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례와 세금'은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후에 몰수나 추징이라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당초의 부과처분을 경정한 경우 이미 성립한 조세포탈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을 준비했다.

1. 사실관계

피고인은 공소외 1 등과 함께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체육진흥투표권 발매자로 지정된 공소외 2 주식회사, ○○○의 공식 인터넷사이트를 모방하여 2008. 10. 19.경부터 2009. 4. 7.경까지 사설 도박 인터넷사이트를 개설ㆍ운영하면서, 위 기간 동안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관할 세무서에 부가가치세를 신고ㆍ납부하지 않아 2008년도 제2기와 2009년도 제1기의 각 부가가치세, 그리고 2008년과 2009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포탈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후에 몰수나 추징이라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당초의 부과처분을 경정한 경우 이미 성립한 조세포탈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9704 판결)

가. 도박수입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1)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는 제1항 제1호에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을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재화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로 규정하고 있고, 제3항에서 용역을 ‘재화 이외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역무 및 기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ㆍ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부과하는 조세이므로, 부가가치가 새롭게 창출되는 재화나 용역의 유통단계가 있으면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다.

도박은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재물을 걸고 우연한 사정이나 사태에 따라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박행위는 일반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므로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아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4두13288 판결 참조). 그러나 도박사업을 하는 경우 고객이 지급한 돈이 단순히 도박에 건 판돈이 아니라 사업자가 제공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다. 따라서 스포츠 도박 사업자가 정보통신망에 구축된 시스템 등을 통하여 고객들에게 도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서 금전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비록 그 행위가 사행성을 조장하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해당하므로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사설 도박 인터넷사이트를 개설ㆍ운영하면서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ㆍ판매한 것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거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① 피고인은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ㆍ판매하고, 그 판매대금 중 일부를 재원으로 운동경기 결과를 맞춘 이들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였다.

② 피고인은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구매한 사람들과 사이에 직접 재물을 걸고 도박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ㆍ판매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았을 뿐이고,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구매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운동경기 결과라는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이 결정되었다.

③ 또한 피고인이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ㆍ판매한 대가로서 지급받은 돈은 그 즉시 피고인에게 전부 귀속되었고, 운동경기 결과를 맞춘 이들에게 당첨금이 지급되기는 하지만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의 구입대금 자체는 반환되지 않았다.

④ 따라서 피고인은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ㆍ판매함으로써 구매자들에게 당첨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았음을 알 수 있다.

나. 조세범 처벌법 위반 부분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5항 제2호는 신고ㆍ납부방식의 조세에서 조세포탈 범칙행위는 각 신고ㆍ납부기한이 경과한 때에 기수에 이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인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경우 그 신고ㆍ납부기한이 지난 때에 조세포탈행위의 기수가 되므로 그 납부기한 후에 몰수나 추징의 집행이라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당초의 부과처분을 경정하더라도 조세포탈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두 가지 쟁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되는 거래가 적법한 거래에 한정되는지 여부이다.

부가가치세법은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사업자’로 정의하고(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3호), 이러한 사업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3조 제1호). 즉,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거래’이면 그것이 적법한 거래이든 위법한 거래이든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다.

한편,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는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정보통신망에 의한 발행을 포함한다)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이하 “유사행위”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체육진흥투표권이나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설계·제작·유통 또는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 유사행위를 위하여 해당 운동경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유사행위를 홍보하거나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의 구매를 중개 또는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행위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47조부터 제49조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상 판결의 피고인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고, 이러한 행위를 통하여 유사 체육진흥투표권을 발행ㆍ판매함으로써 재화를 공급하고 대가를 지급받았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한 행위로서 위법한 행위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판결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함으로써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되는 거래가 적법한 거래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한 것과 같은 위법한 거래의 경우에도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이면 과세대상이 된다고 명확하게 판단하였다.

둘째, 조세포탈행위가 기수에 이른 이후 이루어진 몰수나 추징이 조세포탈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위법소득에 대해 과세된 이후 몰수나 추징이 있는 경우 이를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를 긍정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형법상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을 하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이득을 박탈하여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이러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아니한 것이므로 납세의무 성립 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보아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 즉, 위법소득의 지배·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등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는 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세포탈행위가 기수에 이른 이후 발생한 몰수나 추징은 이미 성립한 조세포탈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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