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8일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국세청장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이용섭 전 청장때 부터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 김덕중 청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이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해 국세청장으로 취임했다. 이제 임환수 내정자가 8번째로 국세청장 후보자로서 국회의 인사청문 검증대에 서게 된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세청장직을 수행하고 퇴임한 전임자들은 모두 6명이다. 이중 절반인 3명이 중도에 청장직을 불명예 하차했다. 이들이 불명예 하차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국세청장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인 ‘인사와 세무조사’때문이었다. 그 힘이 이들에겐 성배가 아니라 독배였던 것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모 전임 청장은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뇌물을 받아 챙겼고, 또 다른 청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세청의 후배를 동원해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고, 또 다른 청장은 인사청탁 로비 혐의 등으로 불명예 퇴직했다.
임환수 내정자가 국세청장에 임명된다면 1965년 3월 재무부 사세국에서 국세청으로 독립한 이래 21번째 국세청장이 되는 것이다.
그는 행정고시 28회에 합격해 국세청에서 줄곧 근무해온 베테랑 세무공무원이다. 그런데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을 쥐락펴락했던 ‘TK(대구경북)출신’이며, 정권의 실세들과 가깝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는 또 99%에 이르는 대다수 국세공무원들의 임용형태와는 다른 행정고시 출신이다.
그리고 그의 ‘주특기’는 납세자들이 신고한 세금이 적정한지를 검증하는 수단인 세무조사 업무라고 한다.
임환수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것을 청문해야 할 것인지가 분명해 졌음이다.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꼭 해야 할 것은 병역, 재산 등 개인적인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그의 인사관, 세무조사관 그리고 납세서비스관에 대한 청문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공무원 2만 명 중 99%가 비고시 출신(9급,7급,8급)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항상 인사에서 홀대받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거 국세청은 1급(고공단 가급)자리가 3개였다면 이중 1자리는 그들의 능력여하를 불문하고 비고시 출신들에게 할애되어 왔다. 9급으로 들어왔지만 열심히 일할 경우 1급까지 오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기위한 조치였다. 그러던 것이 근래 들어 비고시 출신들에 대한 배려인사가 자취를 감추면서 비고시 출신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현재는 1급 4자리중 1자리 비고시 임명)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국세청 조직은 국세청장 개인의 조직이 아니라 국민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국민 모두는 아니더라도 많은 국세청 직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런 인사는 아니어야 조직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문제 한 가지. 청장이 TK출신이라는 이유로 TK출신 국?과장들에게 불이익이 가서는 안된다. 즉 역차별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력과 업무능력은 출중한데 청장과 출신지역이 같다는 이유로 중요한 자리에 갈 수 없다면 이보다 더한 ‘비정상’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회는 이번 후보자의 인사관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리고 약속을 받아내어야 한다. 원칙과 정도에 따른 인사를 하겠다는 단단한 약속을.
두 번째는 세무조사 문제다.
세무조사는 납세자들의 세금신고 자료의 성실성 여부를 검증하는 하나의 행정행위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거 정권유지의 힘으로 악용되면서 어느 샌가 ‘보검과 흉검’사이를 오가는 양날의 검이 되어 국세청을 수렁으로 몰고 간 예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노 전 대통령 죽음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난받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2001년 23개 언론사에 대한 일제조사는 누가 뭐래도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국회는 임 내정자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의 세무행정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조사한 내용으로 장난치지 않겠다는 ‘언약’을 반드시 받아내어야 한다. ‘서약’이면 더 좋다.
나아가 힘 없는 자들이 아닌 힘 있는 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도 눈치 보지 않고 떳떳이 하는 그런 국세청이 되어야 한다는 약속도 받아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를테면 힘 있는 변호사, 국회의원, 장.차관들과 연을 자랑하는 기업들에 대한 ‘솜방망이’ 조사는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납세자에 대한 세정서비스 철학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어떤 조세전문가는 세금을 동창회비에 비유했다. ‘동창회비를 내는 것이 불편하고, 계산도 복잡하다면 누가 기꺼이 회비를 내려 하겠는가’라면서 세금을 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파한 적이 있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려하지만 세금을 내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또 불편하다면 이는 ‘빵점세정’이다. 과거 모 국세청장은 국민들이 세무서를 가지 않고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편하게 세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했으나 과연 지금의 세정환경이 세무서를 가지 않고도 세금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 이에 대한 새 청장 내정자의 세정서비스관을 반드시 확인해야하고, 또 첨단세정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꼭 청문해야 할 내용은 국세청이 존재하는 이유인 국가재정확보 즉 세수확보에 대한 물음과 답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