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오는 12월 세종시로 이사한다. 국세청은 일단 12월 12일과 20일 양일간 이사 날짜를 잡아 놓았다고 한다. ‘길일’이라고 한다.
정부 청사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의 첫째 이유는 북적대는 수도권 인구를 분산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에 있다.
그런데 국세청이 이사를 해도 정부 청사가 세종시로 옮기는 절대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금 쪽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국세청은 업무의 특성상 1년에 한번 직원의 절반 가량이 움직이는 대대적인 인사를 한다. 즉 세종시로 간다고 해도 1년 뒤에는 또다시 근무지가 부산이 될지 다시 서울로 발령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근무지가 세종시로 이사를 한다고 해서 가족 모두가 세종시로 이사를 갈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국세청 사람들은 근무지를 세종시로 내려가는 국세청 본청보다는 서울청이나 중부청이 더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승진에 임박한 직원들이나 간부들의 경우 고생이 되더라도 본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세종시 행 버스를 탈 수 밖에 없겠지만.
이들은 결국 12월부터 찬바람 쌩쌩부는 양재동, 사당동 등 세종시행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매일 아침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왕복 4시간이 넘는 세종시 출퇴근 전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쯤 되면 아마도 아침에 일어나 지하철타고 30분이나 1시간 걸려 출근하는 지금이 그리울 수도 있다.
문제는 국세청 근무자들의 고생보다 국세청이 세종시로 이사를 하더라도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서울시와 수도권 납세자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서울을 뒤로하고 먼 충청도로 이사한다는 점에서는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본청을 대신해 수도권에 남게되는 지방국세청인 서울청과 중부청의 납세자에 대한 납세서비스 품질이 지금보다 더 향상되어야 한다는 과제로 다가온다.
또 일부 납세자를 대신해 심사청구 등의 업무를 봐야하는 세무대리인들의 불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거스르기에는 작은 불편이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비용이 납세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은 납세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또다른 ‘불편’일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국세청이 세종시로 이사함으로써 납세자들의 납세협력비용이 늘어난다거나, 아니면 납세서비스가 부실해질 수 있는 부분은 미리미리 점검해 사전에 보완을 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다행히 지난 21일 제21대 국세청장 수장으로 취임한 임환수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도록 해야 하고, 또 본·지방청을 슬림화하여 납세자들의 성실신고를 조력하는 일선 세무서의 서비스 기능을 보강해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는데 조금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국세청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이라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한편 국세청의 세종시 행은 시대적으로는 초창기 서울 ‘양평동’시대(77년~)에서 그리고 서울 중심인 종로의 ‘수송동’ 시대(83년~)를 마감하고, 사실상 개청(1966년) 50년만에 새로운 ‘세종시’시대를 여는 것이다.
임환수 새 청장이 인사청문회에서도 밝혔듯이 국세청의 세종시 시대는 암울했던 정치적 세무조사, 뇌물로 얼룩진 부패스캔들의 오욕은 박물관으로 보내고, 오직 공평한 과세를 통한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납세서비스를 통한 세수확보라는 시대정신의 실천에만 집중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