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중앙지법,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특가법위반 혐의 1차공판 진행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측, “국가 안보와 연결돼 있다” 비공개 신문 요청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국정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인 ‘데이비슨 사업’과 관련해 박윤준 당시 국제조세관리관에게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증언했다. 즉, DJ비자금 추적사업은 역외탈세 관련 실무자였던 박 전 차장이 국정원 실무자와 만나 진행했다는 것.

반면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을 만나 DJ비자금 관련 협조를 구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차장의 증언대로라면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요청받아 박윤준 전 차장에게 DJ비자금 추적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김선일)의 심리로 열린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현동 전 국세청장 증언에 따르면 박윤준 전 차장은 이 전 청장의 직속부하로, 2012년 2월경 국제조세관리관에서 국세청 차장으로 바로 승진을 시켜줬다. 그동안 국세청 차장으로 승진한 케이스 중 국제조세관리관이라는 국장급에서 차장으로 승진한 것은 박 전 차장이 유일하다.

또한 DJ비자금 추적사업 외에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선례는 없었으며, DJ비자금 추적사업이라는 개념보다는 단순하게 역외탈세 관련 업무라고 생각해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청장은 올해 1월 초 DJ비자금 추적사업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뜨자 휴대전화에 있는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과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의 연락처를 삭제했고, 검찰 조사에 나와서는 김승연 전 국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국정원 요청에 따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항임에도 당시 백용호 전 국세청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박윤준 전 차장과 둘이서만 알고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정보수집 초기단계에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특히 국정원 자금이 3억원 이상, 최대 5억원 가량 투입됐음에도 백 전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역외탈세 분야에 대한 전담센터장이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투입된 자금 액수와 상관없이 정보의 가치에 따라 보고가 결정된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자체 첩보를 발견해 진행한 것도 아닌, 국정원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온 사안이며,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미국국세청 해외정보원에게 직접 전달됐고, 정보는 국세청이 받아 국정원에 넘기는 것임에도 국세청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것이 맞냐고 계속 신문을 이어갔으나, 이 전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증언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백 전 청장에게의 보고사항은 답변을 거부했다.

또한 검찰은 국세청이 입수하게 된 금융정보를 국정원 등 다른 기관이나 타인에게 제공할 시 처벌받는 조항에 대해서 알고 있냐고 묻자 “모른다”고 대답하고 “해외정보원이 취득한 자료를 박윤준 차장에게 전달한 것이며, 해외정보원이 준 정보 자체도 인터넷에 찾으면 나오는 정보고 굳이 보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국세청에서 30년 이상 근무하고 국세청장까지 역임한 이 전 청장이 국제조세조정법, 금융실명법 등에도 해외금융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면 처벌받는다는 조항을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세청 직원들이 파악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 맞냐고 재차 질문했다.

또한 검찰은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를, 해외정보원에게 5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면서까지 받아 전달해도 되는 것인지 물었고, 이에 이 전 청장은 “해외정보원이 국정원에 직접 정보를 전달할 수 없어서 받아준 것이며, 국세청 내부정보는 납세자가 신고한 정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이 역외탈세 추적을 위한 정당한 목적이었다면 한미조세조약과 한미동시범칙조사법 등을 통해 적법한 절차로 정보를 넘겨받으면 될 뿐인데 미국국세청에 근무하는 미국공무원을 상대로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취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 전 청장은 “정식교환은 미국 내 과세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며 신고되지 않은 내용은 교환할 수 없다”며 “탈세여부는 정보수집을 해왔고 실제로 탈세를 했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지는 박윤준 전 차장 측의 반대신문에서 이 전 청장은 “백용호 전 청장이 2010년 6월까지 청장으로 있었고, 국정원 자금이 최초로 해외정보원에게 전달된 것은 2010년 5월 하순경으로 곧 퇴직할 청장에게 구체적인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으며 역외탈세를 전담했기 때문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금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정치적인 문제라기보다 역외탈세에 대한 것으로 생각했으며, 국정원의 데이비슨 사업이라는 것은 검찰 조사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박윤준 전 차장에게 DJ비자금 추적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가 추후 번복한 것은 “박윤준 전 차장과 최종흡 국정원 3차장의 진술조서에 그렇게 적혀있기 때문에 생각이 잘 나지 않으니 그런가보다, 그럴 수 있겠구나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윤준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국가안보와 관련있는 사항이라 비공개 재판을 원한다며 재판부에 요청했고, 나머지 신문사항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원세훈 지시로 이현동 만나 박윤준 소개받아”

이어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당시 이현동 차장을 만나 국세청을 통해 DJ비자금을 추적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씨에게 자금이 흘러갔으니 차명계좌 형식으로 증여세포탈 조사를 해 세금을 부과하라는 지시를 받고 2010년 1월경 당시 이현동 차장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DJ비자금 추적과 관련해서는 때마침 국세청에 역외탈세조사팀이 생겼기 때문에 원세훈 전 원장이 국세청의 역탈팀을 염두에 두고 지시를 한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 전 차장은 국정원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국세청을 찾아가 접견실에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을 만났고, 이 전 청장의 소개로 박윤준 전 차장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현동 전 청장의 접견실에서 박윤준 전 차장을 소개받았고, 일일이 연락하고 돈을 건네고 자료를 받아올 수 없으니, 국정원과 국세청의 컨텍포인트로 김모 단장을 소개시켜줬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방첩국장인 김 모 국장은 이현동 전 청장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배로, 김 모 국장이 이현동 전 청장을 만나 데이비슨 프로젝트를 설명했지만 이에 대해 이현동 청장은 DJ비자금의 실체규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나, 민감한 사항이라 보복조사 등 국세청이 휩쓸릴 우려가 있으며, 증여세 포탈 조사 건을 섣불리 진행했다가는 오히려 DJ에게 비자금 추적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된다며 반응이 소극적,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윤준 전 차장이 이현동 전 청장의 지시를 받아 인터넷으로 DJ비자금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다니엘 등 3명이 미국수사기관으로부터 고발 받은 사실을 접한 후, 미국국세청에 근무하는 해외정보원에게 관련 정보를 얻어오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시도하던 중, 결국 이현동 전 청장의 허락을 받아 30만 달러를 미국 해외정보원에게 주고 정보를 받아오기로 했다고 박 전 차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최 전 차장은 DJ비자금 추적사업은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으며, 비자금이 북한으로 흘러간다는 첩보를 얻어 대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 국정원 직무범위에 속하는 사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윤준 전 차장 측의 요청으로 나머지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열리며,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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