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명예퇴직’의 계절이 찾아왔다.  

오는 6월말로 국세청 서기관 이상 간부들이 정년보다 2년 먼저 옷을 벗는 명예퇴직 대상자가 40여명이며, 실제로 퇴직할 것으로 보이는 간부는 20명을 웃돌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명예퇴직제는 다른 부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국세청만의 특이한 인사풍경이다. 서기관 이상 간부들이 후배들의 인사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국가공무원법에 보장된 정년을 2년가량 앞두고 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고령화 사회를 접어들면서 정년을 연장하고 있는 사회적 추세와도 완전히 ‘딴 세상’이야기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명퇴’는 오랜 세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아름다운 전통이자 문화로 포장되어 오면서 관습법과 같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서기관급 1명이 퇴직하면 뒤따르는 서기관, 사무관, 6급, 7급 등등 줄줄이 승진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재론의 여지가 없었다.   

또 명퇴제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나올 때면 서기관급 1명의 월급으로 2~3명의 신규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공무원 정원의 경우 사기업체처럼 맘대로 늘렸다 줄였다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에서 좀 궁색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세청의 명퇴제는 사실상의 ‘강제퇴직(강퇴)제’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명퇴제와 전혀 상관없는 6급이하 직원들의 경우는 별반 관심이 없겠지만 사무관들이나 초급 서기관들의 경우 명퇴제에 대해 호평을 하다가도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면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공무원법 어디에도 없는 사실상의 ‘권고사직’이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불만은 더 이상 표출되지 못하고 불만 그 자체에서 그치고 만다. 대놓고 반발을 하는 국세청 서기관급은 드물다. 대부분 자신이 명퇴할 시기를 알고 순순히 결정한다. 자신들도 서기관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강퇴’ 덕분이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솔직히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경우 혹시 모를 서슬퍼런 감찰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지 모른다는 것도 아쉬운 퇴직의 결정을 쉽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물론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세청 조직만이 줄 수 있는 ‘당근’도 있다.  

국세청의 서기관급의 명퇴는 대개 매년 6월말이나 12월말 두 차례 이뤄진다. 그래서 국세청은 보통 이즈음 간부급 전보인사를 단행하곤 한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근무할 남은 일수를 계산해 명퇴수당이 지급된다. 국가공무원 수당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계산되어 지급되는데 현재 받는 월급의 40%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을 시키지도 않는 공무원들에게 국가에서 수당을 지급하느냐는 반문이 뒤따를 수도 있으나 고참 서기관들의 희생으로 서기관, 사무관 등 연쇄승진에 따른 조직의 활력이라는 논리에 이내 수긍하고 만다.  

하지만 명퇴든 강퇴든 그리고 당근을 주든 주지 않든 말 그대로 정년보다 일찍 물러난다는 것은 서운하고, 또 분명 다른 공무원들과 비교해 공평하지 못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두고두고 뒷말이 나오는 ‘강퇴제’ 이제 손질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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