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으로 중복세무조사(재조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1. 사실관계와 쟁점

가.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XX. 10. 21.부터 20XX. 12. 15.까지 원고의 2000 및 2001 각 사업연도에 대한 정기 법인제세 일반 세무조사(이하 ‘제1차 세무조사’라 함)를 실시하여, 원고가 해외 현지 자회사인 A헝가리와 A아메리카(이하 ‘소외 회사들’이라 함)에 대한 대여금채권, 보증채무 변제로 인한 구상금채권 및 관계회사에 대한 공사미수금채권의 회수를 지연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나.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소외 회사들에 대한 구상금채권 등의 회수지연이 이와 연접한 사업연도에도 계속되었는지와 그 폐업․청산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원고로부터 소외 회사들의 폐업․청산에 관한 자료 등을 제출받아 구상금채권 등의 회수지연이 계속되었는지와 관련된 내용을 위주로 조사한 다음, 1998 내지 2002 각 사업연도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하고 1998 내지 2000, 2002 각 사업연도 차입금 지급이자를 손금불산입하는 내용의 세무조사결과를 피고에게 통보하였다.

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그 이후인 20XX. 11. 15.부터 20XX. 4. 23.까지 원고의 2002 내지 2005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제세 통합조사(이하 ‘제2차 세무조사’라 함)를 실시하여, 원고가 2002 사업연도에 손금산입한 이 사건 대손금을 손금불산입하고 이를 업무무관 가지급금으로 보아 2003 내지 2005 사업연도 인정이자를 익금산입하는 내용의 세무조사결과를 피고에게 통보하였고, 피고는 20XX. 1. 1. 원고에게 이 사건 대손금을 손금불산입하여 2002 사업연도 법인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위와 같이 원고의 2002 사업연도에 대해 두 차례의 세무조사가 실시된 경우 이러한 재조사(또는 중복조사)가 세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재조사에 해당되는지 여부(2차 세무조사가 위법한 재조사로 판단되면, 원고에게 부과된 2002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은 위법한 처분이 되어 취소됨)이다.

2.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두14224 판결:재조사가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함

대법원은 "세무조사 관련 규정의 문언과 체계, 같은 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조세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할 필요가 있는 점, 재조사를 금지하는 입법취지에는 세무조사기술의 선진화도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세무공무원이 어느 세목의 특정 과세기간에 대하여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한 경우는 물론 그 과세기간의 특정 항목에 대하여만 세무조사를 한 경우에도 다시 그 세목의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고, 세무공무원이 당초 세무조사를 한 특정 항목을 제외한 다른 항목에 대하여만 다시 세무조사를 함으로써 세무조사의 내용이 중첩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다만 당초의 세무조사가 다른 세목이나 다른 과세기간에 대한 세무조사 도중에 해당 세목이나 과세기간에도 동일한 잘못이나 세금탈루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어 관련 항목에 대하여 세무조사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당초 세무조사 당시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초 세무조사를 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 대하여 향후 다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두12062 판결 참조)"라고 했다.

이어 "업무무관 가지급금 등 채권의 회수지연이 있을 경우 그것은 해당 사업연도 인정이자 익금산입 대상 및 차입금 지급이자 손금불산입 대상이 되고 그러한 잘못은 채권의 회수지연이 계속되는 한 다른 사업연도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시정하는 기회에 다른 사업연도의 잘못도 함께 시정할 필요가 있는 점, 각 사업연도마다 같은 종류의 잘못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그 조사대상이 한정될 뿐만 아니라 조사내용도 단순명료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조사에 따른 납세자의 부담은 크지 아니한 반면 이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과세관청에 대하여 다른 사업연도 전반에 관한 조사로 확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제1차 세무조사 당시 원고의 소외 회사들에 대한 구상금채권 등의 회수지연이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에 국한하여 2002 사업연도에 관한 조사를 하였다가 제1차 세무조사 당시 조사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 대하여 제2차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당초 세무조사 당시 다른 과세기간의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결했다.

3. 대상 판결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은 중복세무조사에 대해 계속하여 절차적 적법성을 엄격하게 지킬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여 위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부과처분을 모두 위법한 부과처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A법인의 관할세무서장이 조사대상 세목을 ‘법인세 부분조사’로, 조사대상기간을 ‘2006. 1. 1.부터 2010. 12. 31.까지‘로, 조사범위를 ’본사 지방이전에 따른 임시특별세액 감면과 관련한 사항‘으로 한 세무조사결정을 통지하고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에 다시 A법인에게 조사대상세목을 ’법인제세 통합조사‘로, 조사대상기간을 ’2009. 1. 1.부터 2010. 12. 31.까지‘로 하는 세무조사결정을 통지한 사안에서 위와 같이 이미 세무조사를 실시한 동일한 기간(2009. 1. 1.부터 2010. 12. 31.)의 동일한 세목(법인세)에 대해 다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위법한 재조사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두12062 판결).

또한 대법원은 피고가 2001. 2. 20.부터 2001. 6. 29.까지 원고에 대하여 조사대상 세목을 ‘법인세 외’로, 조사대상기간을 ‘1996년부터 1998년까지’로, 과세대상기간을 ‘1996년부터 2000년까지’로 하는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2000 사업연도의 임대료 수입누락, 계열사 선급금 과다지급 등의 사유로 2000 사업연도 법인세를 부과할 예정임을 고지한 이후, 다시 2005. 12. 7.부터 2006. 1. 5.까지 원고에 대하여 조사대상 세목을 ‘법인세 등’으로, 조사대상기간을 ‘2000 사업연도’로, 조사사유를 ‘주식변동내용 확인’으로 하는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에 기초하여 법인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에서, 두 번째 이루어진 세무조사는 원고의 2000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3 제2항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고, 그에 앞서 이루어진 세무조사의 대상에 ‘주식변동내역’에 관한 부분이 제외되어 있었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으므로, 이에 따른 법인세 부과처분은 위법한 재조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두6206 판결).

대상판결은, 어느 사업연도에 업무무관 가지급금 등 채권의 회수지연이 발생한 경우 이러한 행위는 회수지연이 계속되는 한 그 가지급금 등 채권이 소멸되는 사업연도까지 계속하여 법인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와 같이 동일한 사유가 계속하여 다른 사업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조사대상이 한정되며 그 내용도 단순명료한 경우에는 동일한 과세연도(이 사례의 경우 2002 사업연도)에 대해 1차로 그 사유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그 이후에 그 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 대하여 2차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재조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재조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대법원이 예외적으로 재조사를 허용한 사례로서 재조사가 허용되는 경우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글, 유철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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