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영의 세정에세이]

▲ 김덕중 국세청장(사진 좌에서 3번째)이 24일 광주 하남공단에 위치한 남도금형(주)에서 세정상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24일 오전 KTX 열차편을 이용해 광주국세청을 초도순시 했다고 한다. 광주를 찾은 김 청장은 광주국세청장과 직원들을 만나본 뒤 이어 지역의 중심 세무서인 광주세무서를 방문, 직원들을 격려하고 부가가치세 신고현장도 둘러보았다. 또 ‘현장에 답이 있다’고 평소 강조해온 것처럼 서광주세무서 관내 남도금형(주)라는 기업현장도 둘러보았다고 한다.

 

초도순시는 한 기관의 책임자나 감독자 등이 부임하여 처음으로 그 관할 지역을 순회하여 시찰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부임 후 처음으로 지방청을 찾은 것이니, 이번 김 청장의 광주순시는 초도순시라고 하기엔 조금 멋쩍다. 어쨌든 취임 후 첫 발걸음이니 초도순시라고 하자.

 

국세청장의 경우 국세청장(본청장)이나, 각 지방국세청장들이 취임하면 관내 지방청과 일선 세무서 현장을 방문해 세수진도 상황 등 현황업무에 대해 브리핑 받는 한편 지방청이나 세무서 등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 거청적인 세무행정을 펼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삼아왔다.

 

국세청장의 순시는 청장으로서 지방청이나 세무서를 순시함으로써 유선이나 서류보고에 의한 판단보다 현장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정책을 결정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청장의 직위에 올라 산하부서에 위엄을 표시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경우 높으신 국세청장을 직접 대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쁜 시간을 할애해 일부러 일선을 챙기는 경우도 많았다.

 

일례로 과거 모 청장의 경우 일선 세무서를 방문해 보고를 받은 후 브리핑을 잘 했다고 즉석에서 승진을 약속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국세청장의 지방청이나 세무서 순시는 일선 직원들에게는 ‘설레임’을 준 적도 있었다.

 

덧붙여 최근 운명을 달리한 안정남 전 청장의 경우 재임시절(1999년 5월~2001년 9월) 전국의 세무서를 다 돌아보겠다는 공약을 한 후 하루에 4~5개의 세무서를 방문하는 강행군을 하는 등 일선 순시에 만큼은 남다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사가 얼마만큼 국세행정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통신의 발달 등으로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게 되면서 국세청장들의 초도순시 등 순시문화는 시들해 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2007년 11월 제17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한상률 전 청장도 순시문화를 좋아한 청장에 이름을 올렸다. 한 전 청장도 전국을 누비며, 한 번에 여러 개 세무서 직원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자신의 세정운영 철학에 대해 특강을 하는 것으로 직접 국세청 직원들의 멘토가 되고자 했던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한 청장은 2008년 하반기에 당시 정권의 실세지역이었던 대구·경북지역을 세 번이나 집중적으로 순시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결국 그해 12월 지역의 세무서 신축청사 준공식을 겸한 순시를 한다면서 찾은 경주에서 부적절한 골프회동까지 한 것으로 들통 나 곤혹을 치렀다.

 

방문하는 곳의 책임자와 전화로 할 수 없는 ‘긴밀한’ 이야기를 해야 할 사안이 있다거나,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얻기 위해 순시를 빙자한 ‘다른 일보기’의 전형적인 케이스였던 것이다.

 

이처럼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세청장의 순시가 순기능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 청장의 광주청 순시도 ‘다른 뜻’이 있는 순시가 아니었으면 한다.

 

표면적으로는 김덕중 국세청장이 이날 광주를 찾은 것은 세수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세수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 신고기간 지방국세청과 일선세무서를 둘러보면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말 그대로 순수한 순시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의 성실납세기업도 찾아 성실납세에 감사를 표하고, 기업 활동의 세정상 어려움도 청취했다고 한다.

 

특히 초도순시에 따른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체의 업무보고는 받지 않았으며, 국장·서장·과장 등 간부들은 물론 실무자들도 함께 참여해 광주국세청과 광주세무서의 세정운영 전반에 걸쳐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를 가지는 등 ‘색깔 있는’ 순시였다고 한다.

 

아무튼 이번에 시작된 김덕중 청장의 초도순시가 국사에 바쁜 가운데 일부러 내딛는 발걸음인 만큼 나중에 다른 뒷말이 나오지 않는 순수한 목적의 순시로 이어져 납세자들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보고 듣는 그리고 일선 직원들의 고충까지 보듬는 그런 ‘착한 순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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