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익, “고급시계 상당 2500만원 한국자폐아재단 기부”…선처 호소

검찰, “인사청문회 준비용 뇌물…조사 중 시계 받고…추징액은 없었다”

뇌물혐의로 두 번째 법정에 선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하늘색 수의를 입었고, 그에게 CJ측에서 준 미화 30만불을 전달한 혐의로 같은 법정에 나란히 선 허병익 전 국세청장 직무대행(차장)은 갈색 수의를 입고 있었다. 

8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510호 법정. 사상 유례없는 두 전직 국세청 수장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뇌물방조)혐의로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이날 공판에는 전군표 전 청장의 비서관을 지냈던 오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변호인 측에서 증인을 철회하면서 심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은 두 피고인에 대한 검찰수사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허병익 씨 측에서 고향 등 지인들이 작성한 탄원서와 함께 CJ측으로부터 받은 프랭크뮬러 시계를 분실함에 따라 이에 상당하는 금액인 2500만원을 한국자폐아재단에 기부했다는 내용과 그가 재직시 받은 표창 등을 재판부에 제시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허 씨는 9월말경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은 재판장 및 피고인들과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동안 검찰이 두 전직 수장을 수사해온 수사기록을 빔 프로젝트 화면으로 일일이 확인하면서 공소사실을 재차 확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검찰은 자료를 통해 허병익 씨가 CJ측으로부터 30만 달러를 받게 된 경위는 허병익 씨가 대학동기인 당시 신모 CJ 부사장에게 먼저 전군표 전 청장의 인사청문회 준비에 필요하다며 30만달러 정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신 씨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보고한 후 승낙을 받아 전달되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신 씨는 향후 CJ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 등 여러 면에서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또 친구이기 이전에 먼저 달라고 하는데 안주면 기분 나쁠 것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에게 보고한 후 집행했으며, 돈의 전달은 CJ그룹 남산 건물에서 전달되었다고 밝혔다. 

허 씨가 신 씨에게 돈을 요구한 시점은 전군표 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지명된 시점이었다. 

검찰은 돈이 담긴 가방은 검은색이었으며, 허 씨는 이 가방을 받아 국세청으로 복귀한 후 자신의 방에 잠시 들른 후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 전군표 전 청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세청장에 취임했다. 2006년 7월 18일이었다. 

CJ측에서 전 씨에게 전달한 돈은 미화 30만달러였으며, 신 부사장이 재무팀에 시켜 수차례에 걸쳐 미화로 환전했으며, 재무팀 부장은 당시 국세청이 이재현 회장의 주식이동조사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 돈이 국세청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CJ재무팀은 이 돈을 ‘국세3.0’으로 표기했다가 신 부사장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해 나중에 ‘청전달 3억’으로 고쳐 비망록에 기록해 두었던 것도 검찰수사에서 밝혀졌다. 

이후 국세청의 CJ에 대한 세무조사는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돼 진행됐으나, 추징액도 없었고, 검찰고발도 없이 마무리 되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직 국세청 두 수장이 프랭크뮬러라는 고급시계를 받게 된 경위와 관련 검찰은 전군표 전 청장 취임 후 몇 개월이 지나 허병익 씨의 주선으로 이재현 회장과 전군표 전 청장, 신 모 부사장, 허 씨 등 4명이 하얏트호텔 일식당에서 저녁을 같이하면서 전달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CJ와 이재현 회장에 대한 주식이동조사를 한창 진행중이던 10월 31일이었다. 

식사 장소를 가던 신 부사장이 이 회장에게 국세청장과 처음 보는 자리인데 간단한 선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 회장이 승낙해 CJ그룹 근처 힐튼호텔 프랭크뮬러 시계점에서 시계 두 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하얏트 호텔 일식당에서 120만원짜리 식사를 했고, 시계를 주고 받았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전군표, 허병익씨가 7월 제출한 자수서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2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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