시회 감사, 윤수정 세무사, 김집중 세무사, 황영현 세무사, 이창식 세무사, 정찬선 세무사 등등.

백재현 의원이 주최한 ‘2014년 세제개편안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었다. 백재현 의원을 비롯해 이용섭 의원, 홍종학 의원,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위원장인 나성린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 의원들은 모두 조세소위 위원들이었다.

◆ 자신의 창고 뒤져 먼지 묻은 ‘2001년도 신고서식’ 찾아내 국회의원들 설득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문제가 제기된 것은 세무사들에게 돌아가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 절대 안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말보다는 보여주는 것이 이해를 돕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간파한 사람이 황선의 세무사(종로지역세무사회장)였다.

그는 지난 11월 세무사미래포럼이 전자신고세액공제폐지에 대한 반대 건의서를 내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 폐지의 부당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고민을 해왔다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다.

황 세무사는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세액공제 같은 세제지원이 아닌 세무사들의 ‘노동의 대가’이기 때문에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국 1만여 세무사와 세무사사무소 직원 5만여 명이 참여하는 전자신고는 국세행정 업무를 과학화, 선진화하는데 1등 공신이었다”면서 “국세청은 6만 명의 외부인력을 국세행정에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세무사는 구하기 힘든 ‘2001년도 법인세 세무조정계산서 총괄표’를 들고 나왔다. 2012년 자료와 함께였다. 먼지 풀풀 나는 자신의 사무실 창고를 뒤져 찾아냈다고 했다. 그리고 세무사들이 전자신고로 입력해야하는 부가가치세 신고서식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소득세 세무조정계산서 총괄표 서식도 직접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황 세무사는 “각종 조세신고서식이 전자신고제도가 없던 10년 전에 비해 대폭 증가했으며, 한 장짜리 부가가치세 신고서식은 2005년도부터 두 장을 제출하도록 했고, 법인세세무조정계산서총괄표도 10년 전 136개에서 228개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500만 명이 넘는 근로자의 연말정산 영수증은 1장에서 무려 5장으로 제출토록 되어있는 등 세무사들의 일이 10년 전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황 세무사가 보여준 먼지 뭍은 서식들을 본 국회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 만점이었던 것. 조세소위원장인 나성린 의원으로부터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폐지는 어려울 것 같다”는 화답이 나왔다. 그동안 노심초사해오던 1만여 세무사들에게는 함박눈 같은 소식이었다.

황선의 세무사는 2013년 세무사업계가 ‘3선 논란, 세무사회장 선거,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등 안팎으로 거센 풍파를 겪는 와중에서도 이처럼 묵묵히 세무사들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을 소리 없이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개업 2년차 세무사가 ‘세무사 성공비결’ 강의…등줄기엔 ‘식은땀’

지난 11월 전?현직 국세공무원 1만여 명이 구독하는 국세동우회가 발간하는 ‘회원광장’에 지난 7년간 한국세무사회에서 실시한 국세경력자 실무교육에서 “제 강의 4시간만 들으면 세무사로 성공할 수 있다”고 큰소리 떵떵치던 명강사의 체험기가 실렸다.

황선의 종로지역세무사회장이 장장 7년간 세무사회에서 강의해온 체험기였다. 그리고 그가 12년 동안 세무사사무실을 운영해 오면서 체득한 40여종의 업무서식을 세무사회원들을 위해 무료로 공개한다는 내용이었다.

황 세무사는 국세청에서 25년가량 근무했다. 그리고 2001년 세무사시험에 합격해 지금까지 12년째 세무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세무사회에서 국세경력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한 것은 개업한지 겨우 2년만이었다. 그것도 ‘세무사사무실 성공비결’이라는 제목이었다. 세무사회로부터 강의를 요청받고 이제 갓 개업한 풋내기 세무사에게 무슨 성공비결이냐며 단번에 거절했으나, 집요한(?) 세무사회 사무국의 요청으로 강단에 설 수밖에 없었다.

