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세무사회 임원선거에 나섰던 후보자들과 선관위원들이다.

약관의 나이에 세무사시험(세무사들은 고시라고 함)에 합격했다. 최연소 합격이었다. 그리고 20여년 동안 세무사업을 하다가 세무사회장에 도전했으나, 커다란 벽에 부딪혀 낙선했다.

그는 또 도전한 끝에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연소 세무사회장(49세)이었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국세청 고위직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던 한국세무사회장직을 국세공무원 경험도 없고, 정치적 뒷배도 없는 달랑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 순수 세무사 길을 걸어온 보통 세무사의 승리였다.

그러나 그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회장으로서는 초년병이었다. 국세청에서 근무하는 등 큰 조직을 관리해 본 경륜도 없었다. 단지 불합리한 세무사제도 하나 개혁해 보겠다고 백방으로 뛰겠다는 기백하나였다. 큰 성과는 없었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다.

하지만 그는 절취부심 6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전국의 세무사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그의 구상과 열정을 설파했다. “한번 해봤으니 이제는 잘 할 수 있다. 세무사라는 직업의 우월성을 높여보겠다”는 일념이었다. 그리고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업계의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나섰으나 그는 준비한 기간만큼의 큰 표차로 승리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세무사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그에겐 하루도 쉰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세무사들의 50년 숙원이었던 ‘세무사 자동자격제도’를 폐지해 내는 성과를 올렸다. 1만여 세무사들은 그를 세무사업계의 ‘영웅’이라고 부르며, 칭송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죽어서나 듣는 영웅이라는 소리를 눈 앞에서 듣게 되니 욕심이 생겼다. 회장을 한번 더 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소위 ‘세무사회의 3선’ 파동을 불러왔다. 그는 회장을 두 번 했지만 연속해서 두 번 한 것이 아니니 연속해서 두 번 하면 어떻겠느냐고 임시총회를 열어 회원들에게 물었고, 엄청난 반대 목소리가 있었으나 다수의 회원들은 출마하는 쪽으로 선택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3선에 반대하는 많은 회원들의 결집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무난하게 3선에 성공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그는 회칙을 고쳐 4선, 5선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경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러 가지 회무를 놓고 파열음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말 쯤부터 “더 이상 출마하지 않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일 없습니다”라면서 “박수 받으면서 회장직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그의 말에 일부에서는 “재선 때도 더 이상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기어이 3선에 나섰다. 믿을 수 없다”는 회원들과 “진심인 것 같더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등 아직까지도 양갈래 의견이 있다.

이런 업계의 분위기 속에 그는 “저의 모든 것을 받쳤습니다. 세무사제도 대부분을 개선했습니다. 회원들로부터 박수 받으며 마무리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의 이야기다.

이처럼 정구정 세무사회장이 내년에, 그리고 내 후년에도 세무사회장직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 지면서 당장 내년 6월 예정된 차기 세무사회장 선거에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상가집, 결혼식장, 세무사들의 이런 저런 모임 등 세무사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이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얼굴 알리기를 하는 모습들이 목격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포스트 정구정’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차기 '세무사회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세무법인 대표, 지방세무사회장을 지낸 사람들이라면서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지방청장 출신이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에 대한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업계에서는 아무리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고 하지만 솔직히 차기 세무사회장을 할 만한 재목이 없다라는 말이 너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말은 소위 정구정 회장을 싫어하는 측에서 더 많이 들린다.

잠재적 후보군인 본인들이야 스스로 잘 났다고 생각하겠지만 회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은 별로라는 이야기다. 물론 그들의 진정한 내면과 철학, 가지고 있는 비전과 열정을 다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폄하일 수 있지만 업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평가는 이처럼 냉정한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세무사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세무사회의 단합을 위해 노력하겠다. 소통하는 회장이 되겠다. 회비를 깎아주겠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 회장을 만들어 주세요. 지방청장을 지냈으니 국세청에 말발이 먹힐 것이니 뽑아주세요.’ 뭐 이런 순진한 컨셉이라면 애시당초 꿈꾸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세무사 1만 명 시대다. 전문자격사 1만 명이라면 세상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세무사들은 국가의 재정을 책임지는 공인 자격사들이다. 그들의 손에서 국가를 움직이는 돈이 움직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무사들은 국가의 세금권력으로부터 납세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약속한 세법을 사실상 집행하는 조세정의의 파수꾼이다. 그냥 단순히 장부를 만들어 세금신고를 대신해주고 수수료 몇 푼 받는 그런 자격사가 아니다.

기자는 그들에게 묻는다. '왜 세무사회장을 하려는가?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세무사라는 직업에 주어진 책무인 납세자 보호와 조세정의를 위해 나는 준비되어 있는가?' 라고.

세무사회장을 꿈꾸는 당신에게 ‘지금 국세청이 추진중인 납세협력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이 세무사들의 젖줄인 조정계산수수료를 겨냥한다면, 고객의 탈세사실이 적발될 경우 세무사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면, 세무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복수단체 설립의 허용시도가 있다면, 세무사 자격은 회계사에서 파생된 것이니 회계사 합격자에게도 자격을 주자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매년 배출되는 2500명의 변호사들에게 세무시장 개방이 추진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또 있다.

세무사가 세금탈루를 하려는 의뢰인에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독립성과 윤리관을 확보하기 위한, 조세소송대리권 쟁취를 위한, 20년 전과 똑같은 보수체계를 확 바꿀 수 있는, 세무사들의 새로운 젖줄이 될 수 있는 사후신고검증제 도입에 대한 복안을 당신은 가졌는가. 솔직히 한번 생각이라도 해봤는가 묻고 싶다.

아직까지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면 솔직히 세무사회장 꿈도 꾸지 마시라. 세무사회장 그냥 ‘폼 잡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누구 혜성처럼 나타나는 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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