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나의 인생 여정에 수많은 삶과 경험 그리고 사유가 있었지만 이번 설원과 빙하로 뒤덮인 북극지방 스발바르제도 여정은 특히 유닉크한 경험이었다. 내 평생 가고 싶어도 갈까 말까한 곳이기도 하다.

인천국제 공항→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스발바르 제도 롱이에아르비엔 공항을 경유해 가는 장장 20시간의 비행코스이다.

지구의 둘레가 약4만 킬로미터이고 비행기는 시속 1000여 킬로미터로 날으니 편도 2만 킬로미터를 날랐다. 결국 왕복 지구 한 바퀴를 정확하게 돌고 온 셈이다.

비교적 호기심이 많고 탐미주의 경향인 내 스타일상 여행을 하더라도 좀 색다르고 특색있는 곳을 추구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인 이곳 북극지방 여행은 아주 더 특별함을 느낀다.

여정 동안 이곳에서 기후, 환경, 음식, 활동 등이 대부분 매우 이색적인 것이었다. 우선 이곳은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일출, 일몰이 없는 캄캄한 야간 환경(Polar night)여서 시계를 보지 않으면 낮인지 밤인지 때를 구별할 수가 없다.

그리고 북극지방이라 기온이 영하 20-30도, 추울 때는 40~50도를 오르내리며 나무 등 식물이라고는 볼 수가 없고 북극곰, 순록, 물개 등 서식 외 오로지 온천지가 백색의 설원으로 영화 겨울왕국을 연상하면 된다. 그러나 그 영화에는 배경에 식물 등 나무가 있으나 이곳에는 그 점이 다르다. 식물이라고는 찾아 볼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음식의 식자재나 생활에 필요한 용품 등은 육지에서 공수해 와야 한다. 대부분의 음식이 양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 연어등 해산물 그리고 치즈나 버터 우유가 주류이고 과일과 야채가 곁들여져 있다.

식사 때마다 재료나 요리법 등 설명을 해주니 재미도 있고 음식이 모두 맛있다. 사실 이곳에서 영양이나 음식의 품격을 떠나 입에 당기는 것을 택한다면 공수해온 컵라면이고 깔큼한 맛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동토에서 생활하고 돌아와 숙소에서 끓여먹는 컵라면은 꿀맛 이었다.

가없는 칠흑의 설원에서 시속 70여킬로미터의 속도로 2시간여 동안 스스로 운전하며 즐기는 스노모빌 드라이브는 환상&스릴 그 자체였다. 또한 6마리 내지 8마리의 개가 한조가 되어 끝없이 펼쳐진 설원의 길을 찾아 썰매를 타고 달리는 이벤트는 물론 스릴은 있지만 한편 힘겨워하는 개들의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힐끗 쳐다보는 모습이 더욱 그렇다. 힘들여 달리고 있는데 브레이크를 잡아 김새게 하느냐는 표정이다. 밤이니 개의 눈에서 섬광까지 발사된다. 속성상 시력이 약한 개는 어두운 길도 냄새에 의해 방향을 잡고 본능적으로 앞으로 앞으로 달린단다.

시속 50~70킬로미터로 눈을 날리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개썰매나 스노모빌 드라이브의 맛은 경험해보지 앓고서는 그 느낌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행은 특히 본인이 직접 느끼지 않고 경험자의 설명만으로는 공유되기가 쉽지 않은 속성이 있지 않은가?

나는 20여 년 동안 스키를 많이 즐겨왔기 때문에 거의 드라이브 내내 스탠딩 자세로 스노모빌을 즐겼는데 첫 경험의 스노모빌 드라이브인데 안정감과 속도감 있게 잘 타니 리더가 원더풀과 굿을 계속 연발해주니 더욱 신이 난다. 나에게 그런 재능이 있었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백색의 북극 설원에서 새로운 자아를 재발견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스노모빌링 도중 설원에서 떠돌던 두 마리의 순록과의 조우는 골프에서의 홀인원과도 같은 우연한 행운이었다.

