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농협 지배구조 속 정기주총서 대표 선임 안한 이유
윤 대표 연임 혹은 복수대표 가능성, 추후 임시주총서 결정
지난 1일 임기가 만료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의 후임으로 차기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않으면서 CEO 공백으로 인한 리더십 부재와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농협중앙회와 NH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해석과 함께 농협의 특이한 지배구조에 또 한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CEO 연임 및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향후 열릴 임시 주주총회까지 임기 만료된 윤 대표가 직무를 이어가겠지만 종합투자계좌(IMA) 1호 상품 출시 등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선 시점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법상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내 개최해야 하는 12월 결산 법인의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상 CEO 연임이나 차기 선임이 주요 이슈지만 농협만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지난 윤 대표 선임 과정처럼 차기 대표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 농협 내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윤 대표의 연임을 점치고 있었지만 최근 내부통제 이슈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로 차기 대표에 '복수대표' 혹은 제3의 인물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대주주가 대표이사 체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이상 현 체제를 유지하는 쪽이 아닌 부문별 역할 분담을 강조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복수대표는 구체적으로 공동대표나 각자대표 체제를 말한다. 복수의 대표이사가 부문별로 권한과 책임을 나눠 맡는 형태로 담당 영역이 명확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각자대표 체제가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공동대표 체제보다 의사결정 속도와 역할 분담 측면에서 유리한 각자대표 체제가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체제 개편이 이뤄질 경우 윤 대표는 IB사업부 대표를 역임한 바 있어 해당 부문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복수대표인 다른 한 명은 리테일 또는 자산관리(WM)를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대표 선임에 대해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체제별 장단점을 검토한 뒤 추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독대표 체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윤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의 윤 대표 재임 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으로 2024년 매출액 11조5871억원, 영업이익 9011억원을 올려 68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15조3631억원, 영업이익 1조4206억원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1조316억원으로 50.23%나 증가한 실적 상승을 거뒀다.
농협의 지배구조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가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1110여 개의 지역 농·축협을 회원로 한 농협의 최상위 조직이다. 중앙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농협금융지주 아래로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등 9개의 금융 자회사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지배구조 모범 관행' 준수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지난 2024년 윤 대표 선임 당시 농협중앙회의 입김과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의견이 팽팽이 대립하면서 NH투자증권의 대표 선임이 늦어졌다. 농협만의 독특한 지배구조 속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고, NH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 임추위가 독립적으로 대표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계열사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엇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농협중앙회가 양보하면서 결과적으로 윤 대표가 선임됐지만 금융당국의 수장이 교체된 올해는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의 대표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