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를 '잘 봐주겠다'며 뇌물을 받아 챙긴 세무공무원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는 뉴스가 지난 26일 방송과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벌금 5천만 원과 추징금 5천만 원도 함께 선고됐다는 멘트까지 덧붙였다.
그는 성남세무서 조사과 반장으로 있던 48살 이 모씨였으며,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관내 한 게임업체의 통합법인세 조사를 하던 중 2010년 1월 서울 역삼동의 한 음식점에서 업체 대표를 만나 "세무조사를 잘 마무리 해 줄테니 현금 '다섯 개'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까지 법원에서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잔뜩 찌푸리게 했다.
이달 초 우리는 세무조사를 벌이던 기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전 중부국세청 조사4국 소속 세무공무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아 구속되었고, 재판에 넘겨졌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세무조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아 챙기는 나쁜 세무공무원들과 관련된 이런 뉴스가 사흘이 멀다하고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중부청 조사4국은 지역의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면서 지난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조직을 새로 만들기가 무섭게 조사를 나간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여느 조사국 사건과 달리 더 큰 충격파를 던져 주었다.
국세청이 1년간 세무조사를 벌여 얼마의 세금을 추징하는가? 겨우 4조원 가량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들이 성실 납세하는 국세청 소관세수의 2%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 이런 세무조사를 위해 국세청은 조사조직을 늘려왔고, 지난해 작심하고 늘린 이 조사조직이 생기기가 무섭게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말이 딱 맞다. 그리고 또 이 조직에서 드러나지 않은 다른 사고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국세청으로서는 솔직히 조세정의보다는 국세청 공무원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조사조직을 늘리려 한 것이며, 세무조사는 기업들을 괴롭히고 국세공무원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니 당장 없애라고 해도 무어라 할 말이 없게 된 모양새다.
무시로 들이닥치는 세무조사를 위해 세금을 안내고 버티다가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그때 내면 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기업 세무관계자들이나 세무대리인들이 적지 않다는 게 부끄럽지만 현실이다. 이쯤 되면 세무조사는 성실납세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기업들의 성실납세를 가로막는 '깊은 해저드'라고 비판 받아도 할말이 없다.
몇 년전 기업들의 윤리경영 문화 확산을 위한 한 워크숍에서 유명한 회계사가 던진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비해 분식결산을 한 후 세무조사가 나오면 분식 사실을 미리 자백해 실질적인 추징세액을 줄이고, 세무조사 기간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세무조사가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것이 기업의 재무상태표가 적정한지를 감사하고, 또 탈세까지도 적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회계사들의 생각이라면 ‘정녕 세무조사가 성실납세를 담보하는 수단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학자는 지금보다 세무조사를 5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괴물’을 통해 ‘공안세정, 공포세정’을 하자는 이야기로도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지금처럼 세무조사가 세무공무원들의 분탕질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더 늘린다는 이야기는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다.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차라리 성실신고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보다 훨씬 성실납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정말 지금이 세무조사의 패러다임을 확 바꿀 때라는 생각이다. 굳이 세무조사 조직이 필요하다면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세무조사를 남발하는 것보다 탈세자만을 찾아내 철저하게 응징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슬림화하고 정예화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빨리 개혁해야 한다. 아니면 세무조사라는 괴물은 한 두 명의 세무조사 공무원을 삼키는 것을 넘어 국세청 조직을 송두리째 삼킬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