스노모빌 드라이브 후 베이스캠프에 돌아와 저녘 식사시에는 조우했던 그 순록 스테이크가 진상되어 묘한 느낌과 함께 약육강식의 자연의 먹이사슬 속에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맛있게 먹었다. 좀 순록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이곳 북극지역의 스발바르 제도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이 생활하며 살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이다. 오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올수 있는 곳도 아니고 여행 상품으로도 쉽게 올수 있는 곳도 물론 아니다. 그리고 이 곳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도 바다를 건너 3시간여 동안 북쪽으로 비행을 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이곳에서 개썰매를 타는 제1호라니 이곳 접근이 얼마나 어려운 곳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처음 쓰는 감동적인 순간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곳은 북극의 기후변화나 환경, 생태계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의 과학 기지가 있고 우리나라의 다산 과학기지도 바로 여기에 설치되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조그마한 대학교도 있는데 그곳에서 수염이 죽 늘어진 백발의 노교수로부터 이곳 기후변화와 온실효과 등의 수강은 이국에서 그런 기후현상의 한 복판에서의 강의이니 집중력을 더하였다.

과거 50여 년 동안 현재까지 1.5도 상승했는데 온 지구가 난리법석인데 이런 기조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70여년후의 북극지방의 온도가 7.5도가 상승되어 엄청난 지구 대 이변이 도래할 것이라는 설명에 귀가 번쩍 뛰었다. 현장에서 권위 있는 전문분야 석학교수로부터 들으니 실감도 있고 색달랐다.

이곳 방문의 여러 목적중 하나는 특히 이 곳에서 잘 발생되어 관찰이 가능하다는 신비의 자연현상인 오로라(polra lights.aurora.극광) 현상을 현장에서 목격해보자 하는 것도 여정의 큰 부분이었다.

그래서 첫날부터 나와 우리 일행들은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오고 가는 칠흑의 Polra night 여정 길에 시선은 늘 하늘에 두고 오로라(polra light)의 등장을 오매불망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마지막 만찬은 이곳 노르웨이 행양선사에서 평소 오로라가 잘 관찰된다는 특별한 곳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 해주었다. 버스로 한참을 이동하여 거주자의 불빛이 없는 한적한 산중턱에 자리잡은 별장과도 같은 멋진 식당으로 안내를 했다.

도착하자마자 주위는 온통 설산과 설원이 달빛과 polra night가 하모니를 이루며 신비스럽게 펼쳐져 있고 밤인지 낮인지를 구분하기 힘든 오묘한 상황에 캠프화이어까지 준비되어 있어 한층 기분이 업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하였다. 술과 노래만 있으면 금방 분위기가 잡힐 듯 했다.

만찬 메뉴 또한 이곳 특색있는 요리를 맛보여 주기라도 하듯 온갖 맛있다는 소스에 샐러드 순록 요리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숫한 요리 등 최고의 일품 요리와 온갖 종류의 명품 포도주가 연이어 진상되었다.

그러나 속으론 김치와 된장찌개와 숭늉이 더 그리웠다.

와인은 5가지 쯤 되는 듯 하다. 그러나 술을 과히 좋아 하지 않는 나에게 아무리 명품 와인이 등장한다 해도 그림의 떡이었으나 닭이 물을 쪼아 먹듯 한 모금씩은 모두 맛을 본 듯하다.

식사를 하면서도 일행들을 조편성 하여 오로라를 꼭 봐야 된다는 일념으로 식사 와중에도 하늘의 상황을 교대하며 계속 감시 감찰의 끈은 놓지 않았다. 그러나 식사 후 베이스 캠프로 향하여 도착할 때까지 오로라 징조는 어디에도 없었고 모든 일행들이 기지에 하염없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도착 해야만 하였다.

