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없어 대학 포기했던 여수 소년…'경영학 박사' 받고 강단에 서다
세무사로 25년, 봉사의 길 자처…5천여 회원 '서울세무사회 회장'에 당선

 

국세공무원에서 세무사로 변신하고도 배움에 대한 열망에 만학도의 길을 걸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이 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절에는 납세자를 위해, 세무사업에 몸담은 뒤에는 세무사회 회직 등 세무사들을 위해 끊임없이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또한 그는 북한이탈민들에 대해서도 남다른 사랑을 베풀면서 그의 지인들은 ‘봉사와 희생의 아이콘’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세무법인 민화(民和)의 임채룡 대표 세무사 이야기다.

1972년 행정직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그는 인천세무서 징세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7년 만에 7급으로 승진하고 80년대에는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조사반에서 활약하는 등 국세공무원으로서의 꿈을 이어가다 금천세무서(6급)를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쳤다. 그리고 세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세무사의 길을 걸으면서 송파지역세무사회 총무부터 시작해 송파지역세무사회장, 서울지방세무사회 홍보이사를 거쳐 한국세무사회 총무이사와 대외전략위원장, 그리고 부회장까지 대가없는 회원에 대한 봉사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그리고 도전하고 또 도전한 끝에 2전3기로 서울지방세무사회장에 당선(2016년)되어 무한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풍부한 회무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회원들의 머슴이자 길라잡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회원들로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취임 후 한승희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김재웅 전 청장,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정책을 교환하는 등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영일없이 뛰어다니면서 선거때 ‘서울회원님들을 위해 온 몸을 바쳐 일해보고 싶습니다’라는 공약을 그대로 행동에 옮기고 있다고 한다.
 

◆ 임채룡 세무사의 맛집, 벽제갈비 방이본점의 얼큰한 ‘한우양곰탕’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임채룡 세무사. 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기자는 지난 주 임채룡 세무사를 만나 그가 추천하는 맛집에서 마주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자주 찾는 곳은 서울 송파에서 유명한 갈비 전문점인 ‘벽제갈비’. 그는 이곳의 ‘한우양곰탕’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실제로 인기메뉴인 한우양곰탕은 테이크아웃으로 포장해 집에서도 즐겨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얼큰하면서도 진한 국물이 곱창과 양고기의 맛을 더 부드럽게 했다. 그러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1993년 송파에서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햇수로 25년차를 맞이한 그가 직접 추천하는 ‘송파의 맛집’다웠다.
 

◆ 경원대 경영학 박사학위…‘상속세법상 유사상장법인 비교평가 방법의 적정성에 관한 연구’

그는 경영학 박사다.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계세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상속세법상 유사상장법인 비교평가 방법의 적정성에 관한 연구-ROA와 ROE의 기준의 비교-’라는 논문을 썼다.

그는 논문에서 비상장주식의 평가와 관련해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워 수익가치와 자산가치에 일정한 비중을 부여해 가중평균하는 방식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평가액이 실제 주식가치보다 낮거나 높게 평가됐다는 비판적 연구결과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에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한 것.

이에 ROE(자기자본이익률) 대신에 ROA(총자본이익률) 지표를 적용해 주가예측에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가를 연구한 결과, ROA에 의한 보충법 주가추정치가 ROE에 의한 보충법 주가추정치보다 평균적으로 50% 가량 높게 나타나고, ROA 표준편차는 자기자본이익률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ROA에 의한 비교법 주가가 ROE를 이용한 비교법 주가보다 왜곡 정도가 심한 보충법 주가를 대체한다는 것.

그는 논문을 통해 비교기준을 ROE대신 ROA를 사용하는 경우 비교 대상이 되는 유사상장법인의 숫자가 증가해 비교평가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비상장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을 설명했다. 국세청은 임 세무사의 박사논문 발표와 동시에 ROA를 유사상장법인의 비교평가방법 지표로 적용해 이미 세법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 그의 삶을 뒤돌아봤을 때 원동력은 마음속의 ‘열망’이었다

그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어 석사학위 뿐만 아니라 박사학위까지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전남대 의대에 합격했지만 가정형편으로 의대를 포기했던 일이 한(恨)이 됐고, 공무원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만큼은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마음속에 어떤 열망을 갖고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음속에 그 어떠한 열망을 갖고 있다면 결국 밖으로 표출되게 되고, 마음속에 꿈과 열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뒤돌아봤을 때 공부에 대한 열망이 있어 40대 후반에 전문대에 갈 생각을 했고, 편입을 거쳐 50대 후반에는 결국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됐다는 것. 그는 자신이 대학을 가려고 마음을 먹고 주위 지인들에게도 ‘같이 도전하자’고 말을 건넸지만 용기를 낸 사람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그는 자신의 대학도전에 대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소회했다.

그렇게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그는 강단에 섰다. 서경대학교 금융경제학과 회계학 겸임교수로 7년간 활동했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포기했던 시골소년의 집념이 빚어낸 교단이었기에 그의 강의는 ‘열정’ 그 자체로 기억되고 있다고 한다.
 

◆ “세무사, 인생이자 자부심”

25년의 시간동안 세무사로 살아오면서 ‘세무사란 곧 인생이자 자부심’이라고 했다. 그는 세무사 사무실을 꾸려가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의 일’처럼 성실하게 임한다면 신뢰가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 같이 고민하고 함께 밤을 지새운다면 진심이 보여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신뢰를 줄 때 감동으로 승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추천했다. 핵심은 사람에게 잘하자는 것으로, 그가 그동안 실천해온 세무사로서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추천도서였다.

그는 세무사업을 계속하면서 세무사회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동안 납세자를 위해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서울세무사회장으로서 서울지역 세무사들을 위해 발로 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 이름인 ‘민화(民和)’처럼 소통과 화합을 제일 강조하는 임채룡 세무사의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일까. 몇 년뒤 또한번 ‘한우양곰탕’을 같이할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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