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 19일 중부, 대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등 3명의 지방청장들이 퇴임식을 가졌다. 이들의 퇴임은 국세청의 오랜 전통인 후진들을 위한 선배들의 양보라는 ‘명예퇴직제도’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의 퇴임은 예년의 선배들 퇴임식보다 열흘이상 앞당겨 이루어 진 것이었다. 그만큼 이들의 명퇴 결심은 ‘쿨’ 했다고 한다. 과거 일부 지방청장들의 버티기나, 이에 따른 국세청장의 압박이라는 악순환도 없었고, 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운 바통터치가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화답하듯 국세청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송별회’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국세청장이 물러나는 지방청장들을 모아놓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는 것. 임환수 청장이 직접 자리를 만들었으며, 최근 명퇴한 지방청장 3명이 모두 참석해 임 청장과 대포를 곁들이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고 한다.

국세청의 명퇴제도에 대한 시비는 차치하더라도 국세청장이 곧 명퇴식이 예정된 지방청장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회포를 풀었다는 사실은 국세청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파격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참석한 지방청장들은 또 얼마나 흡족했으면 평소에 술잔에 손을 대지 않던 한 청장의 경우도 이 날 만큼은 거나하게 취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만남이 가능했을까.

과거 지방청장들의 퇴임은 말 그대로 명퇴가 아니라 사실상 강퇴(강제퇴직)였다. ‘나는 물러나기 싫은데 후속 인사 숨통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국세청에서 지방청장 1년가량 했으면 후진들을 위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 당신도 이전 선배들이 물러나 주었기에 그 자리까지 올라 올 수 있지 않았느냐’면서 압박을 가했고, 그런 압박에 또 어떤 이는 버티기를 수차례하면서 현직 청장과 맞서는 사례도 허다했다. 그리고 눈물 머금은 명퇴식을 치른 후에도 현직 청장의 인사에 대한 불만과 국세청 조직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곤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는 3명의 지방청장 모두가 한마디로 쿨하게 옷을 벗었다.

아마도 이번에 물러난 지방청장들 모두가 비고시출신들로서 국세청의 명퇴문화로 인해 자신들도 그 자리에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좀 더’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 임명되는 3명의 후임 지방청장들 모두가 자신들과 처지가 같은 하위직에서 출발해 지방청장까지 오르는 비고시출신들이라는 점에서 선뜻 후배들에게 물러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특히 후속 인사의 내용 역시 과거 청장들이 그래왔던 자기사람 심기라는 이상한 인사라는 혹평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들이 쿨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국세청은 지방청장들이 퇴임할 때 퇴임식장에 본청의 간부들을 보내 청장을 대신한 격려사를 해주는 것으로 갈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청장이 직접 ‘송별회’라는 예상외의 ‘빅 이벤트’를 열어줌으로써 지방청장자리에서만 물러나면 국세청과 서먹서먹했던 일부 불편한 관계가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국세청장이 만든 물러나는 지방청장들과의 송별회. 무엇보다 스케일이 다른 임환수 청장이어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종시 시대를 맞은 국세청도 이제는 ‘힘’보다는 ‘덕’으로 만들어가는 조직문화가 새겨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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