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영의 세정에세이]   

2013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이라는 말부터 시작해 세부담이 늘어나면 그것이 증세지 왜 증세가 아니다 라고 하느냐와 또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을 확대해야 한다 즉 MB정부 때 시작된 부자감세부터 철회하라는 요구까지 세금문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지난 8일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을 내놓자 야당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은 놔두고 중산층과 봉급생활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반발의 수위를 높였다. 자칫 박근혜 정부의 국가운영 동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포착되었고,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그리고 13일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욕 먹었던 핵심부분인 근로소득자들의 세부담 증가를 다소 완화하는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세법개정안 ‘파동’을 봉합하고 있는 모습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증세 없는 복지' 용어가 헷갈린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라는 용어부터 고쳐야 한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명분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고, 이것이 당선후에도 그대로 사용되면서 혼란을 키웠다. 즉 당시 사용된 증세의 의미는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이 없는 증세를 의미한다는 것을 조세전문가들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세법개정안을 두고 ‘증세다. 아니다’를 논쟁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깡 스럽다. 그래서 솔직히 이번 세제개편안을 놓고 증세라고 막말을 퍼붇는 것은 세법개정안을 흠집 내려는 의도도 다분하다는 것이 엿보인다. 

납세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면 그것이 증세라고 하는 지적은 맞다.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하거나 세무조사를 통한 추징액이 발생해도 납세자는 세금이 늘었으니 증세인 것이다. 즉 지하경제 양성화도 증세에 포함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시점에서의 증세 논란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래서 당장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세율인상 없는 복지’라고 바꾸어야 한다. 

두 번째는 중산층의 의미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핵심적으로 비판 받은 부분이다. 봉급생활자들 즉 연봉 3450만원 이상자들에게 세부담을 더 지우게 함으로써 이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내놓기 전에 이들이 왜 좀 더 세부담을 해야 하는지 부터 설명했어야 했다. 그런 설득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갑자기 추가로(월 1만3천원 가량)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하니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이다. 

실제로 연봉 3500만원을 받는 봉급생활자들에게 물어보면 월 1만3천원 정도는 더 낼 용의가 있다고 한다. 내가 1만3천원 더 낼 때 연봉 1억원을 받는 선배들은 열 배나 더 많은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주위에는 나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많고, 내가 더 내는 세금으로 인해 공동체의 빈곤층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렇다.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고소득자·대기업에게는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봉급생활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려 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 것이었다. 

물론 이 부분도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 정부의 대응, 홍보, 소통의 부재였다. 그리고 국민들을 거위에 비유한 ‘유식의 실수’였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담대한 부분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보면 상당히 개혁적이고, 대담하다. 

당초 개정안은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요구해온 고액연봉자에 대해 부담을 더 지우자는 요구들이 반영되었다. 연봉 9천~1억원을 받는 경우 지금보다 연 113만원, 1억2천~1억5천만원은 256만원, 1억5천~3억원은 342만의 부담을 추가했었다. 즉 내가(3450만원) 연 16만원 더 낼 때 우리 선배들은 연 100만원 이상을 더 내게 설계된 것이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미용목적 성형수술 과세, 현금영수증의무발급 대상 확대, 10억원이상 고소득농민에게도 세금 부과 등 고소득사업자들에 대한 과세강화는 물론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져온 공무원 직급보조비에 대한 과세와 종교인에 대해서도 대담하게 과세권으로 넣는 담대한 세법개정안이었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이와 함께 대기업에 대한 세부담 요구도 있었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갔던 R&D 설비투자 세액공제,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율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법인세 분야에서도 예산지원과 중복되는 감면제도는 대폭 정비·축소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을 손에 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개혁적 조치들에는 눈을 감고, 봉급생활자들에게만 세금폭탄을 던진 것이라며, 반발의 수위를 높였다. 그리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전 정부에서 실시한 부자감세부터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조정하라는 요구다. 

그런데 여당측에서는 법인세는 당신들이 집권할 때부터 내린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의 방침은 인위적 세율조정보다 비과세·감면을 줄여 세부담을 높여나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리고 법인의 이익이 법인세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돌아가고 그 소득은 배당소득으로 과세된다는 점에서 세율에 손을 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정부는 이런 비판에 굴복해 13일 봉급생활자들의 추가 세부담 기준선을 한참 뒤로 물러 5천5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 경우 연봉 7천만원까지는 2~3만원의 추가 부담만이 발생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기준선의 상향조정으로 줄어드는 세금만큼 근로장려세제, 자녀장려세제 등 서민층에 지원되는 재원이 부족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풍선의 한쪽을 튀어 나오게 하면 다른 한쪽이 줄어드는 현상과 같은 이치다. 정부는 고소득·자영업자들에 대한 과세강화로 보충하겠다고 밝혔다.  

◆353만 청년실업자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결국 수정 세법개정안은 수정안으로 추가 세부담을 지지 않게 된 봉급생활자들의 세금과 고소득자영업자들의 과세강화와 맞바꾸는 형태로 매조지 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어쩐지 보편적 복지에 걸 맞는 보편적 증세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월 1만3천을 더 못내겠다면서 세금폭탄 운운하던 직장인들과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다는 353만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자들의 두 얼굴이 교차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번 개정안으로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계층이 더 늘어났다는 것에 조세전문가들은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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