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원 상속세 '가업상속공제’ 받으려 경영일선 복귀, 내년 회장 승진

의사 현금 리베이트 제공, 약사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 재판 진행 중

'토비콤'으로 유명한 안국약품의 어진 부회장이 각종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채 리베이트와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부담스런 상황에서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회사 측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회장직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어 회장은 안국약품 창업주인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22년 어 명예회장 사망 후 부친의 지분 267만7812주(지분율 20.53%, 취득가액 약 254억원)를 상속받았다. 그러면서 어 회장은 안국약품 지분율 22.68%에서 43.22%로 최대주주로서의 지배력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약 160억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 의무를 지고 있다.

어 회장은 상속세 공제 및 세금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2022년 내려놨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 복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 회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복역해야만 했다. 2016~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연구소 직원 28명에게 고혈압 치료제와 항혈전제를 투약하고 다수의 채혈을 강행한 혐의다. 지난해 10월 출소한 뒤 한달 만인 11월에 안국약품의 대표이사로 경영자 자리에 서둘러 복귀했다. 상속세 공제 시한 3개월을 남겨둔 시점이다. 그가 서둘러 경영에 복귀한 이유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업상속제도는 매출액 4000억원 이하의 기업에서 오너2세가 가업을 승계할 시 최대 600억원의 상속가액을 공제할 수 있는 제도다. 가업상속공제는 사후 조건이 엄격해서 상속인이 운영하던 가업을 온전히 승계해야 하며 지분을 팔면 안되고 직원 승계도 구조조정 없이 이뤄져야 한다.

현행 상속세법상 상속세 공제를 받으려면 과세표준 신고기한(사망일로부터 6개월)까지 임원으로 등재되고, 상속세 신고기한 이후 2년 내 대표이사 등 임원에 취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로 복귀한 직후 안국약품은 지난해 11월 말 임시주총에서 72억원 규모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의 건을 통과시켰다.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입액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대주주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과세 형평성 논란 때문에 세법이 개정되면서, 배당소득세 면제 시행 연도가 올해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어 회장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어 회장은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결산배당을 2배 확대하면서 시가배당률을 2%대에서 6%대의 ‘고배당주’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꾸준히 유지해왔던 배당총액을 25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2배 확대했다.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올해가 비과세 ‘감액배당’의 마지막 기회임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 회장은 1992년부터 2022년까지 안국약품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고, 이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부회장 직함만 유지하다 지난해 출소하자마자 대표이사로 서둘러 복귀하고 지난 8일 안국약품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내년 1월 1일부로 회장직에 오른다.

하지만 회장으로 승진한 내년에도 어 회장의 사법적 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병원보건소 등의 의사들에게 현금과 의약품을 제공한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 회장의 형사재판이 16개월만에 다시 재개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7부는 지난 17일 약사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어 회장과 안국약품 법인, 정준호 전 영업본부장, 김용도 전무 등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지난해 8월21일 공판기일 이후 약 16개월 만이다.

그동안 재판부 변경과 석명준비명령 절차 등이 이어지며 기일이 장기간 열리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 공판기일 이후 판사가 변경됐으므로 그동안 진행된 공판절차를 갱신한다”고 밝히며 검찰에 공소사실 요지 진술을 요청했다.

검찰은 어 회장 등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자사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다수 의료인에게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병원 의사 68명에게 약 56억원 상당의 현금을 제공했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공중보건의 등 보건소 근무 의사 17명에게 약 7억4000만원을 제공해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1872회에 걸쳐 약 25억원 상당의 물품을 다수 의료인에게 제공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약사법 제47조가 금지한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국약품 법인도 대표이사인 어 회장의 업무와 관련해 총액 기준 80억~90억원대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며 함께 기소됐다.

다음 기일은 내년 3월 20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오너의 상속세 문제 해결과 리베이트와 뇌물공여 혐의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사법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사업 확장 및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할 안국약품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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