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열린 국세청 개청 60주년 기념식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은 “AI가 이끄는 대전환의 시대에 발맞춰 세계가 부러워하는 ‘K-AI 세정’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 국세청]
지난 3월 4일 열린 국세청 개청 60주년 기념식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은 “AI가 이끄는 대전환의 시대에 발맞춰 세계가 부러워하는 ‘K-AI 세정’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 국세청]

‘AI의 역설’이라는 신조어가 생경하다면 십중팔구는 공무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공무원들의 매너리즘을 직격한 것이다. 과거 어떤 정부에서 ‘청년 일자리 확충’이라는 美名(미명) 하에 공무원조직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의 정원을 마구 늘려온 탓인지는 모르지만 공무원사회의 업무집중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공직사회의 복지와 근무 환경이 일반 사기업체와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놀고 먹기’, ‘공 먹기’로 시간을 보내면서 노동 현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복지와 혜택을 마치 천부의 권리라도 되는 듯 주장하고, 국민의 세금이 자신들을 위한 것처럼 갖가지 명목으로 훔쳐 간다.

국세청도 예외일 수 없음은 당연하다. 국세공무원이라고 다른 부처 공무원보다 충성심이나 봉사정신이 월등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자신의 희생으로 국민의 평안을 추구한다는 사명감이야 있을 리도 만무하다. 인구가 늘어나고 사업자 수가 급격히 늘어 나든 시기에 이를 감당하기 위해 국세공무원 수가 늘어나고 조직이 비대해졌다. 세수의 자연증가는 직원들의 능력 검증이나 업무량 측정과 무관하게 늘어만 갔다. 말로는 “개혁이다”, “업무 혁신이다” 시끄럽게 떠들지만 조직은 지속적으로 살찌워졌다. 인구절벽이 심각하고 자영업자들이 다 죽어 나간다고 아우성이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납세자는 세무서에 올 필요도 없고, 세무서가 어디 있는지 알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속 있는 대책은 두고 볼 일이다.

국세청이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기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으나 ‘체납관리단’ 인원 보충과 세정홍보과와 대변인실을 합하여 홍보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내용 정도가 전면에 세울 정도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마도 국세청 조직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징세비 측면에서나 1인당 관리 납세자 수가 많지 않다는 명분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절벽으로 미래의 납세자가 줄어드는 것은 팩트다. 나아가 AI의 세정 접목은 국세공무원의 일거리가 획기적으로 축소됨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날 국세청 조직이 비대해진 원인은 일차로 납세자와 세수 증가에 있지만 조직의 수장들이 조직원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승진 자리를 늘리는 것이 마치 최고의 역할인 듯 몰두한 탓도 있고, 교통통신의 발달과 홈택스를 중심으로 한 세정업무의 변화에도 기관장 자리를 늘리기 위해 세무서를 쪼개고 정원을 늘리는 마치 세금으로 만든 국고가 자기들의 안주머니처럼 직원들의 환심용 당근으로 사용한 대가라 할 것이다. 세정에 AI 접목으로 국세공무원들의 일거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접목이 잘못된 것이다. 노동 현장이나 생산 현장에서는 AI의 업무 접목으로 사람의 아날로그식 업무처리에 비해 10배 정도까지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업무의 난이도나 숙련도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전산화가 아날로그에 비해 업무처리 속도가 확연히 빨라지고 사람의 일손을 줄여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비만의 원인을 제거하고 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아마도 진정한 세정 혁신의 큰 걸음은 조직개편일 공산이 크다.

국세청이 비만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업무와 환경의 변화다. 요즘 상급병원인 종합병원의 경우 기존의 병과 분류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원래 종합병원은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증세에 따른 대분류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료유형별로 기존의 분류와 새로운 분류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의료행위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게 변신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 대학 병원들이 기존의 대분류를 유지하면서도 암센터, 뇌센터, 신장센터 등 동일한 치료 방법과 같은 질병의 환자들을 모아서 좀 더 효율적인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 국세청의 업무와 병원의 업무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주장의 논거는 사회의 진화 속도에 맞추어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세청도 병원 치료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미 홈택스를 통한 신고 업무가 옛날과 천양지차이고 상담은 AI가 대신한다. 민원실도 존재 이유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洞(동)마다 아니면 시·군 단위의 세무서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왜 세무서를 세수 단위로 나누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세무조사 센터, 신고검증 센터, 불복 원스톱 처리 센터, 세무정보 알림센터로 분리 운영하는 방법은 불가능할까?

조직이 전근대적인데 업무방식이 바뀐다고 혁신이라 이름 붙이기가 다소 낯 뜨겁지 않을까? 세정홍보과와 대변인실을 합친다는 조직개편에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아뜩함은 지금도 많은데 얼마나 더 많은 자랑을 하려는 것일까이다. 국세청이 자랑거리야 많이 만들 수 있지만 지금까지 국세청장들이 자랑하는 치적들이 보여주기용 아니면 전시용에 가깝고 진짜 혁신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업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을 대단한 혁신이니 개혁이니 자랑하는 포장 기술은 이쯤에서 멈추자.

AI의 업무 접목으로 일거리가 줄어들고 시간이 남는 직원들이 개인적인 일을 보거나 핸드폰으로 노닥거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에 온천지가 세금 도둑들만 늘어나고, 국민의 등골은 누가 펴주나. ‘가난의 평준화’라는 미래가 눈앞에 놓인 기분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을 포함하여 향후 국세청장들 모두의 과제이겠지만 국세청 조직의 군살을 도려내고 22세기형 미래의 국세청 조직을 만드는 일 하나만으로도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진정 납세자와 나라를 위해 봉직한 국세청장으로 납세자의 칭송이 자손만대에 전해질 것이다. 국세청 조직개편이 진정한 혁신의 큰 걸음이다. 다시 한번 주문한다. AI의 세정 접목에 맞는 조직개편을 주문하는 납세자를 섬기라. ‘AI의 역설’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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