2년 동안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주섬주섬 챙겨 며칠 밤을 꼬박새면서 교재를 만들어 2004년 3월 난생 처음 강단에 섰다. 그는 소위 국세청 하위직 출신이었다. 그러나 교육생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고위직들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말도 걸기 어려운 분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도 했다. 그것도 ‘세무사사무실 성공비결’이라는 제목이었다.

3월 중순임에도 오뉴월 혹서기처럼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했다. 그리고 강의는 끝났고,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얼굴이 빨개져 말을 더듬거리면서 강의한 것에 대한 격려의 박수겠거니 하고 ‘걸음아 날 살려라’고 도망치듯 강의장을 빠져나왔다.

며칠 후 세무사회에서 “최고의 강의로 평가 받았습니다”라는 전화가 왔다. 황 세무사는 그날 받은 박수는 격려도 있었지만, 칭찬이었던 것 같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황 세무사는 자신이 강의를 계속한다는 것은 과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후의 강의는 수차례 거절했다. 그러나 세무사회의 고집도 대단해 황 세무사가 졌다. 하지만 황 세무사는 ‘성공비결’이라는 제목보다는 ‘사무실 운영사례’로 바꾸자는 조건을 달았고, 다시 그의 명품 강의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교육 후 설문조사에서 줄곧 ‘최고’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리고 지난 2011년 6월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왔다.

현재 세무사로 활동 중인 3500여명이 그의 강의를 들은 회원들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국세경력자 뿐 아니라 수습세무사(45,46,47기)도 포함돼 있다. 어떤 회원들은 “황 세무사님 강의 4시간동안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습니다. 개업하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정말 필요한 강의에 한눈 팔 시간이 없었습니다. 개업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족집게 강사처럼 맞춤과외를 해주어 이번 교육비 3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는 모 서장님의 칭찬에 힘이 절로 났다.

이런 ‘명강사’였던 황 세무사는 지난 2011년 7년간의 강의를 접고 현재는 종로지역세무사회장으로 활동중이다.

◆ 12년 노하우 담긴 40여 가지 업무서식 한국세무사회 등에 ‘무료 공개’

그리고 그는 7년간의 강의 노하우가 담긴 40여종의 업무서식을 회원들에게 무료로 공개하면서 또 한 번 회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황 세무사가 공개한 서식들은 비상장주식 평가 자동 엑셀프로그램. 조사 및 불복청구 등 세무대리 계약서, 표준근로계약서, 불복청구대리 계약서, 세무컨설팅계약서, 상속세신고 체크리스트, 양도소득세신고 체크리스트, 영업권평가조서 등 세무사사무소에 꼭 필요한 서식들이 망라돼 있었다. 법정서식이나, 이미 공개된 것이 아닌 모두 황 세무사 자신이 손수 만든 ‘날 것’들이라고 했다.

본인이 세무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만들어 놓은 소중한 자료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선뜻 공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황 세무사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이미 서울세무사회와 세무법인 정명의 홈페이지를 통해 수천 명이 다운로드한 상태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무사회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당연히 세무사들 사이에서 ‘역시 황선의!’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전문자격사들은 자신이 만든 이런 노하우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 유료로 전환해도 엄청 팔려나갈 것이라는 게 주변 세무사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황 세무사가 자신의 노하우를 회원들에게 선뜻 공개하는 이유가 뭘까?

“혹시 내년에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신가요?”라고 물었다.

