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영의 세정에세이]

 

2011년 갑자기 ‘사전신고지도’ 포기 어떤 의도였을까?

기업들은 현금자산 사상최대 보유…법인세수는 ‘최악’

상반기까지 9조원의 세수부족, 최악의 세수진도율, 현 추세라면 올 한해 20조원의 ‘세수펑크’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세수부족 사태’의 단초((端初)를 국세청 스스로가 초래했다는 이색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장의 요지는 현재 세수부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수를 결정짓는 국세행정의 핵심요소인 ‘법인세 사전신고지도’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것. 주장은 국세행정에 정통한 외부전문가는 물론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말까지 전년대비 법인세 감소분은 4조3441억원’으로 전체 부족한 세수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핵심 세수의 부족을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법인세율 인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되며, 법인세수 관리의 핵심이었던 ‘사전신고지도’를 폐지한 것이 국세행정 차원에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인 것.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011년 3월, 12월 결산법인들의 법인세 신고때부터 국세청 개청이래 수 십년 동안 이어져오던 ‘사전신고지도’를 전격 폐지했다. 이때부터 법인들의 성실신고 분위기가 무뎌졌으며, 이런 분위기가 올해 법인세수 관리 측면에서의 직접적 누수(漏水)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이 소식통은 '국세청이 고유의 역할과 기능을 방기'한 것이라고 까지 했다.

 

국세청은 66년 발족한 이후 2010년까지 12월말 결산법인들의 법인세신고기간인 3월에 실시하는 ‘법인세신고안내’를 통해 신고대상 법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 기업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고쳐 신고할 수 있도록 사전신고지도를 해왔다.

 

이 안내 자료에는 같은 업종·비슷한 규모의 법인과의 손익비교, 외형증가율, 소비성경비 증가율, 법인의 고급자산 소유실태, 기업주의 소득세신고 상황 및 부동산거래 내용 등 20여종 안팎의 전산 및 개별분석 내용이 포함돼 법인들이 성실신고를 하는데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해 왔다.

 

이 같은 국세청의 사전신고지도는 신고 후 불성실 신고법인세액을 바로 잡으려면 시간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또 납세자도 무거운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주 강력하게 시행해 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수 십년간 국세행정의 핵심업무였던 ‘법인세 사전신고지도’가 2011년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당시 국세청은 왜 ‘사전신고지도’를 없앴을까?

 

특별히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국세행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평소의 세원관리보다 국세청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세무조사 조직을 확대하고, 또 강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당시 신고전 세무간섭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신고 후 세무조사 등 사후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밝혔었다. 그리고 올 들어서는 세무조사조직을 크게 확대했다.

 

또 이 소식통은 “세수가 부족해봐야 국세청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나는 등 다분히 정치적·전략적 차원의 결정일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신고지도 폐지 당시 해당업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의 신고지도는 기업의 세무팀 관계자들을 지방국세청으로 불러 개별면담 등을 통해 미리 세수를 가늠해 보기도 하는 형태였지만, 근래 들어서는 기업들이 신고를 하면서 틀리기 쉬운 항목들을 분석하고, 또 틀릴 수 있는 항목이 많으니 챙겨봐 달라는 성실신고 주문으로 신고지도가 크게 완화돼 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전신고지도가 기업들에게 도움보다는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많아 신고가 잘못되면 사후에 경정을 하거나 신고 후 분석을 거쳐 문제항목이 드러나면 수정신고를 요청하거나,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면 되기 때문에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법인세신고 역시 ‘신고납부제’라는 원래 취지에 맞게 신고전 세무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폐지된 것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순수한 의도에 의한 폐지라 할지라도 2013년 7월, 올해 세수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그리고 특히 부족한 세수의 대부분을 법인세수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면서, 국세청이 수 십년 동안 법인세행정의 핵심 업무로 펼쳐왔던 ‘사전신고지도’의 폐지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근 세무학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관리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지더니 예상보다 소득세 세수는 좋아진 것으로 들었다”면서 “법인세 사전신고지도를 폐지한 것도 법인세수가 저조한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세수부족 사태가 예견되면서 국세청의 강화된 세무조사에 대해 기업들은 저마다 ‘죽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금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400조원, ‘기업들은 살찌고 국세청은 난처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수 십년 동안 펼쳐온 핵심 업무를 폐지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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