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길TIS의 6기 정기주주총회가 한국세무사회회관에서 열렸다. 지난해 영업실적은 총 매출 15억5900만원. 이번에도 그 폭은 약간 줄었으나 역시 적자를 기록했다.

한길TIS는 한국세무사회가 국세청의 전자세금계산서 제도 도입과 맞물려 ‘전자세금계산서 사업’을 주 목적으로 세무사회 회원들을 주요 주주로 참여시켜 만든 전산법인이다.

조용근 전 한국세무사회장은 “세무사가 주체가 되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사업이야 말로 세무사의 업무영역을 지키면서 제도정착과 납세편의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며 한길의 설립을 주도했다. 그리고 독일의 다테브(독일의 세무회계 프로그램 전산법인)를 꿈꿨다.

설립 초기, 한길의 '전자세금계산서 사업'은 세무사들 사이에서 소위 대박이 예상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코스닥 상장 얘기에 세무사회 회원 4500명이 30여억 원을 그리고 세무사회가 10억원을 투자하며 거창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한길은 사업 첫해 무려 8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5기에도 15억620여만 원의 매출에 3690여만 원의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설립이후 6년 연속 적자의 구덩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잠시나마 부푼 꿈을 안겼던 한길의 현재 상황은 세무사회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맞을 것 같다. 이날 주총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주주는 배당은 커녕 원금 회수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참에 문을 닫고 청산하자고도 했다. 참석한 주주들의 가슴을 치는 너무 쓰라린 지적이었다.

또 있었다. 감사의 지적이었다. 이날 한길의 감사들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당기 CMS매출 증가로 인해 소폭의 수입증가 현상이 나타났지만 아직도 정체된 전자세금계산서 매출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 세무사회 소유의 세무사랑2와 연동되는 새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사업의 타당서 조사를 통해 현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결정하고, 또 새 사업모델을 개발해 수천 명의 회원이 참여한 전산법인이 유지 존속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수당 한 푼 받지 않는 감사들이어서 그런지 너무나 뼈아프게 지적했다.

하지만 세무사회는 회원들의 돈과 그리고 세무사회의 자금이 대대적으로 투입된 한길을 이대로 주저앉힐 수는 없다고 했다.

그동안 한길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고액연봉의 대표이사까지 내보내고 자린고비 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정구정 회장은 이 날 주총에서 “예금잔액 250만원의 회사를 7억7000만 원의 회사로 발전시켜 놓았다. 전임 집행부의 과오지만 한길에 출자한 회원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에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사실 전자세금 계산서는 사업성이 없지만 이제 와서 이걸 없앨 수도 없다. 이 사업은 세무사들의 협조가 없으면 별 비전이 없는 것도 맞다. 세무사회원님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초기에 세무사회에서 출자해서 예치해놓은 자금 10억원 마저 날릴 수 있다"며 세무사들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리고 정 회장은 “한길은 차기 회장 때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 우리 회원님들께서 세무사회 CMS를 모두 사용해 준다면 한길의 앞날은 어둡지 많은 않습니다”라고도 했다. 기자에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로 들렸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많게는 1억 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투자한 주주들이었다. 주총내내 어둡기만 하던 이들 주주들의 표정은 다소 먹구름이 걷히는 모습으로 읽혔다.

그래서인지 올해 사업계획과 6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한길의 내년 손익계산서의 맨 아래 칸 과목란에 당기순손실이 아닌 당기순이익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면서였을 것이다.

올해는 세무사들이 뭉칠 수 있을까. 한길의 내년 재무상태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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