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개최

“개인취득재산 기준 과세 ‘응능부담원칙과 과세형평성에 부합”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에 관해 주제발표를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에 관해 주제발표를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제공]

우리나라의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체계가 같지만 상이한 과세방식과 공제제도로 자산이전에 대한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상속-증여세 과세체계의 일원화 방안으로 유산세 방식, 유산취득세 방식 두 가지안이 제시됐다. 특히 유산취득세 방식은 개인이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해 ‘응능부담의 원칙’과 과세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원장 김재진)은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방식 및 공제제도 개편, 가업상속공제의 실효성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의 향후 개편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현행 제도의 특징, 쟁점사항을 살펴보고 향후 개편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상속·증여세의 세율체계 및 공제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과세대상이 증가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세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상속·증여세의 국세 대비 비중이 2010년 1.7%에서 2020년 3.7%로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최근 10년간 상속·증여세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래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자료집-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
[그래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자료집-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한 상속세와 증여세의 공제제도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 상속세의 경우, 과거 기준과 유사하게 고자산가에게 과세하기를 원한다면 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으며, 이때 물가상승률과 자산분포 변화 등을 고려해 과세대상 범위 조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증여세의 경우, 부의 이전을 원활히 하고 공제수준을 현실화한다는 측면에서 증여세 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으며, 미국과 일본처럼 연간 기초공제제도를 도입하거나 통합공제제도를 설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자산이전에 대한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방식 일원화 방안으로는 ‘유산세 방식’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산세 방식이란, 피상속인 혹은 증여자를 기준으로 하여 그의 유산 전체에 대하여 누진율로 과세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 세무행정 및 세수 확보의 용이함 등의 장점이 있으나, 피상속인의 관점에서는 이중과세 논란, 상속인 관점에서는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다.

이 외에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통합을 제시했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유산을 취득한 자를 기준으로 하여 그 취득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과세형평성 문제와 이중과세 논란은 완화될 수 있으나, 모든 상속인·수증인이 이전받은 재산을 추적하는 데 따르는 과세행정 부담과 위장 분할 등 조세회피에 대한 우려가 있고, 현행 세율체계와 공제제도 유지 시 부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상속·증여세의 과세방식 전환은 공제 제도·세율 등 과세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작업으로 면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가업승계 지원제도 합리화 차원에서는 상속세 납부를 가업상속재산 양도시점 등으로 연기해 기업의 계속 경영을 유도하고 상속세가 투자, 고용 등 기업 활동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본식 납부유예 제도를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는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윤지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면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 최승문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세무사와 교수를 포함한 각 분야별 전문가는 유산취득세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일정 부분 의견을 모았다.

첫 번째 토론에 나선 한양대 강성훈 교수는 과세방식, 공제제도,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됐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편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로 통합할 경우 상속세 일괄공제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상속공제는 현행 수준보다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만약 일괄공제를 허용할 경우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상속재산을 일괄공제한 후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해야 하므로 상속공제 개편 시 이러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공제제도를 상향조정하거나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로 통합하면서 공제제도를 상향조정하면 상속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가업상속공제제도 완화는 동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강 교수는 상속과 증여에 대한 세 부담 격차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현행 제도는 세 부담 관점에서 증여가 상속보다 더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이는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왜곡해 부가 원활하게 이전되는 것을 저해할 수 있고, 경제주체가 원하는 시점에 자산 이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속과 증여에 대한 세 부담 차이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과세방식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이 형평성 관점에서 타당하다”며 “과세방식은 미국처럼 유산세 방식으로 통합하는 방안과 다른 주요국처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해봄 직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개인을 중심으로 동일한 자산에 대한 세 부담이 동일하게 발생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타당하다”며 “현재 과세인프라가 과거와 달리 잘 구축된 만큼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완일 세무사는 상속세가 증여세와 같이 각자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세무사는 “우리나라의 상속과세제도는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유산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속세 과세방식은 과세행정의 편리함과 동시에 보다 많은 세수를 얻을 수 있는 데 해당 방식의 적용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외국에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이며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응능부담 원칙과 부의 분산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워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을 꾸준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세무사는 “현행 유산세 과세유형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적은 재산을 상속인도 상대적으로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경우와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며 “무엇보다 연대납부의무가 있어 상속인 사이에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생전에 증여를 받아 증여세를 내고, 나중에 상속이 발생하면 합산과세를 함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돼 상속세가 증가할 수 있다”며 “이때 증가한 상속세는 모두 상속인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로 피상속인이 죽어서도 욕을 먹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세무사는 “정부에서는 납세환경의 미비로 징세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세수의 감소를 예상할 수 있어 유산취득세 방식 도입을 주저했으나 그러한 환경요인이 크게 변화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에 필요한 과세인프라의 충분한 구축,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정부의 과세권 강화, 사회 구성원의 양극화 해소, 조세의 응능부담 원리와 부의 재분배 유도 등을 위해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토론에 나선 참여연대 신승근 실행위원 역시 “응능부담 원칙 적용, 부의 대물림에 대한 적정과세를 위해 과세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실행위원은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되, 세수 중립적으로 과표구간, 공제제도 등도 함께 개편해야 하며 구체적인 개편방안은 상속세부담 실태분석 등 종합적인 검토 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이어 건국대학교 최승문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자산에 대해서는 유산세, 증여자산에 대해서는 유산취득세 형태로 과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속자산도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과세범위가 넓어지고 소득 및 자산의 파악이 용이해짐에 따라 생애 동안 회피한 조세를 사망 시 정산한다는 개념의 설득력이 약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무상으로 이전된 자산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무상으로 소득이 발생한 상속인에게 과세하는 방식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자료집-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
[그래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자료집-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
[그래픽: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 자료집-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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