Serendipity(뜻밖의 기쁨)라 했던가? 나는 오늘 스노모빌 등의 일과로 몸도 피곤하고 해서 베이스캠프의 내 룸에 물이 없어 2층인 내룸에서 일층 식당에서 물이나 확보후 잠이나 청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길목의 계단에서 일행 중 한사람인 노르웨이 선사의 예빈 왕 사장을 만났다. 몇명의 소수와 오로라 보러 가는 듯 한데 한번 가보시라는 제의를 하였다. 그래서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해서 잠은 좀 반납하더라도 그동안의 노력에도 성과가 없어 별기대없이 선뜻 참여하기로 하였다.

참여자는 일행 20여 명 중 호기심 많은 나와 여러 재능을 가진 일행 한분 그리고 우리를 밴으로 가이드 할 이곳 최대 규모의 기업 물류 선사의 착실하고 똑똑한 여직원등 3명뿐이었다.

세 사람은 북극 설원의 살을 에는 듯한 찬 바람을 뚫고 밴에 몸을 싣고 베이스캠프에서 12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450미터 높이의 Mine7 mountain에 도착하였다. 그야말로 매서운 북극 한설과 칼바람을 맞으며 오로라를 기다리던중 달이 지고 나니 우리 일행을 기다렸다는 듯이 주위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빛이 공중에 서서히 나타나 온갖 형상을 그려 내며 휘황찬란한 빛의 신비한 쇼를 전개 하고 있었다. 특히 북극지역 방문을 축하라도 해주듯 내 머리위에서 큰 서클을 그리던 광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오로라의 실체를 북극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정말 장엄하고도 영험하였으며 신비스럽고 서기를 흠뻑 머금은 아름다운 빛, 아니 대자연과 우주가 도킹하는 빛이었다. 실은 태양에서 발사되는 입자(플라즈마)와 지구의 공기 분자가 반응하여 발생하는 빛이란다.

베이스캠프로부터 1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12시에 2월 2일에 2명(한국인 일행)이 오로라를 조우하게 되어 숫자의 배합도 범상치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홀인원을 세 번씩이나 한 경험이 있고 일행 한분은 나와 지난 일본 골프 투어시 샷 이글을 기록했는데 그 점도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두 행운 이란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려웠다. 뭔가 그런 기운과 우주의 기운이 맞닿은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모든 일행들이 피곤하다고 재 시도를 하지 않던 그 순간에 한계 상황의 피곤함을 무릅쓰고 쏟아지는 잠을 반납 하면서 마지막 한 순간에 도전한 오로라 탐험은 그야말로 의미가 있었다는 감회와 함께 이곳에 온 보람을 한층 배가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희열과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행운과 기쁨도 노력과 도전 없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 "No pain no gain"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소중한 것은 "고통 없이는 얻어지는 게 없다"라는 말이 동서고금을 통해서 만고 불변의 진리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음미하게 되었다. 또 작은 기쁨과 행복한 순간도 땀으로 얻어야 값지고 가치가 있음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대자연의 서기와 위대함과 장엄함이야말로 아무리 위대한 인간, 영웅호걸이 있었다 한들 감히 그와 견줄 수 있으랴는 생각에 백색의 북극 설산과 설원의 위용과 위엄 앞에서 스스로 순수해지고 겸허해지고 절로 겸손해짐을 느낀다.

언젠가는 드리워질 인생의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 어떤 이름으로 남을 것이며 커튼콜을 과연 어느 누군가는 한번쯤 앙코르를 해줄 것인가? 아니면 홀연히 삶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그 순간 나는 과연 무엇을 추억하고 회상하며 희미해져갈 커튼을 볼수 있을까?

그 장막의 뒤편에 삶의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그동안 먹고 사는 기계로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관계를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젊은 날의 꿈도 그려 보면서 국영수 아닌 문사철 음미체로의 가치있는 삶에 비중을 둬야 하지 않을까?

"대 자연과 순수한 사랑은 인간을 초월하는 영역"이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동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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