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강호동 회장 200만원 스위트룸 숙박"
정부 '농협개혁추진단’ 구성, 지배구조 및 선거제도 등 제도 개선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등을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수많은 비위가 적발됐다. 형사 사건 수사의뢰 2건을 포함해 부적절한 기관 운영 사례 65건이 적발되고 추가 감사가 필요한 사안도 3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비위 의혹, 정부 특별감사 실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반복 제기됨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한 달간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특별감사에 농식품부 감사담당관실을 비롯한 관계 부처와 공공기관 감사 인력 등 총 26명을 투입했고,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6명의 감사위원이 참여해 객관적이고 엄정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감사에서 자금과 경비 집행 과정에서 부적정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2024년 농협중앙회의 무이자자금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조원 증가했지만, 특정 이사조합에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과정에서 법령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된 2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의뢰 대상은 농협중앙회 임직원의 개인 형사 사건 변호사비 약 3억2000만원 대납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이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건은 해당 임직원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형사 사건인데도 농협이 지난해 거액의 공금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추가적인 증거 확보와 형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5일 수사의뢰했다.
또 성희롱·배임 혐의 직원을 경징계 처리하는 등 내부 통제가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관계가 확인된 부적절한 운영 사례는 65건이 적발됐다. 성비위와 배임 등 중징계 사안을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 중 농협중앙회가 43건, 농협재단이 22건이다. 농식품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관계자 확인서를 징구했으며, 향후 처분 사전통지와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쳐 최종 감사 결과를 확정·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요 문제로 꼽혔다.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는 다양한 농업인 단체와 학계 추천을 받아 구성하도록 돼 있음에도, 실제로는 인사부서가 제한된 범위에서 후보자를 추천해 폐쇄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 회장 등 임원의 권한과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지나치지 않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농협중앙회에서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 농민신문사에서 연간 3억원 넘는 연봉 등 매년 약 7억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퇴직할 때 퇴직금(전 회장 4억2000만원), 퇴직공로금(전 회장 3억2300만원)까지 수령한다.
그런데도 강호동 중앙회장은 5차례 해외 출장 과정에서 매번 하루 숙박비 상한선인 250달러(36만원)을 지키지 않고,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1박당 50만~186만원 초과하는 등 하루 숙박비로만 200만원을 넘게 썼다.
비상임 이사, 감사, 조합감사위원 등에게 지급하는 특별활동수당도 증빙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도 공개되지 않았고, 농협자회사는 일반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한 물품 구매, 용역, 공사 등의 계약은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경비, 운전 등에 필요한 인력을 관행적으로 수의계약 해왔고, 농협 자회사는 이들에게 건물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농협재단은 전문계약직 신규채용에 필요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이사장 단독 지명으로 사무총장(전문계약직)을 채용하면서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대로 징구하지 않았고, 농협장학관장은 규정에서 정한 직급(M·3·4급)이 아닌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했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약 8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상근 임원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하는 등 방만한 재정 운영을 했다.
농식품부는 감사 기간 등 물리적 한계로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38건에 대해 추가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임직원 금품 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특정 업체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계열사 인사 개입, 부당 대출, 고가 물품 구매 등 각종 비위 제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필요할 경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그동안 농협에 대한 수많은 비위 의혹과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한 선거제도 및 인사 등을 심도있게 들여다보고 제도 개선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특이한 농협 지배구조, 제왕적 농협중앙회
농협은 농민을 주주로 208만명의 조합원 수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다. 하지만 단순한 협동조합이 아닌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은행, 증권사, 언론사까지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다.
지배구조는 조합원 → 지역 농·축협 → 농협중앙회 → (금융/경제)지주회사 →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가 핵심이다. 농협은 각기 다른 조합 구성돼 있다. 지역농협 916개로 가장 많고, 지역축협 116개, 품목농협 45개, 품목축협 23개, 인삼협 11개 등 1111개 조합이 모여 농협중앙회를 이룬다.
농협의 최고 권력은 농협중앙회다. 2012년 신용(금융)과 경제 사업 분야를 분리(신경분리)한 이후 중앙회 산하 2개의 지주사 체제로 운영된다.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의 지분을 각각 100% 소유하며, 계열사 28곳을 거느리고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을 비롯해 NH투자증권,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12개 계열사가 있고, 농협경제지주는 농협하나로유통, 농협목우촌, 농협양곡 등 유통 및 제조 관련 17개 계열사를 거느린다.
농협중앙회 회장은 임기 4년 단임제에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감사권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농협의 총자산 규모는 농협중앙회(약 166조원)와 금융지주(약 532조원), 경제지주(약 13조원)를 포함해 전체 약 711조원대에 이른다. 농협은행 단독으로는 약 412.8조원(2024년말 기준)의 자산을 보유하며 금융권 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농협은행도 구조적 한계로 은행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앙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최근 5년간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약 8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약 91%가 2024년과 2025년에 집중돼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명동지점 직원의 횡령(약 160억원)을 포함해 수백억원대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외부 대출상담사가 연루된 205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 사고 등이 발생했다. 대출 관련 사고 10건 중 5건이 내부 직원의 직접적인 배임·횡령·사기(지인 명의 도용 허위 대출 등)로 밝혀졌다. 수시공시가 이뤄진 금융사고의 총 규모는 430억원에 이른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너진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잇단 금융사고 발생 이유에 대해 농협금융의 특이한 지배구조를 지목했다. 당시 금감원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가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금산분리원칙과 내부통제, 규율통제 같은 것들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챙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농협개혁추진단’ 개혁 대상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던 고질적 농협 비위 의혹에는 지배구조 및 선거제도가 근본적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농협 개혁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논의는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로 넘어갔다.
이재명 정부에서 강도 높은 농협 개혁의 주문이 이어 이번 특별감사로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둘러싼 구조적 비리와 내부통제 부실이 다시 한번 드러나게 되고, 농협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혁 요구가 커졌다.
이달 중 농업계와 외부전문가 등을 포함한 '농협개혁추진단’이 구성될 전망이라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인 농협 개혁의 성과를 낼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