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11월 두 차례 승진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던 약속은 허언이 되어버렸다. 국세청 서기관 승진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세청은 매년 5월과 11월 세무서장 후보자인 서기관 승진인사를 단행해 왔다. 한번에 30명 가까운 사무관들이 꿈에도 그리던 기관장 자리를 예약하는 서기관 승진의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4월 16일 악몽의 ‘세월호 침몰’로 모든 인사행정이 올 스톱되면서 서기관 승진인사도 중단되어버렸다.

세월호 침몰 때 정부가 보여준 ‘허둥지둥’ 구조작업 등으로 인해 정부와 관료들의 무능이 민낯으로 드러나면서 ‘관피아’ 척결이 화두로 부상된 가운데 잔치로 비견될 수 있는 승진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낮짝 두꺼운 일 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국세청은 세월호 사고 이후 일체의 인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진도와 안산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곳 기업들의 세금납기연장 등과 함께 ‘승진잔치’를 벌이지 않고 숙연한 모습으로 묵묵히 납세서비스를 하는 일 뿐이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와 달리 올 들어 단행한 인사는 새해 초(1월2일) 단행한 부이사관 6명과 서장급 89명에 대한 전보인사와 1월 14일 지방청장들을 포함한 고위공무원 전보인사, 1월 20일자로 단행한 6명의 고위공무원 승진인사와 운영지원과장의 전보발령, 1월 24일자 7명의 부이사관 승진, 그리고 2월 17일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의 임명(1명)과 지난 6월 11일자로 나온 비상안전담당관(1명)의 발령이 전부였다.

물론 국세청의 경우 선배간부들의 명퇴와 정년퇴직 등으로 인해 연말 연시와 상반기를 마감하는 6월말 7월초가 인사시즌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동안 특별한 인사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사행정에 큰 무리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서기관 승진인사였다. 당초 5월 중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던 것이 6월 하순을 맞으면서도 언제 뚜껑이 열릴지 기약이 없다는 데서 승진 하마평에 오른 고참 사무관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것.

이들에게 요즘 가장 반가운 말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라고 한다.

국세청은 6월말 고위공무원단 및 세무서장급 이상 간부들의 명예퇴직 숫자가 30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연히 명퇴 후속 고공단 및 세무서장에 대한 승진과 발령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장 자리는 한시도 비워둘 수 없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무서장 후보자들인 서기관 승진인사도 이때 해도 될 것이다.

요즘 국세청 주변에서는 ‘이제 서기관 승진인사도 불가피한 것이다. 세무서장들 발령 때 같이해도 잔치라는 말보다는 마음 고생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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