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이 구속수감중인 최태원 SK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그 사람 참 오지랖도 넓다. 세금이나 잘 걷을 일이지 하면서 냉소를 보낼 사람들이 더 많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임환수 국세청장의 고교 선배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즉 세수확보와 관련이 있다면 그 세수를 거두는 일을 맡은 사람이 국세청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국세청장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건의한다면 박 대통령이 받아줄까. 턱도 없는 소리라면서 네 일이나 잘 해라고 핀잔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곰곰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일을 하는 국세청장이 과연 대기업 회장의 사면을 건의한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거나 사리에 맞는 것일까. 언뜻 생각하기에는 뭔가 생뚱맞다면서 핀잔을 들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아무리 세수확보가 급하기로선 국세청장이라는 사람이 대기업 회장의 사면에 기대어 그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받아내 보겠다는 심산이겠지라는 냉소섞인 비판을 감수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국세청에는 국가재정확보라는 고유한 책임이 주어져있다. 즉 세수를 확보하는 일은 국세청의 몫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납세자들이 탈세를 하지 않고, 성실하게 번 만큼 세금을 내어주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국세청은 강력한 채찍인 세무조사를 동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채찍을 작년에 너무 많이 사용해 국민들이 크게 반감을 가졌다. 그래서 올해는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했고, 이 경제팀은 채찍보다는 당근을 택했다. 즉 지하경제가 300조원이니 하면서 그곳을 깊게 파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려 그 낙수효과로 세수를 충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면서 방향을 틀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더 주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더 하면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발표했다. 즉 기업들이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사내에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다보니 이를 쌓아두지 말고 투자를 하게 함으로써 경제의 수레바퀴를 더 빠르게 구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낙수효과로 세수도 증대되게 하고, 또 그 돈으로 복지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초이노믹스’의 일단이다.

그런데 국내 3위 규모인 대기업집단을 이끌고 있는 SK그룹의 경우 투자를 하고 싶어도 오너가 옥중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오너는 지난 2012년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라는 반도체 회사를 전격 인수해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물론 어마 어마한 흑자행진까지 이어가게 만들어놓은 장본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SK하이닉스는 올 한해 7천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벌써 상반기에 3510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고 한다.

2012년 SK가 인수한 후 수조 원의 투자를 했고, 지난해 매출 14조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 3조3800억 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회사가 법인세를 낸 것은 1983년 현대계열사로 출발해 1995년 딱 한번 있었다고 한다. 최 회장의 ‘투자’라는 결단이 이 기업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회장이 옥중에 있다 보니 이후의 대형 투자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좀 더 확장적으로 해석을 하면 내후년 추가로 세수 7천억 원이 생기게 하려면 그가 지금 자유의 몸이 되어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면 어떨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국가의 세수를 책임진 임환수 국세청장이 사면을 건의해 도와주면 어떨까하는 것이다.

최 회장이 구속된 사유가 탈세였다면 이야기는 좀 다르겠지만 다행히 다른 재벌회장들과 달리 최 회장의 이번 죄는 ‘비자금의 사적유용 혐의’였다.

‘초이(최경환)노믹스’의 핵심이 투자에 있고, 그 투자가 일자리 확충, 가계소득 증대, 세수확대, 복지재원 확충이라는 ‘상생노믹스’라고 한다면 한번 고려해 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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