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세무사 자격을 덤으로 준다. 엄연히 세무사자격시험이라는 게 있는데 다른 자격증을 따면 또 다른 자격증을 주는 말도 안되는 일이 상존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난 2011년까지는 그랬다. 변호사도 주고, 회계사에게도 주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2011년 세무사법 개정 등으로 회계사시험 합격자에게 주는 제도는 없어졌다.

하지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여전히 세무사자격을 얹어준다. 여전히 변호사 자격은 ‘1류’이고, 세무사 자격은 ‘2류’라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황당한 법을 바꾸겠다는 개정안이 2015년 2월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

세무사회는 지난 2008년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는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주로 '율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그리고 2015년, 다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기재위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당시에는 세무사회가 주도해 법률 개정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율사출신 그것도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라는 데서 세무사업계는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사들의 희망대로 이번에는 가능할까. 하지만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일단 우세하다. 많은 변호사들의 반대와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반대, 그리고 지난 2008년처럼 기획재정위를 통과하더라도 율사 출신들이 대거 버티고 있는 법제사법위의 험준한 산맥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것. 현재 들려오는 이야기도 ‘턱도 없는 소리’라는 반응들이 많다.

또한 회계사들의 경우 세무사자격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회계사법에 의해 세무사업무를 할 수 있지만 변호사들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넘어야 할 벽이다.

그래도 세무사들로서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세무사들의 논리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논리였다.

변호사 자격취득자에게 자동으로 세무사자격을 주는 것은 합리적 이유없이 변호사자격 취득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일 뿐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

4가지 정도의 이유가 더 있다.

회계사에 대해 자동자격제도가 폐지되었는데 변호사도 폐지해 입법적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1자격시험 1자격취득이라는 전문자격사 제도의 치지에 부합될 수 있도록 국민의 신뢰와 선택권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과 변호사는 세무사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아 공정경쟁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또 변호사에게 세무사자동자격을 줄 당시에는 세무사 숫자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세무사가 충분하다는 것도 주석 이상의 힘을 실어준다.

참으로 합당한 이유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변호사들의 반대 논리도 분명하고 명확하다. 지난해 말 대한변협은 이상민 의원의 발의에 대해 공식성명을 내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대한변협의 공식의견은 이렇다.

세무사법 제2조에 세무사의 직무로 규정되어 있는 조세에 관한 각종 신청, 서류작성, 자문, 의견 진술 등에 관한 사항은 모두 ‘세법의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사무’로써 변호사법 제3조에 따른 변호사의 직무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변협은 현행 세무사법에서 변호사에게 세무사로서의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당연한 법리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지, 변호사에게 부당한 특혜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이 규정은 세무사가 변호사에게서 파생된 직업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협은 만약 이번 개정안이 변호사를 세무사법에서 규정된 업무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취지라면 이는 변호사법 제3조와 충돌할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과 세무분야에 관해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변협의 반대속에서도 다시 한번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제도는 국회의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솔직히 세무사들은 이 법안에 대해 큰 희망을 가지지 않는 모습도 감지된다. 이왕 변호사들의 경우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없다는 판결로 인해 현실적으로 세무대리시장의 진출이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무사들로서는 손톱 밑 가시 같은 변호사 자동자격이 존재하는 한 2류자격사라는 딱지를 온전히 떼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이 속상할 일이다.

따라서 이번에 제도 폐지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차제에 국민의 납세의무의 절차적 이행에 조세전문가들이 어떤 입장으로 접근해야하는지를 놓고 제대로 된 논쟁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한다.

자격을 통합하는 겸업주의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전문영역의 분화라는 전업주의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말이다.

물론 그 논의에는 변호사나 세무사의 이익이 아닌 법률소비자인 납세자와 국민의 편익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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