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납세자연맹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사진 오른쪽)과 고성규 부회장이 '청와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등 공개촉구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사진 오른쪽)과 고성규 부회장이 '청와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등 공개촉구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법원이 청와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과 김정숙 여사의 옷값 등 의전비용, 워크숍에서 제공한 도시락가격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보공개청구를 한지 3년 8개월만에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0일 이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고 밝히며,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즉각 공개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23일 냈다.

납세자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투명하지 못한 국정운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전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만들어낸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부”라며 “당시 헌재판결문을 보면 곳곳에서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부패방지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대통령의 공무수행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함에도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의혹 제기 행위만을 비난한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권력분립 원리에 따른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 등 민간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 연맹의 지적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선거를 통한 정당한 권력형성은 물론 권력행사과정에서도 투명한 절차와 소통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끊임없이 확보해야 하며, 부패구조를 청산해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그런 점에서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를 구현하려는 국민적 열망’에 배치되는 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권한남용의 폐습으로 봤고, 이를 청산하기 위해 파면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며 “그런데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비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투명성이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수반으로서 타 부처에 솔선수범해야 하는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정부 부처들이 공개하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연맹은 “사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업무추진비 건별 세부집행내역은 물론 몇몇 정책연구용역서 과제명, 여론조사 내용, 부동산 3법 통과 관련 각 부처 보고내용과 청와대 회의현황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결정에서 판시한 것과 같이 공무수행의 투명한 공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밑바탕이 된다. 행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영부인의 옷값 구입에 국민 세금이 지원됐는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은 국가 신뢰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그 옷값을 인정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특권’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누가 옳든, 관련 정보가 완전하고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만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국민이 공개된 정보로 토론하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도, 좌우 진영논리도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연맹은 특수활동비 오남용이 공직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제도의 문제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예산을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면, 누구나 해당 예산을 사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할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맹은 지난 2017년 11월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문재인 정부는 삭감에 만족하거나 그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퇴임 후 관련 위험이 남아있지 않도록 특수활동비를 마땅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릇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 모두가 특활비를 단 한푼도 사적으로 지출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어야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

또한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사건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프랑스처럼 국회의 특별위원회가 평소에 국정원의 예산남용을 철저히 감시한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맹은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 건설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은 ‘예외를 극소화 한 정보공개’와 ‘공문서에 대한 완전한 국민 접근권 보장’”이라며 “한국의 ‘정보공개법’보다 약 8배나 두꺼운 126쪽의 스웨덴 ‘정보공개법’에는 정보공개 예외 조항인 ‘비공개 사유’가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적시돼 있다. 예외조항 외에는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 공무원의 재량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면 한국은 공무원이 ‘수사중’, ‘감사중’, ‘검토중’이라는 이유를 골라 언제든 비공개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공개해야 할 정보’를 완전히 감출 수 있는 ‘정보 비공개 핑계법’인 셈”이라면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내역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한국 납세자를 대표해 승소를 이끈 우리 납세자연맹은 마냥 기뻐하거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청와대가 항소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로 관련 정보가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가면 박근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각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현행 법령상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정보는 정보공개 소송 중이라도 비공개 대상이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이른 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에 맞서 ‘촛불’로 만든 정부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당연히 그 뜻을 기려 이번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처럼 항소하지 말고 특활비 내역 일체를 공개, 검찰 등 다른 모든 국가기관 특활비 공개의 계기와 모범이 돼야 한다. 투명한 국정을 바란 민심의 산물인 문재인 정부라면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투명성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결정문의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만일 청와대가 항소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고 촛불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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