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6월 제28대 한국세무사회 선거결과는 참담했다. 물론 당시 정구정 회장의 3선출마를 반대했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선거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세무사들은 3선에 도전했던 정 회장이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근거는 세무사업계를 주름잡는 대부분의 임의단체들은 물론 전국의 현직 지방세무사회장들 대부분이 3선 반대를 외치는 후보를 조건 없이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 회장과 자웅을 겨루었던 이창규 후보는 다른 2명의 예비후보(손 윤, 한헌춘)와 단일화를 이룬 소위 야권의 ‘대표주자’였다는 점도 당선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구정 회장 3683표(51.80%), 이창규 후보 2897표(40.75%), 유재선 후보 529표(7.44%)였다. 야권 후보의 표를 합쳐도 정 회장의 득표를 누르지 못하는 숫자였다. 솔직히 완패였다. 3선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은 목소리만 컸지 가장 중요한 표를 가진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단일화는 세무사업계의 회장 후보자리를 놓고 시도된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창규, 한헌춘, 손 윤 세무사가 일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고, 또 두 예비후보가 깨끗하게 양보하고 지지를 보낸 것은 ‘아름다운 단일화’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과까지 좋았더라면 양보를 한 후보들이나, 양보를 받은 후보 모두 덩실덩실 춤을 추었겠지만 결과는 패배였고, 양보한 후보나 양보 받은 후보 모두 머쓱한 처지가 됐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5년 지금 차기 회권을 거머쥐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숨 가쁜 행보가 이어지면서 단일화 움직임도 물밑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차기 세무사회장 출마를 노리며 표밭갈이를 하고 있는 예비후보들은 모두 5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지난해까지 정부에서 차관급 외청장을 지내다 세무사로 개업한 회원이 회장선거에 도전의사를 밝히자 일약 ‘1강후보’로 떠올랐다는 소문이 돌면서 나머지 4명의 후보들 사이에서 2년 전 단일화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중부세무사회의 경우 현재 예비후보로 알려진 두 중부회장 출신 후보 간의 단일화 시도가 있었던 것처럼 최소한 내달 8일 예비후보등록일 까지는 예비후보들간의 합종연횡식 단일화시도가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일화를 반가워하지 않는 후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위 야권후보의 완전한 단일화는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리고 단일화의 성사여부 못지않게 세무사회 선거에서의 단일화가 과연 효과를 발휘하는가? 라는 의문도 뒤따른다. 2013년의 결과를 돌아보면 의문부호는 더욱 커진다. 단일화를 했지만 완전한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고, 또 소위 야권후보의 표를 다 합쳐도 당선자의 득표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당선을 위해서는 단일화보다는 후보의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나아가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전문가들이자 식자층으로 불리는 세무사들이 어떤 후보가 사퇴하면서 ‘내가 이 후보를 지지하니 나를 좋아하는 회원들도 이 후보를 찍어달라’고 한들 솔직히 씨알이 먹히겠느냐는 진단도 있다. 즉 세무사회 선거에서의 단일화는 그들(후보)의 정치적 영향력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려는 일종의 ‘구경거리’일 뿐,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후보들 입장에서는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분명 낫다. 3명이나 4명의 표가 일정부분 한 곳으로 모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하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 지난 2003년 선거결과 1위와 2위의 표차이는 27표, 성향이 비슷했던 2위와 3위의 후보가 단일화를 했더라면 오히려 50표차이로 앞설 수 있었다. 세무사회 선거에서의 단일화 역사의 추억이자 최고의 교훈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단일화는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양보를 하자. 양보가 미덕이다. 양보하면 수천만 원의 공탁금이라도 건질 수 있다.
