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을 뒷받침 할 재원마련을 위한 세무조사가 확대하면서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세무조사가 많다느니 세무조사를 통해 세수확보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느니 등등.

그렇다고 국세청에 대놓고 세무조사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국세청은 조세징수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미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읽어내고, 새해 초부터 어려운 세입 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 본·지방청에 ‘세수관리 특별대책반’을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전국의 각 지방청장들과 세무서장들을 불러모아놓고 세무조사, 세원관리, 체납징수 등 현장중심의 세정활동을 강화해 소관 세수 중 노력세수의 비중을 8% 이상 수준으로 상향시키겠다는 방침을 시달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세청의 힘으로는 복지재원 마련이 버겁습니다’라고 진언을 할 수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예 대놓고 세무조사를 확대해 노력세수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력세수라니?

국세청 입장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일 수 있으나, 선량한 기업과 성실한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모조리 수익을 누락한 잠재적 불성실납세자로 간주하겠다는 이야기로도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수 만은 없다.

물론 아직도 많은 국세청 사람들은 납세자가 제출한 세무자료는 진실한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납세자권리헌장은 어디에 쑤셔 박아놓았는지 ‘털면 먼지 안 나오는 곳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들에게 대놓고 노력세수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좀 심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덧붙이면 세무조사의 빈도를 국세청 마음대로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거니와 세무조사를 통해 복지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에도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그동안 국세청은 세무조사는 국민들의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수단으로서 최소한으로 실시되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자주 펴왔다.

그러던 것이 새 정부 들어 느닷없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들고 나오면서 세무조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노력세수를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탈루소득을 찾아내어 세금을 제대로 거두겠다는 의지는 좋다.

하지만 세무조사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국세청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국세청이 발을 잘못 들여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칫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까하는 걱정스런 시선이 많다.

세무조사는 납세자들이 신고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바로잡는 행정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세무조사를 통해 노력세수를 늘리겠다고 나섰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까지 통할까? 국세청은 알면서도 말 못하는 속사정이 있겠지만 조금 덜 요란했으면 좋겠다.

세금징수는 ‘거위 털을 뽑는 것’이라는 말처럼.

최근 만난 한 전직 국세청 고위간부는 “국세청장은 힘으로 세수를 늘리려 해서는 안된다. 납세자들이 즐겁게 세금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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