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속 네 부녀 모두 사내이사 재선임…경영 불확실성 주주 우려
전년 대비 지난해 실적 부진 불구 고배당 정책…악화된 여론 의식했나
아파트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유명한 서희건설은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업 도급순위 16위에 올라있는 중견기업에 속한다. 현재 부당지원 의혹 공정위 조사 및 김건희 관련 의혹으로 인한 특검 수사 등 법적 리스크와 경영권 승계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봉관 회장과 세 딸들 모두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오너일가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주주들의 불안이 커지는 분위기다.
서희건설은 지난 31일 서울 서초구 서희타워에서 제4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 및 이사 선임 등 6개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사내이사로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과 장녀 이은희 외주동반성장본부 부사장, 차녀 이성희 개발부문 실장 겸 재무본부 전무, 삼녀 이도희 전략경영실장 등 오너일가 네 부녀가 모두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사실상 가족 회사이기 때문에 예측된 결과지만, 전년 대비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데다가 고위 임원의 횡령·배임 등이 불거져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오너일가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상폐 위기 원인은 지난해 7월 경기 용인시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 지주택과 관련된 비리의혹 때문이다. 서희건설 전 부사장이 13억7500만원의 뒷돈을 전 조합장에 주고 공사비 385억원을 증액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비리에 연루된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여기에 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김건희씨 에게 맏사위 인사를 부탁하며 1억원이 넘는 귀금속을 건넸다고 지난해 특검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건희 알선수재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이 회장은 2022년 3월부터 5월 세차례에 걸쳐 맏사위인 박성근(변호사)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인사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총 1억원이 넘는 귀금속을 김건희에게 건넸다고 털어놨다. 박성근이 한덕수 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은 청탁한 후 한달만인 그해 6월 3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서희건설 정기주총에서 이 회장은 총 13번, 이은희 부사장과 이성희 전무가 4번, 이도희 실장이 2번을 각각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자 주주들은 경영 불안정을 우려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맏사위 공직 임명 청탁 목적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 구형의 선고 재판을 앞두고 있어 자칫 재선임된 이후 경영 공백이 올 수 있는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태다.
게다가 이사회 내 독립된 통제장치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희건설 이사회는 총 9인 체제로, 상근이사가 6명으로 과반이 넘고 내부 출신 경영진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도 내부 추천 인사로 알려져 실질적인 견제·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경영진 견제와 사업 조언을 해야하는 사외이사 자리에 모두 관료 출신을 앉혀 대관 및 법률 리스크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945년생인 이 회장이 올해 81세에 접어들어 서희건설의 경영권 승계 문제도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이 회장의 세 딸(이은희 성희 도희)이 경영에 참여하며 승계 구도를 형성 중이며, 현재 모두 사내이사다. 회사의 핵심 부서와 이사회를 이 회장 일가가 모두 장악하고 있다.
경영 승계 핵심은 세딸이 지분 100%를 소유한 계열사 애플이엔씨가 서희건설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이며, 내부거래와 부당지원 의혹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엔씨가 내부적으로 서희건설에서 일감을 받아 성장한 자금으로 서희건설 지분(약 12%)을 매입하는 구조다.
서희건설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유성티엔에스는 서희건설의 최대주주로 지분율 29.05%를 보유한다. 여기에 옥상옥(屋上屋) 구조로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유성티엔에스의 1대 주주인 한일자산관리앤투자는 이 회장의 세 딸이 지분 49.59%, 서희건설이 50.41%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서희건설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 → 한일자산관리앤투자(유한회사) → 유성티엔에스 → 서희건설'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와 계열사 간의 복잡한 순환출자가 핵심 구조를 이룬다.
최근 공시된 서희건설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1조4736억원 대비 약 25%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지주택사업을 포함한 건축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할 만큼 서희건설의 사업 구조는 여전히 특정 분야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444억원으로 전년 대비 38.7% 감소하면서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부진한 실적을 거둔 지난해에도 이 회장은 특검 수사와 재판 중에도 회사로부터 29억400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서희건설은 이번 주총에서 고배당 정책을 폈다. 배당금 총액은 185억원에 이른다. 시가배당률은 6.16%로 건설업계는 물론 상장사 평균을 크게 웃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장녀 이은희 부사장이 최대 주주인 애플이엔씨에 대한 부당 지원 및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이엔씨가 서희건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토대로 5년간 총자산이 120배 급증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득했다는 의혹이다. 서희건설 경영 승계의 핵심으로 부상한 애플이엔씨에 대한 공정위 조사 결과가 경영 승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