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두 전직 국세청 수장의 ‘뇌물수수’ 공판 속행

재판장, “인사청문회 왜 비용이? 기관운영비 없으면 안쓰면 되지 않나?” 

전군표, “청문회 태스크포스 운영비·종부세 관련 직원 격려비로 썼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데 뭐가 그렇게 (비용이)들죠. PC와 복사비만 있으면 되지 않나요. 다른 기관들도 청문회 다 거치는데 따로 비용이 드는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또 기관운영비는 없으면 안써야 맞는 것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피고께서 설명을 해 달라.”

 

2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속행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에서 재판장(이정석)이 피고인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에 전군표 전 청장측 변호인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려면 20여명에 이르는 인원으로 태스크포스를 운영한다. 이들의 식사비, 자료비 등이 소요되며, 그 밖에 말씀드리기 어려운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CJ로부터 30만 달러를 받았는데 왜 받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관운영비 등으로 사용되었다면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장으로서는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었다.

 

재판장은 피고인의 직접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아 심문을 받던 전군표 전 청장은 "뭐라고 말해도 변명에 불과하며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인사청문회를 하려면 20~30명으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게 되고, 이들은 밤을 새우며 자료를 준비하기도 한다”며 “이들의 식사비를 포함해 태스크포스 운영비가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회 재경위의 경우 30명의 국회의원과 100명이 넘는 보좌진이 요구하는 자료준비 비용과 교통비 등에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덧붙였다.

 

이어 그는 자신이 청장시절 종합부동산세가 새로 시행되었는데 당시 일선세무서는 휴일도 없이 일을 했고, “휴일에 일선을 순시를 하게 되면 고생하는 직원들을 보고 그냥 올 수 없어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인사청문회와 기관운영비 등이 필요해 금품수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라는 것으로 이해하겠다”며 정리했다.

 

이날 공판에서 전군표 측 변호인은 당시 기관운영경비가 부족해서 금품을 수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어 재판장은 허병익 전 차장 측으로 심문의 화살을 돌렸다. CJ측으로부터 30만 달러를 수수할 당시 세무조사 여부를 인지했느냐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허병익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전 씨의 뇌물수수 방조사실은 인정하면서도 “30만 달러 수수 당시에는 CJ에 대한 주식이동조사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시계를 수수할 당시에는 미약하나마 알았던 것 같다”고 시인했다.

 

이어 재판장은 “기관운영비 조달을 전군표 전 청장이 알아보라고 지시했느냐, 아니면 부하직원인 허 씨가 먼저 나서서 조달해 오겠다고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허병익 측 변호인은 “선후관계가 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판 말미 재판장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신동기 씨는 월급사장인데 30만 불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변호인은 “다음 재판 때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8일 열린다.

 

한편 전군표 측 변호인은 당시 전 전 청장의 비서관을 지낸 오 모씨를 다음 공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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