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긴장감이 감도는 세무사회관의 모습.

참 그들의 혜안이 무섭다. 세무사들의 속 깊은 혜안 말이다. 그리고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세무사회 선거 결과를 접하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달 30일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서울, 부산 등 전국 각 지방회별로 치러 다득표자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일 이창규 후보가 다득표를 하여 이겼다고 선포를 하고, 당선증까지 교부했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장은 당선자들의 가운데에 서서 당선자들의 두 손을 잡아 번쩍 들어 올리면서 만세까지 불렀다.

이에 앞서 전임 회장은 자신이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결과를 미리 들었는지 당선자가 발표도 되기 전에 총회의 의장직을 부회장에게 넘기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바라보던 많은 회원들은 어! 어! 이게 아닌데! 라면서 입에 담지 못할 뒷말을 보탰다.

그리고 사달이 생겼다.

낙선한 백운찬 후보 측에서 곧바로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없고, 선거 때 당선자가 저지른 위반사항이 많으니 다시 심사해 달라는 취지였다. 5일 선관위가 열렸고, 선관위는 당선자가 선거 때 규정을 위반 한 것이 여러 개 발견되었다면서 ‘선거무효’라고 의결을 했다.

당연히 당선자측은 반발했다. 무슨 소리냐. 677표차이의 민심을 거스르겠다는 것이냐, 졌으면 승복해야지 ×팔리지도 않느냐, 민심을 그렇게 모르냐, 전임회장이 임명한 선관위가 전임회장의 재선을 위해 당선자를 억지로 끌어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선관위의 처사를 비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일반 회원들의 비판도 빗발쳤다.

이와 함께 세무사회 선거관리규정에는 당선자가 선포되면 익일 낮12시부터 임기가 시작된다고 규정돼 있고, 또 당선무효처분이 내려졌을 때 누가 회장직(대행)을 수행할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발견됐다. 또한 당선자측은 선관위의 당선무효 결정은 이미 임기가 시작된 회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장의 직무는 계속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선관위의 결정을 인정한다고 해도 일단 이의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회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해석에 따라 이창규 회장은 지난 6일 오전 긴급히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이 이사회에서 상임이사회도 구성까지 마쳐 새 집행부 직무 수행의 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상임이사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어 논란이 된다고 판단한 선관위의 관련 조항을 고쳤다. 임원선거를 위해 구성한 선관위는 당선자를 선포하는 동시에 그 임무를 다하는 것으로 개정을 한 것. 이에 따라 당선자 선포는 지난달 30일에 있었고, 5일 이창규 회장을 당선무효라고 의결한 선관위는 효력이 없다는 것으로 무시해 버렸다. 즉 이날 선관위 결정은 권한 없는 자들의 의결로서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어 버린 것.

그러면서 회관에 자리 잡고 있던 기존 선관위 사무실과 선관위원들을 밖으로 내쫒아 버렸다. 이 과정에서 전임 선관위원들은 크게 반발했으나,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새 집행부는 또 이사회에서 전임 회장이 임기 중간에 임명한 부회장 3명도 해임해 버렸다. 전임 회장들의 측근들이었으나 별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대세에 제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새 회장측은 5일과 6일 저녁을 회관에서 뜬 눈으로 지샌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회장측이 회장실을 점검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6일 오후까지 해임당한 전임 부회장들은 일부 지지자들과 함께 부회장실에서 대책을 숙의하는 등 회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 전임 집행부 관계자가 이 회장측이 회관을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 집행부 한 임원은 6일 밤 11시경 세무사회관의 경비상태를 촬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이창규 회장은 ‘회관의 경비상태가 부실하면 백운찬 집행부 임원들이 불시에 세무사회관을 점령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최근 며칠사이 한국세무사회에서 생긴 일련의 민낯이다.

왜 최고의 전문자격사 집단이라고 불리는 세무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허위 비방전을 하여 회원들이 여기에 현혹되어 표를 주어 당선되었기 때문이라면서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낙선자의 ‘추태’ 때문이라는 세무사회원들의 비판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서 여론을 읽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세무사들의 혜안이고, 민심이라는 것을. 패한 쪽은 이 민심을 읽지 못하고 패한 것일 것이다.

속 깊은 세무사들은 낙선자의 이런 면모를 어쩌면 이미 읽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그 혜안이 무섭고, 또 존경스럽다.

그리고 지금 터져 나오고 있는 세무사들의 생생한 반응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 세무사들이 ‘비방과 비판도 구분 못하는 바보로 보이느냐.” 딱 이 한마디다.

하지만 패자 측에서는 성에 못 이겨 고발장과 소송서류를 들고 경찰과 법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맞다, 그래야 한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당선자가 부정선거를 저질러 당선무효에 준하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선수들의 자세다.

세무사라는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게 해 주었으면 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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