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국세청 명퇴제가 후진들을 위한 아름다운 전통이자 문화로 포장되어 왔다고 썼다.

맞다, 그렇게 포장만 되어왔을 뿐 실제로 국세청 명퇴제는 ‘강퇴제’로 운영되어온 측면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당근과 채찍을 겸한 국세청 인사숨통을 틔우기 위한 수단에서 말이다.

왜 그들은 공무원에게 보장된 정년을 2년이나 앞두고 순순히 퇴직을 할까? 일반인의 경우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닐 텐데...

과거 어떤 세무서장은 명퇴를 앞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어떤 세무서장은 “행정고시(사무관)에 합격했을 때는 고향마을에 플래카드까지 나부끼게 했던 전도양양한 청년이었는데 겨우 한 직급으로(서기관) 승진하고,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되었다”면서 국세청 인사시스템을 한껏 비판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몸 바쳐온 공직을 정년이 되어 떠나는 것도 눈물 나는 일인데 본인의 뜻이 아닌 조직의 요구에 의해 먼저 떠난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 당연히 조직은 이런 분들의 아픔을 달래줄 당근이 필요할 터.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지금 개혁의 대상으로 일컬어지는 ‘전관예우’라는 쪽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다른 부처와 달리 국세청 주변에는 전직 고위관료들이 둥지를 틀만한 공기업같은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고작 간다는 곳이 '술'(주류)자가 붙은 단체나 기업들에 낙하산처럼 내려 앉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 기업들은 ‘낙하산’이라는 말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이사회 등을 통한 선임절차를 철저히 지킴으로써 법적인 문제는 깔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기업들은 이왕 국세청의 인허가사업을 하는 마당에 오히려 국세청 출신을 모셔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다.

국세청도 전직 간부들이 주류회사 등에 취업하는 것과 관련 숱한 세월 국세청이 힘으로 투하한다는 비판을 받아오면서도 선뜻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런 낙하산 인사외에 강퇴인 줄 알면서도 후진들을 위한 용퇴라고 둘러대면서 순순히 물러나게 하는 당근은 또 있다.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의 취업과 고문알선 행위라는게 국세청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전관예우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했으나, 솔직히 아직까지 전면이라는 단어는 무색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만난 한 일선세무서 직원은 “우리 서장님 명퇴를 앞두고 있는데 고문자리 몇 개는 만들어 드려야 하는데...”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국세청 직원들이 퇴직 직원들에게 고문 자리를 알선하는 행위는 아주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이어서 국세청 관련 부서에서도 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배들이 강퇴를 해야만 승진을 할 수 있고, 또 언젠가 다가올 나의 승진을 위해 선배들에게 고문을 알선하는 후진적 먹이사슬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지?

이제 사실상의 강퇴제에 덧씌워진 아름다운 명퇴라는 허울을 벗겨내고, '명예퇴직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줄때가 되지 않았을까?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