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원천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이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있는지에 관한 판결이다.

1. 사실관계

서울지방국세청은 원고에 대하여 정기 세무조사를 한 다음, 원고의 대표이사로 있던 피고가 소외인과 OO통상 주식회사(이하 ‘OO통상’이라고만 한다) 등 제3자를 개입시킨 우회채권매매거래를 통하여 원고로부터 OO반도체 주식회사가 발행한 사모사채(이하 ‘이 사건 사채’라 한다)를 저가로 양수함으로써 부당하게 5억5491만 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아 그 이익액을 원고의 익금으로 산입함과 아울러 피고의 1998년 귀속 소득으로 보아 2004. 6. 29. 원고에게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4. 7. 12. 원천징수의무자로서 피고의 변동된 소득금액에 대하여 추가로 근로소득세 2억2196만4000원과 주민세 2219만6400원 합계 2억4416만400원을 원천징수세액으로 납부한 후 피고에게 위 원천징수세액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원천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이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있는지 여부이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4다82491 판결: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원천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있음.

가. 원천징수제도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실체법적으로 부담하는 원천납세의무의 이행이 원천징수라는 절차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실현되는 제도로서 원천징수세액의 납부로 인하여 원천납세의무자는 국가에 대한 관계에서 해당 납세의무를 면하게 되므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세액을 공제·징수하지 아니한 채 이를 국가에 납부한 경우에는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6다4978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천징수의무자가 이와 같은 구상권을 행사할 때에는 국가에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사실뿐만 아니라 원천납세의무자의 납세의무가 존재한 사실까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과세관청의 대표자 상여 소득처분 및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라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법인이 구상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은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사실뿐만 아니라 원천납세의무자인 대표자의 해당 납세의무가 존재한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원고가 1998. 9. 9. 이 사건 사채를 소외인과 그가 경영하던 OO통상에게 매도하였고, 그들은 이 사건 사채를 다시 OO창투와 OO바코에게 매도하였으며, 이들이 1998. 10. 10.부터 1998. 10. 15.까지 이를 최종적으로 피고에게 매도하였는바, 서울지방국세청은 이 사건 채권매매, 즉 이 사건 사채가 이와 같이 3차례에 걸쳐 매매된 것을 두고 실질적으로 원고로부터 직접 피고에게 이 사건 사채가 저가로 양도된 것이라고 보아 소득처분하고 원고에게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한 사실, ② 원고는 당시 대표이사였던 피고가 충실의무 또는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이 사건 채권매매를 함으로써 결국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사채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영업기회를 상실하게 하는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 ③ 위 소송의 제1심에서는 피고가 이 사건 채권매매의 전 과정을 계획·조정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원고의 자금을 이용한 OO창투와의 거래 외에는 피고가 원고 대표이사의 직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사채를 거래한 사실도 인정할 수 없으며, 원고가 이 사건 사채를 소외인과 OO통상에게 매도한 최초 거래가 원고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고, 이후 원고의 항소와 상고 역시 같은 이유로 모두 기각되어 확정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더하여, 기록상 달리 피고가 이 사건 채권매매의 전 과정을 계획·조정하여 실제로는 원고로부터 직접 이 사건 사채를 매수하면서도 제3자들을 형식적인 거래 당사자로 개입시킨 것이라거나 그 밖에 원고가 이 사건 사채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어 있지 아니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채권매매의 거래당사자 중 일부가 피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거나 그중 일부 거래가 피고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사채가 우회적인 거래형식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원고로부터 피고에게 저가로 양도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천징수의무자인 원고가 원천납세의무자인 대표자의 납세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증명책임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가. 원천징수의무자와 원천납세의무자의 관계

(1) 양자간에 세법상의 법률관계는 없고 민사관계만 존재하므로, 연대납세의무나 제2차납세의무를 지는 관계가 없다. 예를 들면, 대표이사의 횡령으로 인하여 인정상여처분한 경우 법인이 대표이사에 대하여 원천징수세액 상당액을 민사상으로 청구하는 경우와 같이 원천징수의무자가 징수누락한 원천징수세액에 대하여 납세고지를 받고 당해 세액을 납부한 후에 원천납세의무자에게 그 지급을 청구하는 관계는 순수한 민사관계이다.

