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장기부과제척기간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의 부정한 행위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1. 사실관계

① OO산업개발 주식회사(이하 ‘산업개발’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인 원고는 1999. 10.경 산업개발의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소외 1에게 원고 소유의 △△통신 주식회사(이하 ‘△△통신’이라고 한다) 주식을 매도하라고 지시하면서 매도할 주식의 대략적인 수량만 정하여 준 채 매도가격, 매도상대방, 매도시점 등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였다.

② 소외 1은 1999. 12. 17. 원고 소유의 △△통신 주식 중 30만 주를 OO증권 주식회사(이하 ‘OO증권’이라고 한다)에 대금 105억 원에, 20만 주를 △△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투자증권’이라고 한다)에 대금 68억 원에 매도하였다.

③ 그런데 소외 1은 위 주식 50만 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고 한다)의 매도과정에서 OO증권의 과장 소외 2 및 △△투자증권의 상무이사 소외 3에게 형식상의 중간거래인을 세워줄 것을 부탁한 다음, △△통신 주식 30만 주를 소외 2가 내세운 주식회사 OO캐피탈(이하 ‘OO캐피탈’이라고 한다)에 대금 82억 5,000만 원에 매도하였다가 OO캐피탈이 다시 OO증권에 대금 105억 원에 매도하는 것처럼 2단계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20만 주 역시 소외 3이 내세운 소외 4 및 ◇◇ 주식회사(이하 ‘◇◇’라고 한다)에 대금 합계 58억 원에 매도하였다가 그들이 다시 △△투자증권에 대금 합계 68억 원에 매도하는 것처럼 2단계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소외 1은 OO증권 및 △△투자증권으로부터 대금 합계 173억 원을 모두 지급받은 후 중간거래인 명의를 빌릴 수 있도록 도와준 대가로 소외 2에게 2,000만 원, 소외 4에게 2억 원을 주고, 소외 3에게 원고의 △△통신 주식 2,255주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④ 소외 1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를 지시받고는 산업개발 경리팀에 근무하는 소외 5에게 원고와 OO캐피탈, 소외 4 및 ◇◇ 사이의 매매계약서를 기초로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를 하도록 함으로써, 2000. 2. 29. 이 사건 주식의 양도가액을 140억 5,000만 원(=82억 5,000만 원 +58억 원)으로 하는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가 이루어졌다.

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OO증권 및 △△투자증권에 대금 합계 173억 원에 매도하였음에도 실제 계약내용과 달리 OO캐피탈, 소외 4 및 ◇◇에 대금 합계 140억 5,000만 원에 양도한 것처럼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를 한 것은 신고내용의 탈루에 해당한다고 보아 2006. 5. 4. 원고에게 그 차액 32억 5,000만 원에 관하여 1999년 귀속 양도소득세 776,100,000원(가산세 포함), 1999년 12월 귀속 증권거래세 17,875,000원(가산세 포함)을 각 증액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1)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및 제3호의 내용과 입법취지 및 여기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의 부정한 행위도 포함되는지 여부, (2)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규정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의 의미 / 납세의무자인 양도인과 최종 양수인 사이에 중간 거래가 개입되었으나 실제로는 양도인과 최종 양수인 사이에 하나의 양도거래가 있는 경우, 실질과세의 원칙상 양도거래로 인한 효과가 모두 양도인에게 귀속되는지 여부, (3)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자산을 저가에 양도한 것처럼 본인을 속여 양도대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횡령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그 소득을 과세소득으로 하여 본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고등법원 2009. 12. 16. 선고 2009누5451 판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주식에 대한 2단계의 매매계약은 가장행위에 불과하고,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매매계약의 실질은 원고와 OO증권 및 △△투자증권 사이에 직접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② 소외 1이 이 사건 주식 양도에 관한 원고의 포괄적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주식의 양도대금 173억 원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그 전액이 원고의 소득으로 귀속되었고, 이 사건 주식의 실지거래가액 또한 173억 원으로 보아야 하며, 설령 소외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OO캐피탈, 소외 4 및 ◇◇에 140억 5,000만 원에 양도한 것처럼 거짓 보고하고 실제 양도대금 173억 원과의 차액 32억 5,000만 원을 횡령함으로써 원고가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로부터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받은 소외 1이 그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을 원인으로 한 원고와 소외 1사이의 내부적인 정산관계에 불과하다.

