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에세이]

▶국세청이 그동안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세금부과, 징수, 통계목적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공개해오던 과세정보의 공개와 부처 간 공유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30개 기관에 122종의 정보를 제공해 오던 것을 15개 기관 70여종을 추가해 제공키로 했다고 지난 9일 공식 밝혔다.
그동안 국세청은 과세정보를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핀잔을 많이 들었다. 그 결과 납세자의 개인정보는 단속할 수 있었으나, 다른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에서는 정보가 부족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거나 예산이 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정부에서조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으로써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었다.
실례로 국세 환급금자료가 안전행정부와 공유되었다면 지방세 체납자가 국세를 환급받는 황당한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국세청의 과세정보 공유는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에 국세청이 정보를 제공키로 한 기관은 관세청, 안행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통계청, 한국은행 등 중요 국가기관들이 대거 추가되었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도 포함되었다.
이번 국세청의 과세자료 공유에 따라 특히 안행부의 경우 미등기 양도 자료, 골프회원권 등 명의개서자료 제공으로 그동안 과세의 사각지대였던 취득세 부과와 징수가 가능해지고, 비과세 감면 자격심사는 물론 체납된 지방세 징수에도 활용이 가능해 지방자치단체의 세금누수를 막고 수입을 증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정부(국세청)가 취득한 자료를 정부기관들이 서로 개방, 공유, 소통, 협력함으로써 정보의 가치를 높이고, 정부의 업무를 효율화 하겠다는 한 발 앞선 생각이 만들어낸 기대인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국세청은 납세자에 대한 과세정보를 지나치리만큼 꽁꽁 걸어 잠가왔다. 국세기본법 81조의 13 (비밀유지)항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은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나 국세의 부과, 징수를 위해 업무상 취득한 자료 등(과세정보)을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다.
다만 지자체 등이 법률에 정하는 조세의 부과징수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국가기관이 조세쟁송이나 조세범 소추를 위해,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법관의 영장, 통계작성의 목적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공유가 돼 왔으나, 실제 공유의 폭은 한마디로 ‘모기눈물 만큼’ 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세청의 정보공유 확대는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사실상 굳게 잠긴 ‘빗장을 연’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이왕 내친김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세무조사 정보의 공개’까지 달려 나가자고 제안한다.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을 심히 침해하지 않고, 그 공개가 공익에 더 유익하다면 나머지 빗장도 하루속히 여는 게 맞는다는 전제에서 드리는 제언이다.
‘국세청, 00주식회사 전격 세무조사 착수’. 아침 신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목들이다. 이런 뉴스가 하나 뜨면 사실 난리가 난다. 국세청은 개별납세자의 세무조사 정보가 어떻게 새어나갔느냐며 난리를 피우고, 해당기업에서도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슨 큰 잘못을 저질러 당국으로부터 ‘린치’를 당하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하는 등 일부 리스크가 발생하곤 한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세무조사 정보를 국회에서는 달라고 하면 주지도 않으면서 언론에는 흘리느냐고 국세청에게 눈을 흘기고, 국세청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시소게임을 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개별기업들의 세무조사 대상 선정여부를 아예 공개해 버리면 이런 난리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제안하는 것이다.
분명 어려운 문제다. 공개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개함으로써 얻는 이익도 분명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선 기업체의 세무조사대상 선정 사실이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 조항의 개별납세자의 ‘과세정보’에 해당하느냐 하는 논쟁부터 시작해 봤으면 한다.
▶지금 국세청이 공개하고 있는 고액체납자에 대한 정보도 애초에는 ‘천부당만부당’한 사안이었다. 국세기본법 81조의 13(비밀유지) 조항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같은 법 85조의 5항(고액 상습체납자 등의 명단공개)에 근거해 지금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공익에 부합하느냐하는 점에서 공개가 더 공익적 이라는 점에서 결정된 것이다.
지난 2001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의 경우 조사대상 선정은 물론이고, 조사결과까지 만천하에 공개했던 국세청이다.
당시 국세청의 논리는 “국세기본법상 납세자의 비밀보호규정에 따라 개별납세자의 과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조세범처벌법에 의해 고발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개해 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종 시민단체, 일반국민들로부터 언론사별 조사결과를 개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어,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국세청은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공개는 물론 방송사들의 생중계까지 허용하면서 대대적인 망신을 주었다.
굳이 그때 일이 아니더라도 의식 있는 전문가들은 세무조사 대상의 공개는 물론 세무조사 결과까지 공개하자는 제안을 거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