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8급출신, 세무사회 부회장·서울세무사회장 연거푸 역임

62세때 건국대 경제학 박사학위…세무사회 역사의 ‘산증인’ 불려
“세무사는 정년 없는 직업, 88세까지 할 수 있다면 행복 하겠다”
 

▲ 정영화 세무사는 경남 산청이 고향이다. 철도고를 졸업후 철도청에 근무하다, 국세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국세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중부국세청에서 근무하다 퇴직후 1976년부터 세무사의 길을 걸었다.

1969년 국세청에 입사했다. 그리고 7년여를 근무하다 8급으로 퇴직후 세무사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새 40년이 훌쩍 넘었다. 국세청에서는 8급으로 퇴직했지만 세무사업계에서는 ‘장자방’이자 ‘지도자’로 활동해왔다. 공무원으로 따지면 1급 이상의 위상을 뽐내면서 이름을 날렸다. 많은 회원들은 세무사업계 역사의 산증인이라고도 한다.

◇ 8급출신 세무사 세무사업계에선 1급 출신 이상의 위상…업계의 산증인

임영득, 나오연 회장 시절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을 지냈고, 이후 서울지방세무사회의 설립을 주도했고, 한번 낙선은 했지만 서울세무사회장을 연임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는 내침 김에 한국세무사회장에 도전했으나 아깝게 당선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나이가 58세였다는 점에서 더이상 도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 출신인 경상도 사나이의 매력이 넘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세무사업계에서는 큰 형으로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앞장서 나서고 또 제갈공명의 지혜를 내놓으며, 후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영화 세무사(경제학 박사)다.

특히 세무사 40여년 동안 그를 알린 것은 국세청 퇴직 후 약 12년에 걸쳐 쏟아낸 강의실력 때문이었다. 중앙경상학원 등 시중의 경리실무학원에서의 명강사로 이름을 떨친 것. 그의 강의를 듣고 세무사시험에 합격해 업계를 주름잡는 세무사들도 수두룩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직도 ‘세법실무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년 세무사고시회가 주관하는 회원교육에서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강의'로 회원들로부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 정영화 세무사가 즐겨찾는 서초동 대구탕은 속살이 아주 토실토실했다.

◇정영화 세무사의 단골집은 서초동 ‘스시나인’…일품 ‘대구탕’

세무사업계에서 정영화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드물다. 40여년 세무사업계를 주름잡아온 정 세무사가 좋아하는 음식은 어떤 것일까. 소박한 그의 생활만큼이나 그는 누구나 좋아하는 ‘대구탕’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서초동 교대역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걸어서 3분가량 도심의 골목길에 위치한 ‘스시나인’이라는 간판을 단 집이었다.

지난주 정 세무사를 이 곳에서 만났다. 즐겨 찾는 음식점이자, 지인을 위해 기꺼이 소개해 주고 싶은 곳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우리들(서민들)이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절친들과 자주 들르는 집이라고 확인시키고 싶었던 모양이었는지 절친인 김정식 세무사(현, 세무사신문 편집위원장)까지 불렀다. 사케 한잔을 시켜놓고 주거니 받거니 옛이야기를 주고 받기를 두어시간, 1970년대 암울했던 세무공무원들의 ‘전봇대 과세’ 등 재미나는 뒷이야기에 기자는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 세무사가 이 곳 대구탕을 좋아하는 것은 유명한 일식집 탕과 비슷하면서도 값이 저렴했다. 절반 가량이었다. 그런데 맛은 똑 같았다. 바닷가가 고향이어서 대구탕에 일가견이 있는 기자 입맛에도 딱 맞았다. 역시 세무사들은 입맛이 고급이면서도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경제학 박사’였다. 그리고 이 집은 상호 그대로 초밥도 굉장히 맛있었다.
 

▲ 정영화 세무사의 절친 김정식 세무사도 합석했다. 사케에 대구탕의 국물이 아주 잘 어울렸다.