(2)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구상범위에 원천징수할 세액 이외에 가산세나 가산금이 포함되는지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하지 못하여 발생한 가산세와 가산금은 원천납세의무자의 귀책사유 유무에 관계없이 구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원천징수의무자가 부담하며, 본세액에 대한 민사상의 법정지연손해금은 구상의 범위에 포함된다(대법원 1979. 6. 12. 선고 79다437, 6190 판결).

(3) 대표이사 상여처분에 있어서 원천징수의무자(법인)의 구상청구에 대한 원천납세의무자의 항변(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의무자의 구상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은 아래와 같이 두 가지가 있다.

(가) 사외유출된 소득을 법인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항변

법인의 대표이사가 그의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의 수익을 사외로 유출시켜 자신에게 귀속시킨 것 중 법인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 것임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이사 자신에 대한 상여 내지 이와 유사한 임시적 급여로서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것이다(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누9666 판결). 따라서 사외유출된 소득 중 법인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 증명된 금액은 법인세법상 손금으로서 소득처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원천징수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것이다.

(나) 대표자에게 실제 귀속된 것이 없다는 항변

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누519 판결은 사외유출된 소득의 귀속자가 불분명하여 대표자 인정상여처분을 하고 법인이 소득세법에 따라 원천징수의무를 지도록 되어 있으나, 법인과 대표자 개인간의 내부관계에서는 법인이 이를 대표자로부터 징수함이 없이 대납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여로 인정된 소득이 실제로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라면 법인은 대표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 선고된 대법원 1988. 11. 8. 선고 85다카1548 판결은 귀속불명의 소득을 대표자 인정상여처분하는 경우 비록 대표자가 법인으로부터 실제로 상여를 지급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표자의 근로소득세 납부의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따라서 대표자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에게 원천징수세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위 87누519 판결과 반대되는 결론을 취하였다.

법인세법의 소득처분규정 및 소득세법의 원천징수규정이 유효한 이상 대표자는 법인의 원천징수의무 이행으로 자신의 소득세 납세의무(귀속불명으로 인정상여처분된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를 면하는 부당이득을 한 것이므로, 위 85다카1548 판결이 타당하다(법인세법에 의하여 상여처분된 금액도 근로소득에 해당.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3호).

위와 같이 모순되는 대법원 판결은 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6다4978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정리되었다. 즉, 위 2006다49789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표자는 익금산입액의 귀속이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상여처분된 소득금액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액이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이 납부한 갑종근로소득세액 상당을 당해 법인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 경우 법인의 구상금청구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여 옴으로써 그 내부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대표자가 인정상여로 처분된 소득금액이 자신에게 귀속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귀속자가 따로 있음을 밝히는 방법으로 그 귀속이 분명하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종전의 상반된 대법원 판결을 위 85다카1548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통일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법인이 대표자에게 자산을 저가양도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대상이 되는 경우 법인은 시가와의 차액을 양수인에게 분여한 것이 되어 이를 상여처분하고, 원천징수의무자로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할 의무가 있다.

이와 같이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액을 징수함이 없이 이를 국가에 납부하면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원천납세의무자는 원래 원천납세의무의 존재와 범위를 다투어 그 구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16889 판결). 대상 판결은 이러한 경우 원천납세의무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 판단한 것이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원천납세의무의 존재 여부와 그 범위를 원천납세의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였으나, 대상 판결은 그 입증책임이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사안에서 대표자의 납세의무 존재 사실, 즉, 자산의 저가양도로서 부당행위계산부인대상이 된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있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해 준 판결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글, 유철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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