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후보 중 내부인사에 힘 실려…FCP, 이사회 전문성 문제 삼아

최종 후보 1인 23일 확정, 내달 말 정기 주총서 선임 결정

KT&G 사장 후보 자격으로 현재까지 4명의 숏리스트가 공개된 가운데 최종 후보 결정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KT&G 내부 출신에 힘이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반격이 펼쳐지면서 23일 결과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KT&G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16일 방경만 KT&G 수석 부사장과 허철호 KGC인삼공사 대표,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등 4명을 차기 사장 후보군 숏리스트 명단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이 중 유력한 인사로 내부 출신의 방경만 KT&G 수석 부사장과 허철호 KGC인삼공사 대표를 꼽고 있다. 반면 내부 인사의 약점을 노린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력한 내부 인사인 방경만 수석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백복인 현 사장과 같이 이사회 사내이사 2명 중 1명이다. 1998년 KT&G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과 글로벌(CIC)본부장, 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 내 주요 보직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KT&G 내에서 글로벌전문가 및 해외사업 통(通)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전략기획본부장 시절엔 KT&G의 중장기 전략과 주주환원정책 수립 등을 이끌었다.

허철호 현 KGC인삼공사 사장은 1967년생으로 그룹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불린다. 1996년 KT&G 입사한 후 KGC인삼공사 중국사업실장, 대외협력실장, KT&G 홍보실장, 대구본부장, 남서울본부장 등을 거쳐 2022년 KGC인삼공사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중국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중화권 시장은 물론 미국 등 해외 사업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내실 없는 해외실적'이라며 내부 인사인 이들 2명을 겨냥했고, KT&G 이사회의 전문성을 지적하면서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의혹, 미국 정부 장기예치금 등을 문제 삼고 있다.

FCP는 내부 출신의 선임을 막으려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일 국민연금에 서한을 보내 KT&G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활용해 대표 선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KT&G 지분 6.20%를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의 뜻에 따라 2대 주주인 중소기업은행(6.93%)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KT&G 사외이사 외유성 호화 출장에 대한 경찰 수사는 방 부사장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글로벌에코넷·공정산업경제포럼 등 시민 단체들은 지난 6일 백복인 사장과 방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사외이사 6명 모두를 외유성 출장,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고발에 따른 것이다. 사건을 배정받은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방 부사장을 정식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FCP 관계자는 “경찰 수사 대상자가 사장 후보자로 적합한 지 의문이다"라며 "주총 전에 법원 가처분 신청에 따른 해외 실적 관련 자료의 분석 결과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KT&G 측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법령 및 정관 등에 따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사추위를 거쳐 최종 주총 승인 3단계에 걸친 공정한 절차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또한 완전 개방형 공모제 실시 및 인선자문단을 외부 전문가로 꾸려 평가를 반영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의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서도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제고를 위해 규정에 따라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 인사 중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무선사업부 동남아PM그룹장 겸 서남아PM그룹장(전무), 중국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1964년생으로 서울대 법학 학사와 영국 에든버러대 국제법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의 길을 걷다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 상무보를 역임했고, 2019년까지 삼성전자 중국총괄을 맡았다.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은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MBA 석사를 받았다. 2008년 애경그룹에 입사해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에서 마케팅본부장을 맡은 기획·마케팅 전문가다. 제주항공 사장을 거쳐 지난해까지 AK홀딩스 사장을 맡았다.

사추위는 숏리스트 명단에 오른 4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한 뒤 오는 23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다음 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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