◇62세때 건국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조세제도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효과분석

그는 박사학위를 건국대 경제학과에서 받았다. 그의 나이 62세때(2005년 6월)라고 했다. 왜 경제학을 선택했느냐고 했더니 지인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경제학상은 있지만 경영학상은 없지 않느냐’면서 재밌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는 경제학 중에서도 부동산을 많이 공부했다고 귀띔했다. 논문 제목은 ‘한국의 조세제도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효과분석(누진세제를 중심으로)’이다.

그에게서 오래된 논문 한권을 얻어 지난 주말에 읽어봤다. 논문은 제목처럼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이 실제로 소득의 재분배를 가져왔는가를 분석해 놓았다. 논문은 누진세중 소득세, 상속증여세, 재산세(종토세)를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주는 여타 주요 거시변수들과 함께 독립변수로 선택하고, 십분위 배율 및 그 분배율을 기초로 본 추정한 지니계수, 변이계수, 앳킨슨지수1, 2, 3 등의 소득불평등지수를 종속변수로 설정해 회귀분석을 시도했다.

분석결과 GDP성장률, 물가상승률, 노년부양비 등은 소득분재에 정(+)의 효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주요 거시경제변수들의 추정치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세의 소득분배에 대한 순효과를 분석한 결과 상속증여세 부담률, 재산‧종토세부담률, 특소.교통세 부담률 등은 소득분배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누진적 조세중에서 오직 소득세만이 유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세의 소득불평등 개선효과는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정 세무사는 이러한 분석결과는 소득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것으로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증여세와 재산세의 과세는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 ▲ 정영화 세무사는 62세때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논문에서 지적한 내용들중 많은 부분이 현실 제도에 반영되어 시행되고 있다. 얼마나 뿌듯할까.

이에 따라 정 세무사는 우리나라의 조세제도가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가증권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와 이자‧배당소득도 전반적으로 과세소득으로 하는 포괄소득세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근로소득공제제도와 근로소득 세액공제제도를 동시에 두고있는데 두 제도를 통합해야하고, 특히 근로소득자의 절반은 면세점 이하여서 근로의욕의 촉진과 소득재분배를 위해서는 저소득세액공제 또는 근로소득보전제도 등으로 불리는 EITC(Earned Income Tax Credit)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을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의 철저한 시행, 소득의 추계방법의 개선을 통해 근로소득자수준의 소득노출이 이루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양도시의 양도소득과 관련해서는 실지거래가액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준시가를 적용해야하고, 상속세의 경우는 소득과 부의 분배측면에서 유산세체계보다 유산취득세체계로 전환해야하며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통세, 주세의 경우는 소득계층별 소비를 분석해 저소득층에는 면세로 하거나 과세대상에서 제외 또는 저율로 과세해 간접세의 역진효과를 낮추도록 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논문이 나온 후 12년이 흐른 지금 EITC제도, 포괄과세제도 등 많은 부분이 논문의 결론대로 시행되고 있다.
 

▲ '절친' 김정식 세무사와 자주 대구탕을 놓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두 사람은 전.현직 한일세무사친섭협회장이다.

◇ “건강이 허락한다면 88세까지 세무사를 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박사학위 소유자들은 공부가 재미나는 것일까. 지금 그의 나이 74세. 하지만 그는 좀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요즘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가업상속공제 분야다. 거래처를 가보니 가업상속공제 대상자에 해당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는 점에 착안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시험에서는 만점이 별로 없지만 실무에서는 만점을 받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무사라는 직업은 정년이 없어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할 수 있다면서 실무를 연구하는데 진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를 한다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연구를 해 놓으면 일거리도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문가라면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꼭 하고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5년 한일세무사친선협회장 시절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당시 88세되신 세무사 한 분이 동행했었다면서 자신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88세까지 세무사를 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영화 세무사가 88세를 넘어 100세까지 후배들은 물론 그의 강의를 듣는 납세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열강을 이어가기를 기대하면서 서초동 ‘정영화의 대구탕’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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