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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국세청-롯데 싸움에 등터진 ‘두 감평기관’

유일지 기자l승인2017.02.08 14: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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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VS 감정평가기관, 시가불인정기관 지정 놓고 이견…소송결과 국세청 패소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의 토지를 감정했던 두 감정평가법인이 국세청으로부터 ‘시가불인정감정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이들 감정평가법인은 국세청의 이같은 처분에 즉각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했다.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호제훈)는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두 감정평가법인에 대한 시가불인정감정기관 지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감정평가법인은 부동산이나 동산을 포함해 토지, 건물, 기계기구 등 유무형의 재산에 대한 경제적인 가치를 판정한다. 이러한 업무를 하는 감정평가법인이 국세청으로부터 시가불인정감정기관으로 지정받은 것은 부실감정기관이란 뜻으로, 해당 감정평가법인에서 평가한 가액은 시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부실감정기관에 대한 시가불인정 기간은 원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이 세무서장 등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해 평가한 감정가액의 100분의 80에 미달하는 경우 원감정기관의 감정가액에 대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으로 보지 않는 기간이다.

지난 2000년부터 시행돼 올해로 17년째를 맞이하는 시가불인정 감정기관지정제도는 과거 부실감정 평가가액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를 변칙적으로 회피하는 사례를 막고자 생긴 제도다.

그렇다면 이들 감정평가법인은 어떤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이 같은 처분을 받은 것일까.

먼저 지난해 8월 19일 국세청은 제일감정평가법인과 두요감정평가법인을 시가불인정감정기관으로 지정하고, 2017년 4월 10일까지 이들 평가법인에서 평가한 재산가액은 시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그러나 5일 뒤 이들 감정평가법인에 대한 시가불인정 지정을 삭제하겠다는 공지가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약 반년간의 소송이 진행됐다.

▲ 2016년 8월 24일 국세청 공지사항

◆ 롯데그룹 세무조사에서 번진 부실감정기관 지정

사건의 발단은 2013년 10월 1일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가 롯데제주리조트(이하 롯데제주)를 흡수합병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때 호텔롯데는 제일·두요감정평가법인에게 롯데제주가 소유한 자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이에 두 감정평가법인은 리조트 부지와 더불어 리조트 내 구축물, 기계장치 등을 감정평가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흡수합병에 대한 비율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감정원과 가온감정평가법인에게 재감정을 의뢰했고, 재감정가액이 제일·두요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평가액의 평균액의 100분의 80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재감정기관들이 평가한 롯데제주 리조트부지의 개발예정지에 대한 감정평가액 평균액은 312억여원으로, 앞서 제일감정평가법인의 평가액은 152억원(48.6%), 두요감정평가법인의 평가액은 149억원(47.6%)으로 100분의 80에 미달했던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이들 감정평가법인의 평가가 부실감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7년 4월 10일까지 시가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했던 것이다.

◆ 롯데와 국세청 사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감평기관

그러나 이들 감정평가법인은 갑작스러운 시가불인정 감정기관 지정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세정일보는 국세청의 공지 이후 해당 감정기관에 전화해 시가불인정으로 지정받은 이유에 대해 취재했고, 당시 해당 감정평가법인의 관계자는 국세청의 이 같은 지정이 “평가한 자산이 롯데의 땅이라 그랬던 것은 아닌가”라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라는 반응이었다.

지난 2016년은 롯데그룹이 사건사고를 겪는 다사다난한 해였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과 더불어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에 시달렸다.

뿐만 아니라 관세청의 면세점 선정에서도 탈락했고, 롯데 성주골프장 사드부지가 결정되고 중국으로부터 롯데그룹 계열사 중국현지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마저 진행됐다. 이후에는 미르·K스포츠 출연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연루되면서 특검의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특히 국세청은 호텔롯데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적자를 부풀려 롯데제주를 헐값에 사들였을 가능성에 주목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는 언론보도가 있기도 했다.

◆ “시행규칙에 따른 부실감정기관 지정은 위법하다”

결과적으로 ‘롯데의 땅이었기 때문은 아닌가’라는 이들 두 감정평가기관들은 결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게 되면서 이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됐다.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시행규칙 조항이 모법과 시행령 조항의 위임 없이 또는 그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 원고들과 같은 감정평가업자들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시가 불인정 제도를 창설한 것으로서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 위임입법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95조에 위배돼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 상증세법 시행규칙 제15조 제3항은 영 제49조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 납세의무자가 제시한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이 동항의 규정에 의하여 세무서장등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평가한 감정가액의 100분의 80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원감정기관이 평가하는 감정가액은 1년의 범위 안에서 부실감정의 고의성·미달정도 등을 감안하여 국세청장이 정하는 기간 동안 이를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으로 보지 아니한다. 이 경우 그 기간은 세무서장등의 의뢰를 받은 다른 감정기관이 감정가액평가서를 작성한 날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위 시행규칙 조항이 감정평가업자가 특정한 상속세 또는 증여세 부과와 관련해 작성한 감정평가서의 감정가액을 시가로 보지 않는 수준을 넘어 해당 감정평가업자의 다른 상속세 또는 증여세 부과에 관한 감정 결과까지 일정한 기간 시가로 보지 않음으로써 해당 감정평가업자를 과세·납세 목적의 상속·증여재산 시가의 감정평가업무에서 일정한 기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감정평가업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 등을 중대하게 제한하고 있기에 시가불인정 제도는 감정평가업자의 헌법상 보장된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이를 법률로 규율하는 데 입법기술상 어려움이 있다거나 세부적·기술적·가변적인 사항이어서 이를 형식적인 법률로 규정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감정평가업자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시가불인정 처분을 하기 위한 사유,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에 관한 기본적, 본질적 사항은 법률로 직접 규정돼야 하며 감정가격이 시가로 인정되는 요건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했을 뿐이므로 위임의 범위에 시가 불인정 제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두 감정평가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시가로 인정이 안 된다는 것은 영업을 못한다는 이야기와 동일하다”면서 “사업자체를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기관 측에서는 이렇게 대응(소송)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이 시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감정평가서가 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금융기관이라든지, 국세를 벗어난 것에도 준용하다보니 파급효과가 커서 이러한 방식으로 법원에 본안소송 결과가 날 때까지는 집행정지를 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한 국세청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일지 기자  salix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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