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대 세무사고시회장에 취임…‘연구하고 함께하는 고시회’ 주창
 

변호사, 회계사, 관세사 등 많은 국가공인자격사 중에서 말 많기로 유명한 자격사 단체가 세무사업계다. 그 업계에서 촌철살인의 쓴소리를 마다않으며, 야당으로 불리는 단체가 세무사고시회다. 법정단체가 아니면서도 업계에서는 ‘제2의 세무사회’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존재감이 대단하다.

지난 18일 46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백운찬 회장은 고시회를 ‘세무사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만큼 고시회의 힘은 막강하다. 세무사회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기도 하고, 또 마을세무사제도 같은 경우는 고시회에서 창안해 본회에 넘겨주기도 하는 등 고시회의 트레이드마크인 ‘젊은 본색’을 유감없이 뽐내며 회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업계에서는 약방의 감초를 넘어 세무사업계를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 성장했다.

그런 단체 회장에 최고의 적임자가 선출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23번째 고시회장에 오른 이동기 세무사다. 세무대학 9기로 졸업해 국세청 근무를 하다 세무사의 길로 들어선 인재다. 세무대학 9기이지만 원래 학번으로 치자면 4기생들과 같다. 연거푸 세무대학 출신이 세무사고시회장을 맡았다고 말을 건네자 다른 대학출신일 때는 말이 없다가 왜 세무대학 출신이 고시회장을 하면 출신대학을 문제삼는지 모르겠다고 ‘정색’했다.

그만큼 이동기 신임 고시회장은 보기와는 다르게 직설적이고 명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무엇보다 50살이 넘었지만 30대 청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45년의 나이를 먹은 고시회가 모처럼 청년의 기백을 소유하고 있는 회장을 뽑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청년의 정신을 간직한 신임 이동기 고시회장이 꾸며갈 고시회는 어떤 모습일지 세정일보가 만나봤다. -편집자-
 

대담: 김영기 상무‧특집국장, 정리: 유일지 기자

▲ 먼저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소감과 어떤 고시회장이 되고 싶은지?

=직전 구재이 회장께서 너무나 많은 일을 하셔서 부담이 크다. 역대 회장님들이 모두 잘하셨지만 구 회장께서는 누구보다 더 많이 열심히 했고 추진력이 엄청났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바탕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45년이라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시회라는 단체의 회장이 됐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너무나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름대로의 걱정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했을 때에는 힘이 모자라고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물론 혼자 진행한다면 효율적이고 빨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놓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집행부 구성에서도 부회장들을 믿고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다. 그리고 한 분도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인선에 반영했다.

이처럼 앞으로 열린 고시회장, 함께하는 고시회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고시회의 정신은 어떤 것인가?

=“고시회는 불굴의 청년정신이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열정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정신이 고시회 정신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고시회는 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는 젊은 사람이 나라에 공적을 세웠으나 기용을 하지 않고 나이를 먹을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면 투철한 정신력과 열정이 없어지기 때문에 국가의 손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번 고시회 임원은 젊은 사람들로 인선했고 그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고시회 임원 중에는 30대도 많이 포진돼 있다.

▲고시회는 세무사계의 야당이라고 불리는데.

=맞다. 원칙은 중립이지만 고시회는 세무사회를 견제하는 역할이 분명 있다고 본다. 잘하는 것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회원 한명 한명의 목소리를 모아 전달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역대 고시회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하는지.

=기본적으로는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세무사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밖에서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 면도 있었던 것 같은데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 28일 열리는 세무사회 임시총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코멘트다. 그리고 고시회는 중립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저나 고시회는 어느 편을 들 생각도 없고, 모든 것은 회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고시회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회원의 권익과 조세제도의 발전을 위해 활동할 것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어떤 단체이든 그 단체장이 자신의 정책방향에 맞는 인사로 집행진을 꾸려서 본인의 임기 내에 업무를 추진하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 지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무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어려운 질문이다. 한마디로 ‘통 크게’ 갔으면 한다. 크게 봤을 때 서로 양보한다고 해서 큰 손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존심 혹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아는 분들은 다 알 것이기 때문에 한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모두가 각 자의 입장에서 세무사회를 위해서 열심히 하자는 것이기에 서로 넓게, 통 크게 보고 갔으면 한다.

