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건춘씨가 국세청장에 기용되었다. 그리고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안정남씨가 이어 받았고, 뒤를 이어 안 씨의 고교 후배인 손영래씨가 바통을 이었다.

안씨는 건교부 장관으로 영전하는 영예를 안았지만 부동산투기 등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오르면서 장관에 오른지 23일 만에 낙마했다. 그리고 그의 후배인 손 전 청장도 퇴직 후 법정에 서는 등 뒷모습이 좋지 못했다.

 

결국 국세청은 외부인 청장을 맞아야 했다.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섭 의원이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이용섭 국세청장의 임명은 잇따라 터진 고위직 비리로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곤두박질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혈이었다. 세제실장 출신인 이 전 청장은 혁신을 모토로 국세청 개혁에 박차를 가해 다소나마 국세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뒤이어 당시 정권의 핵심권력층과 가까운 이주성씨가 국세청장에 오르면서 다시 국세청 출신이 수장에 올랐으나, 14개월 가량 재직하다 갑자기 사임했다. 그의 사임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결국 그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또 뒤이어 수장이 된 전군표씨, 한상률 씨의 뒷모습도 좋지 않았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국세청은 또다시 외부인 청장을 수혈했다. 백용호씨였다.

 

이명박 정부 첫 국세청 수장에 임명된 백용호 청장은 당시‘비리집단’으로 불리기도 한 국세공무원들을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 외부인 감사관을 채용하는 용병술을 보였다, 문호승 감사관이었다. 그는 21개월 남짓 근무하다 친정인 감사원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방국세청 간 교차감사를 실시하는 등 세무부정 척결에 나름대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3년 또 국세청은 외부인 감사관을 맞았다. 이번에는 검사출신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양근복 감사관이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수재라고 한다.

 

국세청은 2일 이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양 감사관도 국세청 기자실을 들러 인사를 했다고 한다.

 

국세청이 양 감사관을 영입한 것은 최근 드러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공무원들의 뇌물비리사건이 직접적인 이유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국세청 수장으로 부임한 김덕중 청장이 인사청문회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외부인을 임명한 것이다.

 

과연 이런 방법밖에는 없었는가?

 

국세청장들이 잘못해 신뢰가 떨어지면 외부인 청장으로 수혈을 하면서 조사국 직원들이 잘못했을 경우에는 왜 감사관을 바꿀까? 조사국 직원들이 뇌물을 받았으면 뇌물 받은 직원을 일벌백계하고, 또 뇌물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지 외부인 감사관의 영입이 꼭 필요한 것일까? 검찰출신 감사관이 왔으니 ‘이제 니들 다죽었다’ 뭐 이런 것인가?

 

감시자가 누구냐에 따라 직원들의 행동과 사고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이것만이 최선의 방법인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국세청이 양 감사관을 영입한 직접적인 이유가 최근 드러난 조사1국 사람들의 뇌물수수였다면 이 또한 잘못된 판단이다. 최근 경찰이 발표한 조사1국 사람들의 뇌물수수 사건은 국세청이 자랑해온 외부인 감사관인 문호승씨가 감사관으로 있던 2011년 2월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부인 감사관을 영입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예방효과가 탁월할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라면 큰 오류인 것이다.

 

그리고 또. 조사국 직원들의 입장은 어떨까?

 

공무원의 처지에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할 형편이 못되어 말 못하고 있겠지만 외부인 감사관을 영입하고, 또 그것을 대대적으로 공표한다는 것은 '우리 조직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어, 외부인을 영입해 반드시 잘못을 잡아 낼 테니 국민여러분 이제는 국세청에 신뢰를 보내주세요' 라는 일종의 ‘대자보’라는 점에서 솔직히 못마땅한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은 사명감과 국가관이 투철한 선량한 공무원들이다. 2만명 국세공무원 모두를 잠재적 비리혐의자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쇼'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사국 직원들의 비리는 감시자가 물러 터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비리가 발생하면 직원 뿐 아니라 뇌물 준 사람도 함께 처벌하고, 한번 걸리면 조사국 퇴출이 아닌 공직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그리고 비리자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등 강력한 대책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것을 운용할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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