③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는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하여 한 것이고 소외 5는 단지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신고서의 작성 및 제출이라는 사실행위를 수행한 사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민법 제116조 제1항에 의할 때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신고에 관하여 본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대리인을 표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주식의 매매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거래였음에도 소외 1은 마치 2단계의 거래가 이루어진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에게 귀속되는 양도가액이 140억 5,000만 원에 불과한 것처럼 신고함으로써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원고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에 관하여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

④ 원고가 소외 1의 거짓 보고와 횡령으로 인하여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양도가액이 173억 원임을 알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0두1385 판결, 파기 환송)

가. 증권거래세 부분에 관하여

(1) 구 증권거래세법(2000. 12. 29. 법률 제6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주권의 양도’를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제1조), 증권거래소 등을 통하지 않고 주권을 양도하는 경우 ‘당해 주권의 양도자’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며(제3조 제3호), 그 양도가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당해 주권의 양도가액’을 과세표준으로 규정하고 있다(제7조 제3호). 증권거래세는 유상으로 주권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이익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과세되는 유통세이고(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14695판결 참조), 증권거래세 산정의 기초가 되는 ‘주권의 양도가액’이란 거래 당시 그 대가로 실지 약정된 금액을 말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두21614판결 참조).

원심이 이 사건 주식에 대한 2단계의 매매계약이 가장행위에 불과하고 그 실질은 원고와 OO증권 및 △△투자증권 사이에 직접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이 사건 주식의 양도자인 원고가 그 대가로 실지 약정된 양도가액 173억 원을 과세표준으로 한 증권거래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은 위와 같은 규정과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2) 구 국세기본법(1999. 12. 31. 법률 제60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세기본법’이라고 한다) 제26조의2 제1항은 원칙적으로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제3호),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는 당해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으로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하고 있다(제1호).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및 제3호의 내용과 그 입법 취지는 조세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국세 부과권의 제척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도 국세에 관한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작출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과세관청으로서는 탈루신고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아니하여 부과권의 행사를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당해 국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는 납세의무자 본인의 부정한 행위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관련 업무의 처리를 위탁함으로써 그 행위영역 확장의 이익을 얻게 되는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의 부정한 행위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두15104판결 참조).

원심이 대리행위의 하자에 관한 민법 제116조 제1항을 들어 납세의무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가 대리인을 표준으로 결정된다고 본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원고가 소외 1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알지 못하였거나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소외 1에게 스스로 이 사건 주식의 매매를 위탁함으로써 그로 인한 이익을 얻게 되었고 소외 1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원고의 증권거래세가 포탈되었으므로, 원고가 소외 1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증권거래세의 부과제척기간은 10년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증권거래세의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본 결론은 정당하다.

나. 양도소득세 부분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중 소외 1이 수령한 173억 원 가운데 양도대금 차액 32억 5,000만 원이 원고의 양도소득으로 귀속되었다고 본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규정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은, 납세의무자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한 경우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실질에 따라 과세요건이 되는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발생, 귀속과 내용 등을 파악하여 과세하여야 한다는 국세부과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납세의무자인 양도인과 최종 양수인 사이에 중간 거래가 개입되었으나 그것이 가장행위에 의한 형식상의 양도거래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양도인과 최종 양수인 사이에 하나의 양도거래가 있을 뿐이라면, 실질과세의 원칙상 그 양도거래로 인한 효과는 모두 납세의무자인 양도인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소득세법은 현실적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에는 그 소득의 실현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권리확정주의에서 ‘확정’의 개념은 소득의 귀속시기에 관한 예외 없는 일반원칙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구체적인 사안에 관하여 소득에 대한 관리·지배와 발생소득의 객관화 정도, 납세자금의 확보시기 등까지도 함께 고려하여 그 소득의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확정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귀속시기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누19154판결 등 참조). 소유자로부터 매매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은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매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중도금이나 잔금 등을 수령할 권한도 있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39379판결 등 참조). 따라서 본인이 대리인에게 자산의 양도와 그 대금의 수령권한을 부여하고 대리인이 상대방으로부터 양도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대금수령의 법률적 효과는 본인에게 귀속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인도 그 대금에 대한 지배·관리를 하면서 담세력도 보유하게 되므로 본인의 양도소득은 실현되었다고 볼 것이지만(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누9357판결 참조), 만약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자산을 저가에 양도한 것처럼 본인을 속여 양도대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나아가 본인의 대리인에 대한 횡령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대리인의 자산상황, 지급능력 등에 비추어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그 소득을 과세소득으로 하여 본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

(3)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소외 1이 이 사건 주식의 매수인인 OO증권 및 △△투자증권의 임직원에게 부탁하여 허위의 중간거래를 개입시키고 그들에게 대가를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아 원고는 소외 1에게 속아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양도대금이 173억 원이라는 사실과 소외 1이 양도대금 차액 32억 5,000만 원을 횡령하였다는 사실을 2006. 4.경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가 개시될 당시까지 알지 못하였을 개연성이 있다.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소외 1은 2002. 4.경 산업개발에서 퇴사한 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영주권을 취득하였고, 2006. 3.경 검찰이 이와 관련된 수사를 본격적으로 개시하자 미국의 주소와 연락처를 바꾸고 도피하였으며, 2006. 4.경까지 국내에 있던 자신과 가족의 예금자산을 대부분 현금화하여 미국으로 송금하였던 사실 등도 알 수 있다.

