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먹튀주유소에 675억원 세금부과해도…실제 추징은 ‘단 1%’
해상면세유는 브로커 개입…농·임·어업용은 관행적 유착, 봐주기 등
석유류 유통업자가 면세유를 불법으로 빼돌리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판매한 뒤 탈세 후 폐업하는 속칭 ‘먹튀주유소’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세금 추징이 어려운 이유는 면세유 불법유통 조직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면세유를 판매한 뒤 세금을 내지 않고 무단 폐업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해도 바지사장은 자력이 없어 압류를 한다해도 사실상 실익이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4년)간 먹튀주유소 적발 건수는 총 365건, 부과 세액은 675억원이지만 실제 추징된 금액은 6억7600만원이다.
이에 국세청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정연구센터에 의뢰한 ‘해외 주요국 석유류 유통업자 규제 연구-해상 면세유 유통구조’에 대한 보고서에는 △질량유량계(MFM) 제도 도입 △다층적 규제 방안 도입 △전담조사반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 면세유 왜 불법유통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각 용도별 면세유는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해상면세유의 유통에는 급유업체가 잔유를 유통시키는 것 외에도 범죄 집단이 개입해 불법유통에 관여하고 있고 면세유를 폐유로 위장해 밀반입하거나, 비밀창고에 숨기는 방식, 서류를 위조한 후 공급하는 방식, 화학약품과 섞어 가짜 경유를 제조해 유통하는 방식 등이다.
우리나라의 해상급유 시스템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선박급유업체가 정상적인 영업활동만으로는 충분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인바 면세유의 불법유통을 통해 부족한 이익을 보전하려는 유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해상유 유통시스템은 정유사 대리점 급유업체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가격경쟁력이 매우 낮으며, 급유업체에 대한 운송료는 수년째 동결돼 면세유 불법유통을 통한 위법행위 관행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
농·임·어업용 면세유는 공급 대상이 될 수 없는 자에게 부정 공급하거나, 종사자가 공급받은 면세유 중 일부를 제3자에게 부정 판매하는 형태로 유통된다. 불법 포획 단속으로 어업이 정지된 이후에도 계속 면세유를 공급받거나 소형어선이 출항하지 않고 허위신고해 부정수급하는 경우 등도 있다.
또한 구조적 문제로 부정수급이 만연하며, 일부 관리·감독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용 면세유는 조합과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일치해 위법행위 공모 가능성이 상존하며 지역농협은 수익창출이 되지 않는 면세유 관리에 소극적이어서 면세유관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지역농협 직원 대다수가 해당 지역 출신으로 면세유 이용 농민과 지역 선·후배 관계로 농민이 원하는 만큼 면세유를 배정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업용의 경우 `03년부터 `20년까지 산림조합중앙회가 실태 점검을 통해 면세유 부정사용을 적발한 건수는 ‘0건’이었다.
이같은 면세유 불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국세청, 관세청, 농협·수협, 해양경찰청 등은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세청이 관리하고 있다. 다만 국세청이 개별적인 면세유 불법유통 현장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조기경보시스템 등으로 먹튀주유소 존재를 인지하더라도 세무조사까지 이루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 미국에는 없는 ‘먹튀주유소’ 왜?
보고서는 질량유량계(Mass Flow Meter, MFM) 기반 벙커링 시스템을 도입한 싱가포르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17년부터 세계 최초로 선박급유선에 MFM 설치를 의무화했고, 네덜란드는 로테르담 항만에서 내년 1월1일부터 모든 벙커 선박에 인증된 MFM 장비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서 선박 연료를 공급하려는 벙커 공급업체는 싱가포르항만당국(MPA)의 벙커링 면허를 보유해야 하며, 이를 취득하기 위해 승인된 MFM을 설치·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급유바지운항사업자, 벙커 검량회사, 벙커 검량관 모두 MPA 벙커링 면허를 필수로 보유해야 하고, MPA는 무면허 활동에 대해 면허 정지·취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 중이다.
미국에서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업하는 경우는 있어도 우리나라의 먹튀주유소와 유사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 석유류를 정제, 혼합, 수입, 도매 또는 소매 형태로 유통하고자 하는 경우 미 국세청(IRS)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며, IRS는 이 과정에서 사업자의 재정상태를 고려해 보증금 예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은 연료 마커 제도와 RDCO 등록제도로 유통 경로별 추적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 불법 유통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불법 유통이 확인되면 유통업자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모두 처벌한다.
◆ MFM 도입과 지방국세청 단위의 전담조사반 설치 등 필요
보고서는 석유류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MFM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MFM 도입에서 나아가 인증, 운영, 검증, 기록, 집행 체계를 통합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고, 면허 체계 개편과 책임소재의 명확화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 인력과 자원의 확보를 통한 지방국세청 단위의 전담조사반 설치는 단기적으로 도입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의 세정심사 등록제도, 보증금 제도, 면세유 추적 시스템은 단기적 추진을 고려할 수 있으며, 프랑스의 조세채권 확보 중심의 통합형 규제 체계는 중기적 관점에서 추진이 가능한 정책이라고 봤다.
일본의 품질관리 중심의 법체계와 위험 기반 규제를 결합한 관리 체계도 중기적 관점에서 도입을 고려할 수 있는 제도로 판단했으며, 영국의 마커제도, 석유판매소 등록제도, 노상검사제도는 중단기적 관점에서 제도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