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H모 세무사가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을 상대로 지난 3월 5일의 임시총회는 무효한 것이라며,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함으로써 결국 세무사회는 세무사회 내부의 일이 외부의 힘에 의해 심판을 받는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여기에 더해 정구정 세무사회장의 예산낭비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감사’요청서가 기획재정부에 제출되었다는 소식이다. 세무사회가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번 일은 정구정 세무사회장이 자초한 일이다. 또 정 회장이 자신의 3선을 위한 유권해석안을 임시총회에 상정하겠다고 마음먹을 때부터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주위의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꺾지 않고 마이웨이를 외쳤다. 그리고 그는 압도적이진 않지만 참석회원 60% 남짓의 찬성으로 3선 도전의 길을 열었다.
정 회장은 1993년 세무사회 상임이사회에서 새로운 유권해석이 내려진 후 18년여 동안 아무 탈 없이 지켜져 오던 세무사회의 ‘관습법’을 자신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해있던 시점을 적절히 이용해 하루 아침에 뒤집어 버렸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회원은 3월 5일 임시총회 현장에서 강력하게 반대목소리를 높였던 H모 회원이며, 지난 10일 첫 공판이 열렸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차기 세무사회장선거에서 회원들의 표심을 좌우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려있다.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지난 2003, 2004년 세무사회장 재직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으로 피소된지 9년만에 다시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번에는 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 ‘명예’에 대한 욕심이 원인이 되었다.
문제는 이번 가처분은 시작일 뿐 계속해서 ‘임시총회 결의 무효 확인의 소’는 물론 정 회장이 3선에 출마를 강행할 경우 ‘후보자지위 부존재 확인의 소’, ‘후보자 등록신청 접수의무 부존재 확인의 소’ 등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 회장은 출마를 강행할까요?
정구정 세무사회장이 3선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세무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적임자는 자신밖에 없다는 확신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2년 동안 닦아 놓은 국회 및 정부쪽의 인맥이 사장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나 국회에서 세무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법을 개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것이지, 세무사회장의 ‘생떼’에 못이겨 방망이를 두드리지는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인데 정 회장만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 정 회장의 3선을 반대하는 회원들의 목소리다.
이런 비판에도 정 회장이 3선에 출마하려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임시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60%의 회심이 이유라면 이 또한 허구임을 지적한다.
이날 임시총회(교육)에 참석한 회원은 6000여명. 이중 투표를 한 회원은 고작 3700명, 그렇다면 투표를 하지 않은 회원들의 표심은 어느 쪽일까?
정구정 세무사회장측은 자신의 편이라고 해석하고, 정 회장의 3선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부분 유권해석안의 상정에 반대하는 회원들이 ‘총회 자체가 부끄럽다’면서 일찌기 교육장을 떠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 회장이나 반대측 모두 ‘제논에 물대기’식 해석이다.
그러나 총회에 참석은 했는데 찬반 투표에는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권’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의 법 상식이다. 선거에서의 기권은 반대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 날의 결과는 부결일까요? 가결일까요?
이날 유효투표 결과가 나오자 현장의 한 회원은 “정 회장이 6대4로 이긴 것이 천만다행이다. 결과가 거꾸로 나왔다면 정 회장은 부끄러움에 남은 임기동안 회무를 챙길 엄두도 내지 못하고 퇴직할 날만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을 것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세무사회가 되었겠는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회원들의 표심은 이런 세무사회의 난망함을 막기 위한 ‘역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면서 이 회원은 “이날 투표결과는 정 회장이 지난 2년간 고생한 것을 인정하면서 3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 전부다. 즉 자존심을 세웠으니 이제 회의 단합을 위해 ‘3선불출마’라는 큰 용단을 내리는 것이 세무사회의 앞날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고언했다.
그렇다면 지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과연 3선에 도전할까요?
정 회장은 자신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이어지는 소송 등 세무사들의 극렬한 반대운동 등으로 세무사회는 정말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정 회장을 번뇌케 하는 요소일 것이다.
기자는 정 회장은 1만여 회원중 어떤 회원보다 세무사회를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년 누구도 못한, 그리고 가지 않은 길을 그는 걸었고, 또 한때나마 회원들을 기쁘게 했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 3선에 도전하려는 생각을 가진 ‘정구정’은 세무사회를 너무나 사랑하는 나머지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기 위해 혼자 국회에서 눈물 흘리던 그때의 정구정 회장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아마도 그는 ‘가짜 정구정’일 것이다. 아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