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내 괴롭힘 연간 신고 건수가 1만건을 돌파했다. 법 시행 당시 2천건이었던 것이 불과 몇 년만에 5배로 폭증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근자에 가족적 정(情)에 기반한 노사관계가 경직된 노사관계에 대한 최적의 대안으로 칭송하던 사회 분위기가 일조한 것 같아 못내 씁쓸하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노사관계에도 곧잘 쓰인다. 근로계약 당사자 관계를 혈연(血緣)관계로 고양시킴은 암울했던 근로조건 개선의 촉매제 역할에 훌륭한 나침판이다. 1997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 광고 카피였던 “또 하나의 가족”은 아직도 시민들의 가슴속에 온기로 남아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육아기와 아동·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겪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바람직한 육아법을 제시하는 코칭 프로그램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지는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이기 때문에 겪는 만만치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육아 非전문가인 부부가 자녀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가족의 일부 또는 보호의 객체로 단정함에서 파생되는 비극을 프로그램은 읊는다.
물론 TV 프로그램에서의 가족관계와 노동현장에서의 노사관계를 완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폭증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라는 아노미 현상의 해결책을 고민함에 있어 지난 시절 미덕으로만 칭송되어 왔던 사내 가족화 문화에 대한 반성적 고찰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제가 그 직원을 남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어요? 참 억울하네요. 저는 단지 그 직원이 친 동생 같아서, 아들 같아서 말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당시 그 직원이 나한테 싫은 내색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리고 회사에서 말을 하다 보면 어떻게 매번 듣기 좋은 말만 합니까? 아니 상급자가 이 정도 말도 못한다고 하면 직장 생활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하는 상급자에게 그 부하 직원은 넉넉히 “또 하나의 가족”일 수 있겠지만, 부하직원의 머릿속 가족에 그 상급자가 포함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거리두기’이다. ‘거리두기’는 결코 코로나 사태에서만 유효한 표지판이 아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좁은 작업 공간에서 동거동락하는 직장관계에서도 적극 권장되어야만 하는 지침이다. 물론 ‘거리두기’의 방점은 심리적 부분에 찍힌다.
산에 자라는 나무 역시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경우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룬다. 마찬가지로 한 직장에 근무하는 직원 사이에도 적당한 심리적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영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가해 직원 스스로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도 남을 언행이 ‘가족 같은 사내 문화’의 장막 뒤에서 부지불식간 표징되어 동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제부터 각자의 업무를 존중해주고 동기부여 해 줄 수 있는 심리적 거리두기를 시작해 볼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강선일 노무사 프로필]
△ 노무법인 혜안 대표 노무사
△ 기업의별 직할컨설팅본부 전문위원
△ 前) 한국공인노무사회 서울강남지부 대의원
△ 前)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 교육강사
△ 前) 서울시 강남구 의사회 자문 노무사
△ 前) 서울시 강남구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컨설턴트
△ 경북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법학석사)
△ 저서 『법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업노무설계가이드』, 『노무초보 사장님 하루만에 고수되는 비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