▲세무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

=구심점이 없는 것 같다. 큰 틀에서 누군가가 조언해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어른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흑백논리는 안 된다. 저 역시 백운찬 회장님께 ‘임시총회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가 되고 나면 반대했던 분들을 보듬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분들도 회원이지 않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렸다. 한편으로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도 교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누구라도 이런 갈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면서 이해하려고 한다면 나중에 더 큰 일을 할 때 서로 도움을 주는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백운찬 회장과 정구정 전 회장이 정치적인 욕심이 있는 것 아닌가.

=그 부분은 제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지 못하겠지만, 그냥 보기에는 오히려 두 분 다 정치력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큰 틀에서의 고시회의 방향은 어떤 것인가?

=제가 취임사에서 밝혔던 것이 ‘연구하고 함께하는 고시회’다. 고시회의 목적과 정체성이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 잘나가고 성공하는 것이 아닌 전체 세무사가 잘 나가고 함께하는 고시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시회가 회원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회원을 위한 고시회의 방향은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특화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기존에 해오던 교육과 더불어 합병 및 분할, 비영리법인, 국제조세문제 등과 같이 특화된 교육을 회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고시회원들의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일례로 합병, 분할 등에 관한 업무분야에 대한 연구모임을 만들고 실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등 우리 세무사들이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그동안 발을 내딛지 않았거나 두려워했던 분야들을 발굴해서 진정한 조세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한 고시회 회원들 중에 업무영역을 넓히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젊은 세무사들을 위해서 강의 기회와 상담 기회, 또한 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무원을 두 번한 전문가로 알고 있다.

=그렇다. 국세청에서 5년 가량 근무한 후 퇴직하고 1차와 2차 세무사시험에 동차로 합격한 후 세무사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1년부터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법령개혁팀에서 사무관으로 약 2년간 근무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조세제도에 대한 불합리한 부분들을 발굴해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자료도 만들어 고시회의 입장에서 기재부 등에 건의하는 역할도 해 나갈 생각이다.
 

▲ 개인적으로 꿈이 있다면?

=어릴 때는 꿈이 컸다가 갈수록 작아지는 것 같다. 예전에 공무원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기에 때문에 불합리한 것들도 제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실은 꼭 그렇지 않겠지만, 국회의원이 되면 입법을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세무대학 출신의 고시회장, 매칭이 잘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본다. 세무대학 출신이라고 해서 특별히 우대되거나 반대로 무조건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세회든, 고시회든, 세무사회든, 국가든 구성이 다양하고 의견도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출신을 얘기하다 보면 파벌이 생기고 분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세무대학 출신을 특별하게 볼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고시회임원에는 감사 한분과 회장인 저를 제외하고는 세무대 출신이 없다.

▲어찌 보면 세무대학 출신에 대한 역차별이 아닌가?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역차별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무대 출신을 인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라 고시회의 정신과 방향에 맞게 열심히 움직여줄 분들로 구성하다보니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고시회장에 출마하는 것을 망설였다는 얘기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어떤 단체의 장이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정치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시회장이나 다른 특정 단체장이 되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회원들을 위해 세무사회나 세무사제도가 어떻게 되어야 좋을지, 혹은 국민들을 위해 조세제도를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단체장이 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 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시회장을 누가 뽑았는지는 몰라도 ‘고시회 역사상 최적임자를 선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랬더니 이동기 신임 고시회장은 세무사회를 걱정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지금 세무사회가 너무 혼란스러운 것 같아 걱정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되고 서로 화합하고 함께 세무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지혜와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세무사회장도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사람인 이상 개인의 입장에 치우칠 수도 있겠지만 어느 회장이든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뛰어 다닐 텐데 보기에 따라서는 ‘사심이 들어갔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이기에 누구라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대의를 위해 ‘큰 틀에서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한다’”고 했다.

‘청년’ 이동기 고시회장의 ‘대(大)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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