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법학회, 경정청구제도 주요 쟁점 주제로 ‘정기학술대회’ 개최
조세소송 중 경정거부처분 비중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입증책임 분배 관련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행정소송에 있어 그 과세요건 되는 사실에 관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과세관청에 입증책임이 있다는 `76년 대법원 판례가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동 판례는 세무조사가 권력 등에 의해 자의적으로 남용되던 시절 형성된 것으로 전자신고제도가 정착된 오늘날 입증책임 분배를 달리 살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18일 한국세법학회(학회장 김석환)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경정청구제도 주요 쟁점을 주제로 한 제148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는 박훈 교수(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노미리 교수(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조세소송에서 입증책임 분배방안에 관한 연구-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중심-’ 주제발표에 나섰다. 토론엔 허승 부장판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김영란 교수(Yeshiva University)가 참여했다.
경정청구제도란 이미 신고·결정 또는 경정결정 된 과세표준과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해야 할 과세표준과 세액을 초과하면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에 이를 바로잡아 결정 또는 경정해 줄 것을 청구하는 제도다. 조세채무가 확정된 후 납세의무자가 그 법적 효력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되는 제도로 의미가 있다.
노 교수는 “과거 조세소송에서 과세처분이 주축을 이뤘다면 현재는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며 “그 원인은 경정청구제도가 여러 차례 걸쳐 개정되면서 경정청구 기간이 연장되고 경정청구권자가 확대된 점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문제는 과세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에 있어 과세요건이 되는 사실에 관해서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과세관청에 입증책임 있다는 판례(대법원 `76년 3월 9일 선고, 74누7 판결) 태도가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점”이라며 “동 판례는 부과과세방식 아래 세무조사가 행정권력 등에 의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남용되는 경우가 많던 시절 형성된 것으로 전자신고제도가 정착된 오늘날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입증책임 분배를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입증책임 분재 조정 방안으로는 ▲법원 해석으로 입증책임 분배를 조정하는 방안 ▲입법을 통해 입증책임 분배를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 교수는 “최근 하급심 판례 동향을 살펴보면 `23년 선고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사건 중 과세요건사실이 경험칙에 따라 사실상 추정된다고 해 입증책임을 완화한 하급심 판결이 종종 확인된다”며 “결론적으로 납세의무자 신고에 대한 경정청구의 경우 과세자료가 납세의무자 지배영역 안에 있어 납세의무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본 점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언제 경험칙이 적용되고 배제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알기 어렵다”며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함에도 경험칙을 적용해 입증책임에 있어 대법원 2015두950판결과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61958 판결 결론이 엇갈리는데 이는 입증책임에 관한 납세의무자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것으로 법원 해석으로 입증책임 분배를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을 통한 입증책임 분배방안으로는 ▲입증책임 분배 규정 신설 ▲납세의무자 협력의무와 입증책임 연계를 제안했다.
노 교수는 “첫 번째 관련 신고납세방식 세목의 경우 납세의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이 불가능한 방안은 아니나 누적된 판례 태도에 반하는 것은 무리인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납세의무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안에 대해선 “납세의무자 협력의무와 입증책임을 연계하는 방안으로 우선 자료제출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가), 일정 기한까지 자료제출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세자료로 활용하지 않는 방안(나), 시기에 늦게 제출한 자료에 대한 입증방법을 제한하는 방안(다)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가와 나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인데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는 점차 과태료 상한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나)는 국조법에 있는 내용을 국세기본법에 규정해 납세의무자에게 제때 과세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는 우리나라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내용이나 도입할 만한 내용”이라며 “우리나라 국세기본법에 일본 국세통칙법 제116조 내용을 도입하면 납세의무자가 증거를 지연해 제출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 국세기본법에 도입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할 만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앞에서 살펴본 입증책임 분배방안을 토대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입증책임이 합리적으로 배분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허승 부장판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는 증액경정처분 관련 경정청구와 신고에 대한 경정청구 구별 의견을 게재했다.
허 부장판사는 “교수님이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경정청구는 경정청구거부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신고에 대한 경정청구는 그 대상이 과세관청 처분이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한 신고이고 그 신고가 잘못됐다는 것이 경정청구 사유이므로 과세관청이 이에 대해 거부처분을 했다고 하더라도 납세의무자에게 거부처분이 위법이라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균형에 맞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납세의무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부장판사는 “교수님의 이와 같은 논의는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관련 현재 실무가 가진 여러 고민은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며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증명책임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허 부장판사는 “최근 일부 하급심 판결은 입증 필요를 납세자에게 부담시키는 근거 중 하나로 ‘납세의무자 신고에 대한 경정청구는 납세자가 스스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한 신고가 잘못됐음을 주장하는 상황이므로 일반적인 부과처분이나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경정청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들고 있다”며 “비거주자 경정거부처분에서의 취소소송에서 증명책임 관련 다양한 견해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증가 원인을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다양한 경제활동 때문에 납세의무 여부, 납세의무 성립 시기 등을 납세자 또는 세무대리인 등이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 경우 납세자는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신고 및 납부하고 세무조사 과정에서 쟁점이 돼 부과처분 받을지 ▲스스로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보수적으로 신고 및 납부할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납세자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신고 및 납부했다가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처분 받으면 무신고·과소신고가산세, 납부지연가산세가 추가로 과세된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최근 가산세 위험을 피하고 오히려 조세행정작용에 협조한다는 취지에서 납세자는 최대한 불리하게 보수적으로 신고 및 납부한 뒤 곧바로 경정청구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때도 동일한 논의가 적용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조세행정작용에 협조하고 경정청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이를 밝히지 않을 때 세무조사 이후 조세부과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보다 입증책임에서 더 불리한 취급을 받지 않도록 추가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영란 교수(Yeshiva University)는 미국 조세소송 관련 예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미국 조세소송은 납세자 입증책임이 상당히 무겁다”며 “그러나 그중에서도 어느 포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소송법리 및 세세한 입증책임 분배가 달라지기에 소송 실무에서 사안 별 어느 법원에서 절차를 시작할지 상당히 전략적으로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정책 논의방향은 발표자 논문과 달리 오히려 납세자 입증책임을 경감하는 쪽으로 진행된다”며 “이처럼 다양한 국가가 조세소송 관련 입증책임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하는 만큼 비교법적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견되고 한국도 적합한 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