황 세무사의 대답이 또 멋있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씩 웃으면서 “국세동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국세동우님들께 도움을 드릴 일을 찾다 보니 국세동우회 회원광장을 통해 자료를 소개하고 싶어 졸필임에도 기고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개된 40여 가지 서식에는 안수남, 배택현, 손상익, 고경희 세무사분들이 만든 자료도 있다”면서 “이를 잘 정리해 서식화해서 만든 것인데 업무에 필요한 1만회원이 이들 서식을 다시 만든다면 나와 똑 같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니 이런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도 사실 확인 차원에서 세무법인 정명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봤다. 기자의 눈에는 ‘알면 돈이 되는 세무사상식’이 눈에 띄었다. “회원님들이 수임업체에 세무상담을 할 경우나 또 동창회, 향우회 등에서 세금상식 강의시 교재로 활용하시라고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엑셀이용방법을 설명한 페이지에서 기자는 황 세무사의 노하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엑셀특수기호를 요약해 놓은 부분이었다. 기자도 한글작업을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이 기호들을 어떻게 이렇게 요약해 두고 사용할 생각을 했을까였다. 기자는 ‘정말 기똥찹니다’라는 말을 연거푸 했다. 그에게 기자는 ‘서식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싶었다. 그러자 황 세무사는 지금도 세법전에 자리 잡고 있는 소득세 시행규칙 40-4호 서식을 자신이 국세청 소득세과 근무시절 만든 것 이라고 했다.

황 세무사는 그의 노하우 공개와 관련 “한 사람의 고생으로 1만 명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라고 했다. 기자는 이런 생각이 회원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행복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울회장은 건너뛰고 본 회장에 나가도 되겠네요”라고 덕담을 했다.

회원사무소 인력난 해소위한 넘치는 아이디어 그리고 몸으로 참여

황 세무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열정’적이라고 표현한다. 솔직히 대부분 세무사들의 경우 고객들의 세무업무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사무실 일만해도 바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황 세무사는 자신의 사무실 일보다 세무사들 모두의 고민인 인력난 문제에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황 세무사는 서울시에서 임금을 지원하는 ‘특성화고교생 인턴십’제도의 지원 대상을 상시근로자 20인 이상에서 5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키로 하는데도 일조했다. 지난 7월 대동세무고에서 열린 ‘산·학·관협의회’에 직접 참석해 김상철 서울회장이 지원대상 확대를 강력하게 요청하는데 힘을 보탠 것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 12월 2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상업계열 남학생 취업촉진을 위한 간담회’에도 참석해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제안이 성사될 경우 세무사사무소의 인력난 해갈에 더없는 ‘단비’가 될 것이란 기대다.

이날 간담회에 황 세무사가 참석한 것은 서울시교육청에서 황 세무사를 지정해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 평소 특성화고교생들의 취업과 세무사사무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열정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교육청이 알고 있었던 것.

황 세무사는 이 자리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세무사사무소 취업을 기피하는 것도 있지만 세무사사무소에서도 남학생의 신규채용을 꺼리는 이유도 있다”면서 ‘군(軍), 급여, 업무소화 능력, 이직 문제 등 4가지' 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업계열 특성화고교생에게도 산업기능요원제도(군입대 대신 산업체에서 34개월 근무)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서울시교육청 류장경 장학사는 황 세무사가 밝힌 특성화고 졸업생들도 산업기능요원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황 세무사는 종로지역세무사회를 주축으로 특성화고교생들의 취업난 해소와 회원사무소의 인력난 해갈을 위해 대동세무고와 경기상고와의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 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원사무소 실무견학을 추진하고 있다.

앉아서 하늘만 쳐다보고 인력난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스스로 나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 세무사는 그러면서 “지금 세무사업계는 경력직원만 선호하는 추세인 만큼 회원들이 개업할 때 신규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1~2년차 직원을 채용하면 300만원, 3~5년차는 500만원, 6년 이상은 700만원의 직원 채용비용을 세무사회에 납부토록 해 이를 재원으로 하여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회원사무소에 300~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새로운 제안도 인터뷰에 넣어달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회원들이 큰 부담 없이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어 회원들은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고, 국가적으로는 취업률도 높일 수 있는 1석2조의 ‘상생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당장 나만 살자고 경력직원을 무턱대고 빼가는 '몰염치한 채용'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자는 “아주 멋진 아이디어인데요”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그는 분명 많은 아이디어를 가진 세무사업계에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보석’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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