(4)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소외 1의 횡령으로 인하여 양도대금 차액 32억 5,000만 원에 대한 지배·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도 회수불능이 되어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위 양도대금 차액 32억 5,000만 원이 원고의 과세소득으로 실현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양도소득세 부분은 위법하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부정한 행위의 주체 관련

대법원은, 甲주식회사가 외국항행선박 유류 공급을 위해 乙주식회사와 해상급유용역계약을 체결하고, 乙회사는 甲회사가 공급하는 유류를 급유하기 위해 丙주식회사와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丙회사의 대표자 丁이 공급받은 유류 중 일부를 국내로 부정반출하고도 정상적으로 급유하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위조하여 甲회사가 이를 근거로 유류를 수입할 때 납부했던 관세 등을 환급받자, 관할 세관장이 甲회사에 구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관세 등 부과처분을 한 사안에서, “구 관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본문과 단서 제1호의 내용 및 그 입법 취지는 관세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하여 부과제척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면서도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허위의 환급요건사실을 작출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과세관청으로서는 탈루신고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아니하여 부과권의 조기 행사를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당해 관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부정한 방법’에는 납세의무자 본인이 행한 부정한 방법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관련 업무의 처리를 위탁함으로써 그 행위영역 확장의 이익을 얻게 되는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이 행한 부정한 방법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한 다음, 甲회사가 丙회사가 행한 부정한 행위를 알지 못하였다거나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에 의하여 관세 등을 환급받은 이상 이를 환수하기 위한 관세 등의 부과제척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년이 아닌 구 관세법 제21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라 5년이라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두15104 판결).

대상 판결은 장기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 부정행위에는 납세의무자 본인의 부정행위 뿐만 아니라, 위임 또는 위탁에 의하여 행위영역 확장의 이익을 얻게 되는 납세의무자의 대리인이나 이행보조자 등이 행한 부정행위도 포함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의미가 있다.

나. 과세대상인 양도소득 관련

대상 판결은 대리인을 통하여 얻은 양도소득도 본인에게 귀속되는 소득이라고 하면서도 권리확정주의를 근거로 하여 대리인의 횡령 등으로 본인이 그 소득을 지배·관리할 수 없고, 대리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회수불능으로 되었다면, 그 소득의 실현가능성이 없게 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소득은 본인의 양도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대상 판결의 판단은 본인이 얻은 양도소득과 대리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별개의 채권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대리인의 횡령으로 인하여 양도소득 중 일부를 본인이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본인의 양도소득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본인의 양도소득은 대리인을 통한 양도거래로 모두 실현된 것이고, 다만 대리인의 횡령으로 인하여 본인은 대리인에 대해 양도소득과는 별개의 채권인 손해배상채권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의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은 횡령금액을 포함한 양도소득금액 전액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인세법상 어떠한 채권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익금에 산입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채권의 행사에 법률상 제한이 없다면 일단 권리가 확정된 것으로서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으로 산입되는 것이고 그 후 채무자의 무자력 등으로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없게 되더라도 이는 회수불능으로 확정된 때 대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유가 될 뿐이지 이로 인하여 그 채권으로 인한 소득의 귀속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두16299 판결 등), 따라서 법인의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회사재산 매각대금을 횡령하였다 하여도 회사는 그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청구권 내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있는 것이고, 이것이 곧 회사의 익금이라 할 것이므로 그에 대한 법인세 부과는 적법하다는 것이 판례이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8도6335 판결 ; 대법원 1984. 6. 26. 선고 82누518 판결 등).

이와 같은 경우 회사가 나중에 대표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 회수하지 못하는 채권은 대손금으로 손금처리하게 될 것이고,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법인세법 제19조의2, 소득세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16호, 제2항). 즉,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는 수익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조세를 부담한 후 나중에 그와 관련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 대손처리를 통해 이미 납부한 세금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대상 판결이 양도소득세에 대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취한 이유는 사업자와의 형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는 회수하지 못하는 채권이 있는 경우 이를 대손금으로 하여 종국적으로 그에 대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게 되는데, 사업자가 아닌 개인의 경우에는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와 같이 처리할 방법이 없다. 즉, 대상 판결과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사업자가 아닌 개인은 손해배상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수익을 누리지는 못하면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만 부담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의사에 의해 명의신탁재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그가 양도소득을 사실상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어서 양도소득의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할 것이지만,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위임이나 승낙 없이 임의로 명의신탁재산을 양도하였다면 양도주체는 명의수탁자이지 명의신탁자가 아니고 양도소득이 명의신탁자에게 환원되지 않는 한 명의신탁자가 양도소득을 사실상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사실상 소득을 얻은 자’로서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두10710 판결), 이러한 판결도 세법상 사업자가 아닌 개인과 법인(개인사업자 포함) 사이의 손익계산 방법의 차이를 고려한 판결로 보인다. <글, 유철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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