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만원으로 추억하는 어릴 적 먹던 국수 한 그릇…‘우밀가 소담’
더 넓은 세상 보기위해 박사에 도전…비상장주식평가 분야의 ‘달인’

세금분야 유명학회 ‘부회장’ 직함 수두룩…“학회는 숲을 볼 수 있다” 
 

상속·증여세 전문세무사, 비상장주식평가의 ‘달인’으로 불리고 있는 세무사. 그는 납세자뿐만 아니라 동료 세무사로부터, 언론, 그리고 그의 지식이 필요한 다양한 곳으로부터 매일 수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 세무법인 가나의 김완일 대표세무사다.

1977년 3월부터 국세청에서 근무를 시작해 1993년 3월 세무사로 개업했다.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로 불리지만 만학도로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김완일 세무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듣기 위해 최근 그와 함께 국수집에서 점심을 했다.

김완일 세무사가 추천하는 맛집은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안동국시’였다. 그의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우밀가 소담’이 그가 종종 찾는 맛집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참외농사를 지으면서 참외밭에 국수 한 그릇을 놓고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 뒤 먹던 국수의 맛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초복에 먹던 국수 한 그릇 역시 그에겐 별미였다.

김 세무사의 추천으로 먹은 안동국시는 조미료 없이 한우 양지로 국물을 내고 매일 면을 뽑아 만들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었다. 또 함께 주문한 수육은 부담 없이 깔끔한 맛이었다. 수육과 국수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는 일품식사를 할 수 있었다.
 

◆ 국세공무원에서 세무사로, 더 깊은 세상(稅上) 보기위해 박사학위 도전

가난했던 어린 시절, 가정형편으로 인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전교생 장학생 제도를 운영하던 고(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공고 건축과에 입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직해 식비와 차비 값도 안 되는 일명 ‘열정페이’를 받고 일했지만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공무원 공부를 시작, 국세청에 발을 딛게 됐다.

그리고 틈틈이 공부해 한양대 회계학과와 같은 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무관리학과 석사과정까지 밟았다. 세무사로 개업한 이후에는 경기대 대학원 회계학과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장안대학 세무회계과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다 더 넓은 시각으로 그리고 더 깊은 세상(稅上)을 바라보기 위해 박사학위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 경기대 박사학위 취득, ‘세법상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를 위한 기업특성에 관한 연구’

그는 거래처 회사가 주식을 거래할 때 고액으로 평가되는 미성년자 명의의 주식을 액면가액으로 거래한 것에 아무런 자문을 해 주지 않은 채 진행됐고, 추후 지방청 조사에서 저가거래로 증여세 등이 추징돼 거래처로부터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여러 개의 거래처가 동시에 계약해지가 됐고 이 일을 계기로 비상장주식 거래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를 시작해 오늘날 비상장주식의 전문가 호칭을 얻게 됐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세법상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를 위한 기업특성에 관한 연구’다. 과거에는 세법에서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방법에 대해 순자산가치 또는 순손익가치 중에서 높은 평가액을 적용해 과세했었다.
 

그는 기업가치는 어느 한 가지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실제로 연구한 결과 현실적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최소한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혼합하는 평가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제도가 개선됐다.

무더운 여름철에 써내려간 그의 논문은 흰 눈이 펑펑 내릴 때까지 이어져 완성됐다. 당시 지도교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양평까지 왕복하는 생활을 매주하면서 지적받은 곳을 지우고 새로 쓰는 작업을 계속했다.

특히 논문 발표 당시 증여세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가 도입되면서 주식평가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시기였고, 실제로 이와 관련해서는 국세공무원도 세무사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이들을 상대로 강의에 나서기 시작했다. 공무원에게 강의할 때에는 납세자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잘못된 부분이 어느 것인지 알려주고, 세무사들에게는 국세청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 집중적으로 조사하는지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 등을 알렸다. 공격기법과 방어기법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것.

그렇게 그는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로서 장안대학 겸임교수, 한양대 겸임교수, 고려대 법무대학원 교수,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등 다양한 대학으로부터 초청받아 강단에 섰고 지금은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주식평가실무(상속증여세 심화과정, 주식이동 전문가과정)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생활이 ‘보람 있는 나날’이라고 말했다.
 

◆ 한 명의 납세자를 통해 느낀 것,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

그에게 보람이 있었던 것은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기 위한 논리로 가업상속재산가액에 대해 상속세는 지원하되, 나중에 상속인이 처분할 때 과세하는 이월과세방식을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했던 것이었다.

그는 “학회 등에서 발표한 보람이 있었는지 마침내 2014년부터 가업상속재산가액 전액을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되 추후 양도할 때 과세하는 이월과세방식이 도입돼 세무사이자 박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웃었다.

또 영농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영농상속공제를 일반기업에게 적용하는 가업상속공제와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업상속공제는 자본이득에 대한 이월과세방식으로 개정된 마당에 차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명분이 사라져서 영농사업자도 일반 기업과 동일하게 지원할 것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통해 발표하면서 앞으로 영농사업자에게도 차별 없이 지원하는 세법 개정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주식거래와 관련해서 거액의 세금이 추징된 사업자가 주위에 아는 세무사들에게 문의했지만 ‘억울하지만 낼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와 실망하던 차에 ‘혹시 모르니 김완일 세무사를 찾아가보라’는 말을 듣고 찾아온 납세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원 최신 판례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준 것. 그는 “비상장주식평가의 전문가 또는 대가 등의 호칭을 듣게 돼 보람이 있고, 누구든지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학회활동,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해준다

그는 국세청, 기재부 위원회 활동 그리고 학회활동 등 경력은 화려하지만 특히나 ‘부회장’으로 유명하다. 한국세무학회 부회장과 한국조세연구포럼 부회장, 한국회계정보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에는 한국세법학회 부회장, 한국지방세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조세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한국세무사회 부회장도 지냈다.

그가 다양한 학회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다양하게 배울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하나밖에 안 보이더라도 학회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많은 의견 교환을 하다보면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세무사로서 일하면서 나무를 봤다면 학회활동을 통해 숲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됐고, 대처하는 방법 역시 빠르게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활발히 학회에서 논문을 쓰고 있는데, 지금은 은퇴하신 이우택 한양대 교수에게 항상 검토 받고 완벽한 논문이 될 수 있도록 지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업계의 거목인 이우택 교수님과 세무사제도를 위해 음지에서 활동하신 이승문 박사를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승문 박사는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후배들을 위해 활동하는 분이라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 “나에게 세무사란 '날개'다”

그는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것과 박사학위의 취득은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공무원으로 재직할 때는 맡겨진 업무를 열심히 처리했지만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아이들조차 ‘우리 집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의 이 같은 생각 때문에 과거 강동구 하일동에 있는 판잣집 촌으로 견학을 간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공무원을 그만두고 세무사를 개업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부터 날개를 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사업을 하면서 겪은 불합리한 세법에 대해 다양한 연구발표로 문제를 개선하기도 하고, 다른 세무사들이 하지 않는 각종 사례에 대한 독창적인 보고서 작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면서 시간 나는 대로 대학교와 국세공무원 교육원 강의, 각종 민간단체에서의 초청강의 등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세무사회 실무연구사례발표는 30여 차례 중 9회를 자신이 연구발표를 했으며, 매일 상담전화를 받으면서도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봉사는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세무사업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봉사할 수 있겠나?”라면서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한 것이 있다면 반드시 복귀해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 그것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 그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한 분야에 10년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그 분야의 1인자가 될 것”이라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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